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억류 중인 남한 국민 김국기 씨와 최춘길 씨에게 무기노동교화형(무기징역형)을 선고했다.
북한 <조선중앙방송>은 23일 “미국과 괴뢰 정부기관의 배후조종과 지령 밑에 가장 비열하고 음모적인 암살수법으로 감히 우리의 최고 수뇌부를 어째보려고 한데 대해 인정했다”고 주장하며 이들에 대한 선고 사실을 보도했다.
김 씨와 최 씨는 북한 형법 제60조 국가전복 음모죄, 제64조 간첩죄, 제65조 파괴암해죄, 제221조 비법국경출입죄로 기소됐다고 방송은 밝혔다.
방송은 또 “인권 문제를 꺼들고 위조화폐 제조국, 테러지원국의 모자를 씌워 국제적 고립과 봉쇄를 성사시켜 보려는 미제와 남조선 괴뢰들의 반공화국 모략책동에 적극 가담”했다며 “우리 당, 국가, 군사 비밀자료를 수집하고 부르주아 생활 문화를 우리 내부에 퍼뜨리려던 모든 죄과를 인정했다”고 주장했다.
북한이 ‘인권 문제’를 언급한 것으로 볼 때 이날 선고 발표는 유엔 북한인권 서울사무소 개소에 대한 불만의 뜻도 담겨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통일부 대변인은 성명을 발표해 재판 결과에 강한 유감을 표하며 “우리 정부나 가족들에게 어떠한 사전 설명도 없이 이러한 부당한 조치를 취한 것은 국제적 관례는 물론이고 인권과 인도주의 정신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변인은 이어 “일방적인 재판 결과를 받아들일 수 없음을 분명히 밝히며 지금이라도 김 씨와 최 씨를 조속히 석방해 우리측으로 송환할 것을 다시 한 번 요구한다”고 강조했다.
최고재판소 선고에 따라 형 집행 절차에 들어갔지만 북한 당국이 이들을 사면하거나 추방 형식으로 내려 보낼 가능성은 남아 있다. 그같은 결정을 하는 데에는 남북관계 상황과 남측 당국의 협상력 등이 변수로 꼽힌다.
북한은 지난 3월 26일 기자회견을 통해 남한 국가정보원 간첩으로 정탐·모략 행위를 하던 두 사람을 체포했다고 밝혔다. 북한 국가안전보위부는 이들이 미국과 남한의 지령에 따라 ‘최고수뇌부’를 암살하려고 했다고도 주장했다.
그러나 통일부 등 정부 관련 부처는 북한이 근거 없는 주장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북한에는 두 사람 외에도 김정욱 선교사와 미국 뉴욕대 학생 주원문 씨 등 2명의 한국인이 더 억류돼 있다.
황준호 기자 jhwang7419@etomato.com
김국기(61·왼쪽) 씨가 지난 5월 평양의 한 호텔에서 CNN 취재진과 인터뷰하는 장면. 김 씨와 최춘길(56) 씨를 각각 인터뷰한 CNN은 그들이 혐의를 인정했다고 보도했다. 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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