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경제혁신센터? 대통령치적센터!
허수로 통계 포장 '성과 보여주기' 급급…MB '녹색성장' 전철 되밟을까 우려
입력 : 2015-06-02 16:00:00 수정 : 2015-06-02 16:00:00
창조경제혁신센터 전국 기상도. (그래픽/뉴스토마토)
 
정부는 창조경제혁신센터를 각 지역의 창업허브로 키워 향후 3년간 우수 아이디어 3000건, 창업기업 200개, 보육기업 400개를 달성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제시했다. 자본력과 기술력을 갖춘 대기업이 센터마다 포진, 이를 뒷받침한다. 침체에 빠진 지역경제의 활력소로 자리매김할 것이란 게 정부의 기대다.
 
취재팀은 실태 파악을 위해 지난달 11일부터 22일까지 전국 17곳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중 문을 연 10곳을 모두 찾았다. 각 지역 센터장과 미래부 관계자, 금융·법률·특허 분야 원스톱서비스 전문가를 비롯해 센터에 입주한 보육기업 대표와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대학생 등 수급관계에 위치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 창조경제혁신센터의 허와 실을 짚는 데 주력했다.
 
정부는 지금까지 유치한 보육기업 숫자만 120곳에 달한다고 성과를 포장하고 있지만 실상은 달랐다.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을 보육하고 있는 곳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확인 결과, 각 센터 보육기업 중 대다수가 창업한 지 이미 2~7년차에 접어든 유망한 중소기업들로 채워져 있었다. 성과에 급급했던 나머지 센터가 직접 키우지도 않은 중소기업들을 버젓이 보육기업으로 둔갑시킨 것이다.
 
광주센터에 입주한 한 중소기업 관계자는 “2014년 키스트(KIST)에서 회사가 설립됐다”며 “회사 대표가 현대차그룹과 관계가 있어 이곳에 입주를 권유받았다”고 말했다. 현대차가 책임지고 있는 광주센터에는 현대차그룹과 연계된 수도권 중소기업들이 다수 입주해 있다. 부산센터에 입주한 중소기업 관계자도 “2012년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창업했으며 대표 부친이 부산에서 관련 공장을 운영하고 있어 이곳에 오게 됐다”고 설명했다. 취재팀이 경남센터로부터 가장 유망한 기업이라고 소개받은 한 두산중공업 협력사는 2008년 설립됐을 정도로 스타트업과는 거리가 멀었다.
 
각 센터가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수천억원까지 조성하겠다고 발표한 투자펀드 액수도 매우 과장됐다는 평가다. 초기 대전과 대구센터가 각각 450억원, 300억원 수준을 제시하자 이후 개소한 센터들은 경쟁적으로 목표액을 늘려 잡고 있다. 광주 1800억원, 부산 2300억, 강원 1050억원, 충남 1525억원 등이 제시됐다.
 
이 같은 목표액 중에는 이미 정부나 전담 대기업들이 중소기업을 대상으로 기존에 조성해왔던 성장사다리, 동반성장 펀드가 포함돼 있다. 지자체나 지역 테크노파크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펀드 역시 억지로 합산돼 있어 거품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대전센터의 한 관계자는 “스타트업 중에는 초기 지분 등의 문제로 펀드로부터 투자를 받겠다는 곳이 드물다”며 “굳이 사용할 곳도 없는데 성과 보여주기로 펀드 목표액을 경쟁적으로 늘려 잡는 것”이라고 말했다.
 
금융·법률·특허 등 전문분야 상담을 지원하기 위해 만든 원스톱서비스 창구 역시 실효성 논란이 거세다. 국책은행과 법무부, 변리사협회 등에서 파견된 전문 인력들이 센터마다 상주하고 있지만, 정작 이를 이용하는 입주기업은 극히 일부에 그쳤다. 2주 동안 돌아본 전국 대부분의 원스톱 창구에서는 한산한 기운마저 감돌 정도였다. 대부분의 창구 직원들은 장시간 자리를 비우거나 아예 출근을 하지 않기도 했다.
 
강원, 전북 창조경제혁신센터의 경우, 개소 직후 곧바로 구조변경에 돌입해 대통령용 행사장이었다는 비아냥마저 듣고 있다. 일부 센터의 위치가 도심과 멀어 접근성의 문제도 지적됐다. 충북센터의 경우 충북대 등이 위치한 청주 도심과 15Km 거리에 있다. 대구와 대전센터는 유동인구가 워낙 적은 곳에 위치해 센터 이주와 분점 개소를 계획하고 있을 정도다. 또 센터가 문을 연 뒤에야 센터장을 비롯한 직원들을 채용하는 등 준비도 안 된 상태에서 무리하게 사업 일정을 앞당겼다는 비판도 있다. 이 모두가 성과주의의 전형으로, 현장에서는 청와대 눈치를 살필 수밖에 없었다는 토로가 잇따랐다. 
 
일각에서는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전임 이명박 정부 때 반짝하다 끝난 ‘녹색성장’과 같은 전철을 밟지 않을까 우려하는 시선도 적지 않다. 대통령의 치적을 위해 민간 기업이 무리하게 동원되고, 예산 또한 허투루 쓰이는 게 꼭 닮았다는 지적이다. 센터장의 임기도 2년으로, 정권 임기와 같아 남은 기간만 눈치껏 잘 버티면 흐지부지 끝날 것이란 인식이 팽배하다. 이 경우 중장기 계획은 말 그대로 문서로만 남게 된다.
 
이 같은 우려와 지적을 의식한 듯 일부 센터에서는 강력한 의지도 보이고 있다. 창조경제(Creative Economy)가 거스를 수 없는 전 세계적 흐름으로 자리 잡았기 때문에 우리에게도 꼭 필요한 정책이라는 설명이다. 이는 국가경제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해 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는 부연도 뒤따랐다.
 
김선일 대구센터장은 “중국이나 베트남이 못 쫓아올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 그 가치는 아이디어에서 찾아야 한다. 창조경제의 다른 말”이라고 했고, 임종태 대전센터장은 “대한민국 미래를 담보할 수 있는 건 통일과 스타트업 생태계 조성”이라며 “이는 정권이 바뀌어도 해야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훈·이충희 기자 donkey3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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