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리뷰)희생과 봉사의 주체가 뒤바뀐 대한민국
2015-06-24 14:09:42 2015-06-24 14:09:42
◇영화 '소수의견'에 출연한 배우 윤계상(왼쪽)과 유해진. (사진제공=하리마오픽쳐스)
 
영화 '소수의견'의 촬영은 지난 2013년 6월 마무리됐다. 하지만 개봉은 차일피일 미뤄졌다. 그 사이 배급사도 CJ E&M에서 시네마서비스로 바뀌었다. 소문이 무성했다. 이재현 CJ 회장이 구속되면서 CJ E&M이 몸을 사린 것이 아니냐는 말이 나왔다. '소수의견'이 용산 참사라는 민감한 소재를 다룬 영화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은 24일 개봉하면서 크랭크업 이후 2년 만에 세상의 빛을 보게 됐다.
 
'소수의견'은 용산 강제 철거 현장에서 열여섯 살 아들을 잃고, 경찰을 죽인 현행범으로 체포된 철거민 박재호(이경영)와 그를 변호하는 진원(윤계상)과 대석(유해진)을 둘러싼 이야기를 그린다.
 
하지만 연출을 맡은 김성제 감독은 이 진지한 주제의 영화를 진지한 방식으로만 몰고 가지는 않는다. 도입부에 "실제 사건이 아니며 실존 인물도 아니다"라는 자막을 넣어 정치적 해석과의 거리를 두고, 곳곳에 유머 코드를 적절히 배치해 진원과 대석의 에피소드를 가벼운 터치로 그려낸다. 진중한 성격의 진원을 연기한 윤계상과 유머러스한 대석 역을 맡은 유해진이 인상적인 호흡을 만들어낸다. 무거운 주제의 영화지만, 일반 대중들이 좋아할 만한 상업 영화로서의 만듦새를 잘 갖춘 작품이다.
 
용산 참사에서 모티프를 얻은 '소수의견'은 국민 참여 재판 제도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는 영화다. 다수인 배심원의 의견보다 소수인 판사의 의견이 중요시되는 현행 제도의 문제점을 꼬집는다. 그래서 제목이 '소수의견'이다.
 
하지만 영화는 영리한 방식으로 우리 사회의 더 큰 문제점들을 건드린다. 실제 사건에 대해 다룬 영화가 아니라면서 실제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생각을 갖게 하고, 국민 참여 재판 제도에 대한 문제 제기라면서 국가 권력과 관련된 더 본질적인 문제에 대한 의문을 제기한다.
 
영화 막바지에 검사 재덕(김의성)은 진원을 향해 이런 질문을 한다.
 
"국가를 위해 희생하는 사람들과 국가를 위해 봉사하는 사람들에 의해 국가의 기반이 지탱된다. 넌 무엇을 했냐?"
 
재덕에게 국가는 국민이 희생하고 봉사해야 할 대상이다. '소수의견'은 재덕의 대사를 통해 희생과 봉사의 주체가 뒤바뀐 요즘의 대한민국을 향해 물음표를 던진다.
 
불합리한 국가와 사회에 대해 문제 의식을 갖고 있었던 관객들에게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드는 작품이다. 유해진, 이경영, 권해효 등 '연기 9단'들의 연기가 빛난다. 윤계상과 김옥빈은 쟁쟁한 선배 배우들 사이에서 자신의 몫을 훌륭히 해냈다. 러닝타임은 127분이다.
 
-한줄평: 웰메이드 법정 드라마
-토마토 평점: 8.7
 
정해욱 기자 amorry@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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