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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정책포커스)AIIB, 신흥국 ICT 투자의 길 열다
연간 80억~100억 달러 투입…개도국·기업 모두 '윈윈'
2015-06-24 10:50:59 2015-06-24 10:50:59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연내 출범을 목표로 순항하고 있다. 57개 창립회원국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열린 제5차 수석대표 협상을 끝으로 협정문 초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하고 오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AIIB 협정문 서명식을 갖는다. 이 자리에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도 참석하는 것으로 알려져 AIIB를 아시아 지역 대표 다자간개발은행(MDB)으로 키우려는 중국의 야심을 다시금 확인할 수 있다.
 
◇57개 AIIB 창립회원국 수석대표들은 지난달 말 싱가포르에서 제5차 협상을 갖고 협정문 초안에 대한 논의를 마무리 지었다. 협정문 서명식은 시진핑 국가주석의 주재 아래 오는 2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다. (사진=뉴시스/신화)
 
◇인프라 투자 확대로 '일대일로' 완성 계획
 
AIIB는 지난 2013년 10월 중앙아시아와 동남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시진핑 주석의 제의로 설립이 추진됐다. 이듬해인 작년 10월 싱가포르, 몽골, 인도, 파키스탄 등 21개국이 참여한 양해각서(MOU) 체결식으로 설립이 공식 선언됐고, 지난 3월 말까지 창립 회원국을 모집해 총 57개국이 동참했다. 아시아 국가들 뿐 아니라 유럽, 아프리카, 남미 국가들도 전체의 40%를 구성할 만큼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 결과 당초 500억 달러 수준으로 전망됐던 자본금은 두 배 가량 불어난 10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67개 회원국과 1638억 달러의 자본금을 보유한 일본 주도의 아시아개발은행(ADB)과 견주어 봐도 손색이 없는 규모다.
 
AIIB는 이름에서 볼 수 있듯 아시아 개발도상국의 인프라 투자 확대를 설립 목적으로 한다. 포스코경영연구원에 따르면 AIIB 출범 후 연간 80억~100억 달러 가량의 자금이 아시아 인프라 시장에 신규 공급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과거 ADB의 주요 지원에서 상대적으로 소외됐던 중국 동북, 러시아 극동, 몽골 등 동북아 지역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전망이다. 2013년 기준 동북아에 대한 ADB의 지원 비율은 12%였다.
 
사업 범위로는 도로·철도, 에너지, 통신, 해상물류 등 경제발전에 우선적으로 필요한 인프라 분야가 우선적으로 고려될 전망이다. AIIB를 통해 일대일로(一帶一路) 사업을 완성하려 하는 중국에게 유리할 것으로 보이는 배경이다.
 
다만 경제성이 담보되지 않는다면 지원은 어렵다. AIIB 역시 다른 MDB와 마찬가지로 외부감사를 받고 신용등급을 받는 은행이라 재무건전성을 간과할 수 없기 때문이다. 회원국이 갹출한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만큼 자금회수 가능성, 사업성 등 모든 운영 프로세스에 있어 철저한 심사 절차가 불가피하다. 다시말해 중국의 영향력이 아무리 크다해도 동일 심사 절차에 따라 경제성이 약하면 지원이 어렵다는 얘기다.
 
◇ICT투자, 개도국 '기술비약'·기업 '시장확대'
 
이에 전문가들은 AIIB 출범이 중국 뿐 아니라 아시아 신흥국의 전기, 수송, 통신 인프라 투자 확대의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예측에 따르면 2020년까지 아시아 지역 내 인프라 투자 수요는 총 8조2225억 달러에 달하는 반면 ADB가 2010~2013년 집행한 투자 금액은 250억 달러에 불과해 수요대비 절대적 부족 상황에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전체 수요의 13%를 차지하는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에 대한 투자가 대폭 확대될 것으로 예상됐다.
 
KT경제경영연구소는 "기존 MDB 사례에서도 증명됐듯 ICT 분야의 투자는 개발도상국에는 단기간에 선진국 수준의 인프라로 도약할 수 있는 '리프 프로깅(Leap-Frogging)'의 기회를, 투자 기업에게는 글로벌 진출 기회를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개발도상국에서 ICT를 통해 산업간의 융합과 경쟁의 패러다임 변화, 새로운 부가가치 창출 등의 효과를 노릴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지난 2003~2010년 세계은행이 수행한 1700건의 사업 중 1300개 사업이 ICT와 연계된 것으로 나타났다. 2012년부터는 변화(Transformation), 혁신(Innovation), 연결성(Connectivity) 등 세 가지 전략 방향에 따라 수립된 3개년 계획을 실행 중이다. 개방과 신뢰를 통합시킨 공공서비스를 개선시키고 ICT 기반의 산업 경쟁력 강화와 경제 혁신을 추구하며 브로드밴드의 접근성을 확대하겠다는 것.
 
이에 따라 ICT와 직간접적으로 융합된 프로젝트 투자 규모는 2006년의 5억달러에서 지난해 17억달러로 확대됐다. 지금까지 완료된 주요 사업 내용으로는 세르비아의 4억4000만달러 규모 정부 부동산 등기 관리 시스템 개발, 미크로네시아와 팔라우의 전화, 인터넷 연결, 이동통신, 헬스케어, 원격교육 시스템 구축 지원 등이 있다.
 
ADB도 2003년부터 'Toward E-Development in Asia and the Pacific'라는 이름의 전략 목표를 수립해 추진 중에 있다. 2000~2013년 총 547개 171억달러 규모의 ICT 프로젝트가 진행됐는데, 이 중 96%가 농업, 공업분야 관리, 금융 등의 ICT 융합 사업에 투입됐고, 4%는 ICT 인프라, 정책, 전략 등 단독 프로젝트에 사용됐다.
 
전문가들은 AIIB를 통한 ICT의 기회 영역으로 공공 ICT 사업, 스마트 ICT 인프라 사업, ICT 기반 후생 증진 사업 등을 꼽았다. 네트워크와 스마트시티 등 물리적 사회간접자본을 ICT가 대체하는 형태의 스마트 인프라 사업과 스마트 시티 구축을 통한 도시 선진화 사업 등을 기반으로 개발도상국의 통신 인프라를 확충할 수 있는 기회가 크다는 것. 핀테크, 모바일뱅킹, 스마트교통 등 금융·교통 영역과의 융합서비스로 낙후지역 주민의 생활 편의성을 높이는 사업도 유망하다고 평가했다.
  
김진양 기자 jinyangkim@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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