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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칼럼)저물어 가는 ‘삼성 전성시대’
2015-07-27 15:38:35 2015-07-27 15:38:35
요즘 삼성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부쩍 커지고 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가 주목받고 있는 가운데 안팎으로 위기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실적부진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스마트폰에서 글로벌 경쟁력이 갈수록 퇴조하고 있다. 애플은 4750만대를 판매한 스마트폰 등을 포함해 2분기에 57조1800억원의 매출액과 영업이익 12조300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같은 기간에 최대 8000만대 가량의 스마트폰을 판매한 것으로 추정되지만, 반도체의 실적호조에도 불구하고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각각 48조원과 6조9000억원에 그쳤다. 삼성은 애플보다 두 배나 많은 스마트폰을 팔고 있지만 수익성이 낮은 중저가 비중이 커지면서 판매는 늘어도 이익은 감소하는 비효율적인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대한민국 간판 기업이라는 명성도 흠집이 났다. 삼성서울병원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의 진원지로 지목되면서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나서 국민들에게 머리를 숙여야 했다. 삼성 오너가의 대국민 사과는 2008년4월 이건희 회장이 삼성특검 사태에 대한 사과문을 발표한 후 7년 만이다.
 
최근에는 제일모직과 삼성물산의 합병에 반대하는 글로벌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 때문에 홍역을 치렀다. 천신만고 끝에 합병안은 주주총회를 통과했지만, 삼성은 사상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대국민 홍보전까지 치러야 할 만큼 초조하고 당황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기업투명성과 소액주주 존중이라는 원칙을 지켜야 할 한국의 대표기업이 민족주의 감정에 호소하고,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하는 전략을 택했다고 쓴소리를 하기도 했다. 한국경제가 발전한 배경에 재벌이 있다는 주장은 과장된 것이며, 재벌이 오히려 한국 경제의 발목을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자본시장에서 삼성의 위상도 갈수록 추락하고 있다. 한 때 23%에 달했던 삼성전자의 시가총액 비중은 14% 수준으로 떨어졌다. 유가증권시장 전체 시총은 1300조원을 넘어섰지만 삼성이 차지하는 비중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삼성의 이런 모습은 ‘재벌 전성시대’가 저물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새로운 시대는 지금까지의 방식과는 전혀 다른 독자적 경쟁력만으로 살아남을 수 있는 진정한 강자를 요구하고 있다. 그룹 전체의 운명이 걸린 사안을 애국심에 호소해 겨우 달성할 만큼 허약체질인 기업에 우리 경제의 반장 역할을 맡길 수는 없다. 삼성이 앞으로도 주연을 할 수 있을지는 그들이 새 시대를 어떻게 준비하느냐에 달렸다.
 
/정경진 증권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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