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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인사이트)CHRO의 재발견…회사를 바꾼다
CEO·CFO와 핵심 3인방으로 미래 큰그림 그려야
2015-07-12 09:21:42 2015-07-12 10:48:52
경영의 달인이라 불렸던 잭 웰치 전 제너럴일렉트릭(GE) 회장은 한 기업에서 인력 관리를 전담하는 최고인사관리책임자(CHRO)가 최고경영자(CEO) 다음의 2인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시대가 급변하고 사업이 복잡해지면서 한 사람이 모든 의사결정을 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개별 직무에 적합한 사람을 찾아 그에게 모든 것을 위임하는 것이 안전한데, 이 과정에서 사람을 제대로 알아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그는 앞으로 CHRO의 비중이 날로 높아질 것이라고 단언했다.
 
데이비드 울리히 미시건대 교수도 이 같은 시각에 동조했다. 그는 "CHRO는 회사가 지속성장을 할 수 있도록 최고경영진과 파트너 역할을 하는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인사담당자의 역할로는 직원전문가(employee partner), 행정전문가(administrative expert), 변화주도자(change agent), 전략적파트너(strategic partner) 등 네가지가 있는데, 고위 관리자에 가까울 수록 후자쪽의 역량이 강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홀대했던 HR, 전략의 중심 돼야
 
하버드비즈니스리뷰(HBR)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CHRO가 CEO, 최고재무책임자(CFO)와 함께 회사의 3대 핵심 인력(G3)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CHRO에 대한 편견을 없애고 역할을 재정의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기업의 가치를 높이는 것은 상품이나 서비스이지만 이를 생산해내는 것은 결국 사람인데, 사람을 관리하는 사람들에 대한 평가는 상대적으로 박했던 것이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맥킨지와 컨퍼런스보드의 조사에서는 HR의 회사 내 중요도가 8~9위에 머물렀고, 딜로이트의 조사에서는 자사의 HR 능력이 뛰어나다고 응답한 비율이 5%에 불과했다. 이러다보니 인사관리 직군의 이직률은 마케팅, 재무 등 다른 직군에 비해 상대적으로 높게 나타났다. 포춘지 선정 100대 기업 중 HR 파트의 이직률은 지난 2년간 39%에 이르는 것으로 확인됐다.
 
◇최근들어 최고인사관리책임자(CHRO)의 역할를 주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훌륭한 CHRO를 발굴하는 것은 CEO의 역량에 달려있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 사진은 유능한 CEO 중 한 명으로 꼽히는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의 모습. (사진=뉴시스/AP)
 
CHRO의 역할에는 무엇이 있을까. HBR은 CHRO의 업무를 재정의하기에 앞서 그들에게 어떤 점을 기대하고 있는지를 먼저 파악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근로자들의 만족도를 살피고, 근로 계약을 맺고, 성과급을 얼마나 지급할 지를 정하는 기존의 업무와 차별되는 어떤 것을 할 수 있는지를 알아야 한다는 얘기다. 이를 테면, 기업 경영진들이 외부 환경 변화에 발맞춰 빠른 결단력을 보일 때 조직원들에게 나타날 수 있는 문제들을 사전에 유추하고 대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식이다. 개인과 일이 얼마나 잘 맞는지에 따라 기업의 퍼포먼스도 달라지기 때문에 CHRO는 현재 회사에 어떤 특정 업무가 필요한지를 정하고 그 요구조건에 부합하는 사람을 적절히 배치할 수 있어야 한다. 근로자의 역량과 업무의 요구사항의 괴리로 심각한 피해가 나타나지 않도록 선제적인 조치를 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미국의 대형 보험사인 메트라이프에서 CHRO를 거쳐 대표까지 오른 리사 웨버는 "CHRO는 회사가 어떤 시스템으로 돌아가는지, 어떤 일을 해서 수익을 창출해야 하는지 등 사업과 재무적 감각을 모두 갖추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자사 뿐 아니라 경쟁사의 상황까지 분석하고 예측하는 것이 모두 포함된다. 예를 들어 헬스케어 서비스를 제공하는 기업이라면 작년 초 애플이 의료기술전문가를 채용했다는 소식에 주목했어야 한다는 것이다. 헤드헌터나 언론, 공급자, 소비자 등 가능한 채널을 모두 동원할 수 있어야 한다는 설명이다.
 
◇규칙적이고 지속적인 만남으로 미래 설계
 
G3 시스템을 실제로 채용하고 있는 기업으로는 인도 타타그룹 산하의 통신사 타타커뮤니케이션이 있다. 지난 2012년 가격 하락으로 기업의 생산성이 떨어지자 타타커뮤니케이션은 난국을 돌파할 결단을 해야 했다. CEO였던 비노드 쿠마르는 산제이 바웨야 CFO와 아데시 고얄 CHRO와 수시로 만남을 갖고 대안을 찾아냈다. 비용 절감을 위해 인건비와 같이 줄일 수 있는 것은 최대한으로 줄이고 마케팅과 기술개발 등 필요한 부분에는 역량을 더 모으기로 한 것이다. 이를 위해 50여 개 부문의 500명 이상의 사람들이 아이디어를 제공하기도 했다. 당초 1억달러 정도의 비용을 아끼기 위해 시작했던 이 작업은 부서의 칸막이를 없애는 새로운 기업 문화를 창출해 냈다.
 
타타커뮤니케이션의 사례를 통해 본 G3 시스템의 핵심은 규칙성이다. 최소한 일주일에 한 번씩은 의견을 교환하는 시간을 갖는 것이 시작이다. 20분이라도 대내외 이슈를 점검하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중요한데, 직접 대면하는 것이 어렵다면 컨퍼런스 콜이나 화상회의를 이용해도 무방하다. 주간 미팅이 자리를 잡으면 월 단위의 회의에 집중한다. 이 자리에서는 회사의 목표 달성을 막는 인적 요소가 무엇인지 파악하는데 주력한다. 구성원 개인에 문제가 있는지, 협동이 잘 되지 않는지, 조직을 이탈하려는 구성원은 없는지 등 1~2년 내에 위협으로 작용할 수 있는 것들을 토론을 통해 알아낸다. 마지막으로는 3년 이후의 장기적인 전략을 세우는 것이다. 어떤 프로젝트에 신규 투자를 진행하고 자본을 끌어올지를 논의하는 동시에 사람에 대한 관심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사람에 대한 토론은 언제나 전략에 대한 토론보다 앞서기 때문이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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