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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인사이트)롱런하는 브랜드, 'C-D 맵'을 주목하라
'중심성-차별성'으로 재포지셔닝…지향점까지 도출
2015-08-02 16:23:00 2015-08-02 16:23:00
글로벌 컨설팅 기업인 베인앤컴퍼니(Bain&co)가 최근 재미있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1999년과 2015년의 상위 20개 글로벌 소비재 브랜드를 비교해 이들의 시장 영향력 변화를 살핀 것이다. 1999년 톱20 명단에 오른 기업 중 절반에 가까운 9개가 순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나머지 11개 기업 중 6개도 순위가 떨어지거나 자리를 지키는데 그쳤다. 16년간 의미있는 성장을 한 기업은 네슬레, P&G, 펩시코, 브리티시아메리칸토바코(BAT) 정도다.
 
함께 공개된 업종별 톱3 브랜드 위상 변화에서는 2004~2014년 10년간 상위 3개 브랜드를 그대로 유지한 업종이 전체의 30%에 불과했다. 폴저스, 맥스웰하우스, 스타벅스가 굳건히 자리를 지킨 커피 업종이 대표적이다. 그릭요거트 열풍의 주역인 쵸바니가 장악한 요거트 업종, 페퍼리지팜만 남은 제빵 업종 등 대부분은 상위권의 지각변동을 겪었다.
 
 
 
포춘지에 따르면 전세계적으로 수 백억개의 브랜드가 존재하지만 그 중에서 사람들의 뇌리에 박히는 브랜드는 100개 안팍이다. 오랫동안 사랑받는 브랜드는 고사하고 기억에 남는 브랜드가 되는 것 조차 매우 어렵다는 얘기다. 유통업체들의 자체 제작 상품인 'PL(private Label)'의 공세가 커지고 있는데다 기술 발달, 사회 진보 등으로 소비자들의 취향도 더 빨리 변하고 보다 광범위해졌기 때문이다. 변함없는 인기를 유지하고 있는 브랜드들 뒤에는 판관비 같은 영업 비용의 통제, 인수합병(M&A)을 통한 규모의 경제 실현 등의 살아남기 위한 각고의 노력이 숨어있다. 안정기에 접어든 선진국을 넘어 미개척지인 신흥 개발도상국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한 점 역시 빼놓을 수 없는 부분이다.
 
◇브랜드 성공은 전략과 소비자가 좌우
 
이 때문에 한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는 언제나 세간의 주목을 받는다. 이를 통해 성공의 규칙을 찾아내려는 전문가나 학자들의 연구도 꾸준히 이어진다. 바이런 샤프 사우스오스트레일리아대학 교수이자 에런버그-배스 마케팅과학연구소 디렉터의 저서 <브랜드는 어떻게 성장을 하나>도 그 중 하나다. 샤프 교수는 강한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시장에서 인정받고 있는 주력 상품의 침투율을 높이는 전략을 채택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재가격화 정책으로 포지셔닝을 달리 할 수도 있고 혁신을 통해 잠재력을 극대화시키는 방법을 사용할 수도 있다. 그는 1년에도 수 십개의 신규 브랜드가 출시되는 개인 생활용품 시장을 예로 들며, 소비 횟수가 많아야 1년에 두 번 이하인 상황에서 역량을 여러 곳으로 분산하기 보다는 소수의 유망한 제품에 집중하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 백개의 포트폴리오 중에서 선택과 집중으로 전체 시장 성장률보다 높은 성과를 낸 기업이 존재했다는 사례도 함께 곁들였다.
 
샤프 교수는 또 미래에도 경쟁력을 잃지 않을 제품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술이나 소비자의 취향, 쇼핑 트렌드는 변할 수 있지만 소비의 근본은 달라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세상이 어떻게 변한다 한들 치약은 치약일 것이고, 맥주를 마시는 사람은 쉽게 습관을 버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와 동시에 미래의 상업적 전략에 맞는 공급 사슬을 갖출 수 있도록 정기적으로 점검을 하고 재투자를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기존의 낡고 오래된 제조업 설비를 유지하는 것보다는 미래의 시장 수요를 충당할 수 있는 능력을 확보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보스턴컨설팅그룹(BCG)의 마이클 실버스타인은 최근의 저서 <로켓: 무한한 성장을 보장하기 위한 8가지 레슨>을 통해 소비자에 더 집중할 것을 제안했다. 고객이 무언가를 원하기 전에 먼저 제안하고 그들의 불만을 적극 수용해 추후 전략에 반영하라는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통해 고객을 충성도 높은 팬으로 만들라고 조언했다. 실버스타인은 '2-20-80-150'의 법칙을 들어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했는데, 이는 2%의 소비자가 전체 매출의 20%를 전담하고, 이들의 친구나 지인들을 합쳐 80%의 매출에 기여를 한다는 것이다. 150은 이들 조합이 기업 이윤에서 차지하는 비중이다. 다시 말해 기업은 2%의 충성스러운 고객을 관리하는데 대부분의 역량을 사용하고, 나머지를 매출의 20%를 유발하는 대중에 사용하면 된다
 
◇신개념 포지셔닝 'C-D 맵'
 
이 밖에도 브랜드 마케터가 취할 수 있는 전략은 무엇이 있을까. 니라지 다와 아이비 비즈니스스쿨 교수는 얼마전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를 통해 '중심성(Centrality)-차별성(Distinctiveness) 맵'이라는 새로운 브랜드 포지셔닝 개념을 선보였다. 시장에서의 브랜드의 위치를 파악하거나 소비자의 지각 상태를 확인하는 기존의 다차원 척도법이 경영 성과까지 포괄하지 못한다는 한계점을 극복했다. 종전의 포지셔닝 맵이 도출한 전략이 효과를 내지 못했던 이유도 'C-D 맵' 이론으로 밝혀냈다. 이를테면, 통상적으로 쓴 맛과 거품의 정도로 포지셔닝을 하는 맥주 시장에서 비슷한 위치에 있는 하이네켄과 올드밀워키가 동일한 전략을 쓰고도 왜 다른 성적표를 받았는지를 규명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마케터가 자사 제품의 중심성과 차별성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 했기 때문이다.
 
'C-D 맵'은 업종 내의 모든 브랜드를 중심성과 차별성을 기준으로 0~10까지 점수를 매긴다. 포지셔닝 맵을 그릴 때마다 시장점유율, 성장률, 수익성 등 다양한 척도를 기준으로 삼아야 했던 종전의 방법과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중심성은 '청량음료는 코카콜라', '패스트푸드는 맥도날드'와 같이 해당 업종을 대표할 수 있는 이미지를 말한다. 차별성은 해당 업종의 대표 브랜드와 직접적인 경쟁을 피하는 독특한 특징을 지칭한다. 자동차 업종에서는 전기차 브랜드인 테슬라가, 맥주 업종에서는 멕시코의 도스에퀴스가 차별성이 높은 브랜드로 꼽힌다.
 
 
브랜드별로 점수를 매겼으면 중심성을 X축, 차별성을 Y축으로 하는 사분면 위에 각각의 위치를 표시한다. 브랜드들은 위치한 사분면에 따라 열망적인(aspirational·1사분면), 독특한(unconventional·2사분면), 비주류의(peripheral·3사분면), 주류의(mainstream·4사분면)와 같은 성격을 부여받는다. 열망적 브랜드는 중심성과 차별성이 모두 높아 견조한 판매량과 강한 브랜드 파워를 모두 갖췄다. 자동차 업종에서 보자면 메르세데스, BMW가 이에 해당한다. 주류는 중심성은 높지만 차별성이 약한 브랜드다. 해당 업종을 언급했을 때 소비자가 처음으로 떠오르는 브랜드가 대체로 여기에 속한다. 비주류는 중심성과 차별성이 모두 떨어지는 브랜드이며, 독특한 브랜드는 전통적인 브랜드들과 차별점을 갖고 있는 것들로 니치 마켓이라고 불리기도 한다. 디와 교수는 'C-D 맵'이 브랜드 전략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거듭 강조한다.
 
◇가격 정책부터 장기 로드맵 전략까지
 
'C-D 맵'이 전략 수립 과정에서 의미를 갖는 것은 포지셔닝 분류만으로 판매량이나 가격 정책을 가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열망적 브랜드의 경우 차별성이 큰 만큼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요구할 수 있다. 동시에 대중성도 겸비해 판매 비율도 상당히 높다. 자동차 시장의 경우 30%, 맥주 시장은 62%를 점유한다. 주류 브랜드는 차별성이 떨어지는 만큼 가격 파워도 낮지만 일정 수준의 판매 점유율을 갖고 있다. 포드, 쉐보레 등의 브랜드가 위치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44%, 밀러, 부시 등이 위치한 맥주 시장에서는 19%의 판매량을 충당한다. 비주류 브랜드는 뚜렷한 강점이 없음에도 낮은 가격을 앞세워 명확한 성과를 내고 있다. 마츠다, 미쓰비시, 기아차 등이 포진한 자동차 시장에서는 24%, 밀워키, 내추럴 등이 자리한 맥주 시장에서는 15%의 점유율을 보인다. 마지막으로 테슬라, 미니(이상 자동차), 도스에퀴스, 스텔라(이상 맥주) 등이 위치한 독특한 브랜드는 2~4%의 판매 점유율을 나타낸다.
 
HBR은 'C-D 맵'이 브랜드가 취해야 할 전략과 향후 지향점을 동시에 보여준다는 면에서 유용성이 높을 것으로 전망했다. 가격 설정의 선택권이 큰 열망적 브랜드는 고가 정책을 주로 사용한다. 브랜드의 높은 차별성에 고객들의 가격 지불 의사도 높기 때문이다. 이들은 독특한 브랜드와 주류 브랜드들의 공격을 막아내는 동시에 혁신적인 제품 출시에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지금껏 쌓아놓은 신뢰도를 바탕으로 자사 뿐 아니라 시장 전체의 발전을 이끄는 주도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대중성이 가장 높은 주류 브랜드에 적합한 전략은 위험회피형 브랜드 관리다. 대중적인 취향을 겨냥한 제품 개발을 중심으로 다수가 떠올릴만한 이미지 형성을 할 수 있는 강력한 광고가 뒷받침돼야 한다. 다만 비주류·독특한 브랜드가 순식간에 위협적인 경쟁자로 등장할 수 있다는 점을 항상 유념해야 한다.
 
비주류 브랜드가 흔히 채택하는 것은 '미투 전략'이다. 가격이 저렴하고 제약 요인도 많지 않아 주류 브랜드의 대체품으로 적절하다는 점을 어필한다. 종종 고급화나 차별화를 시도해 포지셔닝을 바꿔보려는 시도를 하기도 하지만 일시적인 판매량 증가 이상의 효과를 보기는 힘들다는 평가다. 독특한 브랜드들은 적은 판매량으로 수익을 낼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때문에 고가격 정책 외에 시장 저변을 넓히는 전략을 채택하는데, 테슬라의 경우 대중의 선호도를 높이는 홍보 정책을 사용했으며 스텔라는 병맥주에서 생맥주로도 생산을 확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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