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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중기 기술뺏기, 기간 짧으면 제재 수위 낮아져?
하도급법 불공정 소지 논란…공정위 "문제 있지만 변경 검토 안해"
2015-05-31 10:24:07 2015-05-31 10:24:07
기술유용 사건에 적용되는 하도급법 과징금 산정방식이 대기업이 하청업체인 중소기업의 기술을 빼내는 기간이 짧을수록 제재 수위가 떨어지는 방식으로 설계돼 논란이 일고 있다.
 
31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하도급법상 과징금 산정방식이 위반 행위의 유형과 수, 위반기간과 전력 등을 반영해 구한 부과기준율(3~10%)에 관련 하도급대금의 2배를 곱해 구하도록 돼 있다. 하도급법 위반 과징금 수위를 결정하는 핵심 요소는 갑을 간 거래 규모인 셈이다.
 
그러나 기술유용 사건의 경우, '을'인 하청업체가 받는 피해는 거래 규모가 아닌 하청업체가 빼앗긴 ‘기술의 시장 가치’에 따라 달라진다. 대금 미지급 사건 등 다른 하도급상 불공정 행위 유형들과 피해의 성격이 전혀 다른 셈이다. 그럼에도 현행법상 기술유용 사건에는 이들과 같은 과징금 산정방식이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갑의 기술탈취 및 유용이 짧은 시일 내 이뤄질수록 과징금 수위가 낮아지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고 있다. 통상 기술유용 사건은 ▲하도급 계약 ▲계약서 내용을 토대로 한 기술 빼내기 ▲계약 끊기 등의 순으로 진행된다. 엄밀히 따지자면 기술탈취 뒤 계약이 종결됨에 따라 발생하는 향후 매출 손실도 해당 사건에 의한 피해로 잡힐 수 있는 셈이다.
 
그러나 실제 기술유용 혐의로 공정위가 처음 제재를 가한 지난 26일 LG화학 사건에서 LG화학이 기술유용으로 물게 된 과징금은 총 1600만원에 불과했다. 공정위는 당시 스스로도 낮은 과징금 수위가 우려스러웠는지 이례적으로 과징금 수준에 대한 해명을 함께 밝혔다. “LG화학의 법 위반 기간이 8개월로써 짧고, 과징금 산정의 기준이 되는 관련 하도급 대금이 Y사 7억여 원, D사 5억여 원에 불과했다”는 내용이다.
 
그럼에도 공정위는 이같은 법적 맹점을 시정할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 관계자는 “문제 의식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기술유용 사건에 대한 과징금 산정방식 변경을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오히려 지난 28일 규제완화 차원에서 하도급법에 대한 과징금 인하방침을 밝혔다.현행 과징금 산정방식에 ‘위반금액 비율(0~1)을 곱하는 계산’을 추가로 포함시켜 과징금 수위를 낮추는 한편 법 위반 정도를 과징금에 반영시키겠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현행 하도급법 과징금 산정방식으로도 법 위반 사업자의 위반 정도를 과징금 수위에 반영하는 것은 가능하다. 특정 법 위반금액을 구간별로 나눠 이를 기준으로 그 이상 시 과태료 또는 과징금 등 부과를 원칙적으로 실시하도록 하고, 이하 시 경고 등의 조치로 사건을 종결하는 식으로서다. 실제 이같은 방식은 하도급법 위반 행위를 자진시정한 사업자에 대해 적용되고 있는데, 공정위는 오히려 이를 규제완화 차원에서 없애기로 했다. 
 
김학현 부위원장은 “대금관련 법위반행위는 자진시정 시 더 이상의 불법적 이익이 없고, 과징금으로 제재 시 자진시정 유인이 감소한다”고 그 이유를 밝혔다.
 
국회 정무위원회 당정협의에 참석한 김학현 공정거래위원회 부위원장(2014.11.24).사진/뉴스1
 
 
방글아 기자 geulah.b@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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