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겉모습에 현혹되지 않는 이노베이션 투어
소프트웨어 정보 확인과 다양한 직업 종사자와 만남 필요
2015-07-12 09:00:00 2015-07-12 09:00:00
모 회사에 다니는 데이빗은 성장 가능성을 검토해보기 위해 필리핀을 방문했다. 데이빗은 그곳 카지노 담당자와 만나 설명을 듣고 인도에 따라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직접 와서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관광객 수가 많았고 시설도 깔끔했다. 몇몇 기업 재무제표를 봐도 별다른 문제는 없어 보였다. 잘 꾸며진 프레젠테이션까지 듣고 나니 필리핀에 대한 이미지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뉴어크 리버티 국제공항의 유나이트드 에어라인
터미널을 통과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그러나 경제전문지 하버드비즈니스리뷰는 가이드가 따라붙는 식의 비즈니스 투어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얻을 수 없다고 지적한다. 상대 정부 인사나 기업이 제공하는 자료나 공식 콘퍼런스만을 믿다가는 그곳 상황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이다. 가령 이스라엘 정치인은 해외 민간 기업가와 거래할 때 요즈마펀드를 권유한다. 요즈마펀드는 정부와 민간이 합동으로 첨단기술 기업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펀드다. 이 취지만 들으면 나쁠 게 전혀 없어 보이나 이스라엘에는 더 좋은 조건을 제공하는 벤처캐피탈(VR)이 적지 않게 존재한다. 정부의 구미에 맞는 사업만 제한적으로 돕는다는 단점도 있다. 이처럼 요즈마펀드는 장점과 단점을 모두 지니고 있지만, 정부 관계자는 이중 자신들에게 불리할 것 같은 이야기는 굳이 꺼내지 않는다. 그럴듯한 건물이나 눈에 띄는 행사를 보고 성장 가능성을 판단하는 것도 본질을 놓치는 일이다. 이런 실수를 예방하기 위해 최근 들어 부상한 것이 이노베이션투어(innovation-tour)란 신개념 비즈니스 투어다.
 
이노베이션투어는 말 그대로 여행에도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취지에서 만들어졌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하드웨어 보다 소프트웨어에 집중하는 것이다. 하드웨어는 건물뿐 아니라 큰 수고를 들이지 않아도 확인할 수 있는 정보나 인맥을 뜻한다. 스타트업 인큐베이터 자문, 엔젤 투자자의 도움, 혁신센터 기업가 과정 이수 등 그럴듯해 보이는 조건들이 하드웨어에 포함된다. 물론 이런 요인들도 상대 기업의 역량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그것과 더불어 중시해야 할 것은 그 지역의 문화, 교육, 네트워크 같은 소프트웨어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고등학교와 같은 교육기관이나 젊은이들이 모이는 클럽 같은 곳에 찾아가야 한다. 시장 생태계를 주도할 잠재 고객인 젊은이들이 어떤 생각을 지니고 있는지 알면 사업 계획을 세우는 데 큰 도움이 된다.
 
다양한 분야의 사람들과 만나보는 것도 필요하다. 기업 관계자나 정부 인사를 만났다고 할 일을 다 했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말이다. 은행가, 개인 투자자, 서비스 프로페셔널, 여론조사관 등 다양한 종류의 직업군을 만나봐야 종합적인 사고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직군에 따라 기업에 바라는 내용은 다를 수밖에 없다. 기업가는 수익을, 대학 행정가는 더 많은 학생을, 지방자치단체 장은 일자리 창출을 원한다. 이런 다양한 요구 들은 기업이 사업의 방향성을 정하는 데 도움이 된다. 기업 실적과 더불어 다양한 자료를 참고하는 것도 필수다. 이를 통해 시장에 영향을 미칠만한 변수를 미리 파악할 수 있다. 지하철 노선 분석, 지역 커뮤니티와 대기업의 연계 정도, 기업가에 대한 지방정부의 태도, 산업규제, 인구구조 변화 등의 자료를 참고해야 시장을 더 구체적으로 파악하는 것이 가능하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