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빠지기 쉬운 혁신의 함정…미신 극복하는 법
혁신은 상품이 아닌 개발 과정
엉뚱한 생각이 혁신을 만든다
2015-06-23 10:24:52 2015-06-23 10:24:52
모두가 행복한 소설 속 유토피아와는 달리 현실은 냉엄하다. 약육강식의 법칙이 작동하기 때문에 강한 것만이 살아남는다. 이런 점에 착안해 토마스 헨리 헉슬리는 생존투쟁 끝에 환경에 적응한 개체만이 살아남아 번영한다는 다윈주의(Digital Darwinism) 이론을 만들기도 했다.
 
◇이스라엘 스타트업 모빌 미디어의 인터넷 검색 혁신과 관
련한 발표를 관객들이 듣고 있다 (사진=로이터)
기업만큼 다윈주의를 절감하는 집단도 없을 것이다. 비즈니스 생태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다른 기업보다 뛰어난 기술력이나 가격 경쟁력을 지니고 있어야 하는데, 이때 필요한 것이 바로 혁신이다. 혁신은 시장에서 도태되는 것을 막아준다. 기술을 개발하거나 수익을 극대화할 때도 혁신은 필수다. 그러나 혁신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기업은 드물다. 일단 그 뜻 자체가 너무 광범위하기 때문이다. 혁신의 사전적인 뜻은 “기업에 이미 존재하고 있는 요소나 행동 양식을 목표에 맞게 다른 식으로 조합하는 것”이다. 이것만 봐서는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매우 난감해진다. 혁신을 둘러싼 미신이 확산되고 있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마케팅 전문 매체 비즈니스투커뮤니티(Business2Community)는 4가지 대표 미신을 소개하고 그와 관련한 해법을 제시한다. 먼저 대표적인 미신은 혁신을 상품과 동일시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킬러 콘텐츠를 개발하는 것이 혁신이란 사고가 깔려있다. 애플이 아이폰을 출시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혁신은 상품이 아니다. 혁신의 결과물로 신기술이나 히트 상품을 수반하기도 하지만, 혁신은 업무 환경을 바꾸거나 비용을 줄이는 등 과정 전체를 포괄한다. 지난해 프록터앤겜블(P&G)이 브랜드 포트폴리오 구성 업무를 능률화 한것도 혁신으로 볼 수 있다. 미국 약국체인 CVS 케어마크가 전국 점포 진열대에서 담배를 치운 것 또한 혁신이다. CVS 케어마크는 이 조치로 한 해 동안 20억달러의 손해를 봤지만, 고객들의 건강을 생각하는 기업이란 이미지를 얻었다.
 
한번 일어난 혁신이 계속 이어질 것이란 착각도 적지 않게 존재하지만, 이런 믿음 또한 미신에 불과하다. 혁신은 휘발성이 강하다. 혁신의 효과는 마치 상어지느러미 모양처럼 확 올라갔다가 급격하게 떨어진다. 한 번의 혁신으로 고객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해도 안심은 금물이다. 혁신에 혁신을 거듭해야 하는 이유다.
 
기업 내부에서 혁신팀을 꾸리면 혁신이 자동으로 따라올 것이란 생각도 미신이다. 혁신은 다양한 연령대와 서로 다른 지식, 기술, 문화, 경험 등이 교차하는 지점에서 일어난다. 고객의 의견, 다른 분야 전문가의 조언, 거래처의 불만, 전혀 관련 없는 기업 관계자의 생각 등이 혁신의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뜻. 이는 르네상스를 생각해 보면 이해하기 쉽다. 혁신의 시대로 꼽히는 르네상스는 미술가, 조각가, 시인, 철학자, 과학자, 금융가, 건축가 등 다양한 전문인들이 이뤄낸 산물이다.
 
대단한 창의력에서 혁신이 나온다는 생각도 착각이다. 혁신은 엉뚱한 아이디어가 다듬어지는 과정에서도 갑자기 튀어나올 수 있다. 혁신으로 이어지는 엉뚱한 생각이 많아지려면 브레인스토밍(brainstorming) 단계에서 부정적인 분위기가 사라져야 한다. 미국 주간지 The New Yorker(더뉴요커)는 “아이디어는 건설적인 대화 속에서 생겨난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윤석진 기자 ddagu@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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