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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계좌 활용·집배원 실명 확인 등 실명법 위반 소지
업계선 "신분증 사본+영상통화 조합이 최적"
금융위 "단점 보완 위해 중복 적용토록 한 것"
2015-05-25 12:00:00 2015-05-25 15:31:42
◇1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제3차 금융개혁회의에서 임종룡 금융위원장이 모두발언을 통해 "금융회사에 비대면만으로 본인 확인을 다양하게 할 수 있도록 허용해 핀테크시장 활성화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밝혔다. 사진/금융위원회
 
계좌 개설시 은행 창구에 가지 않고도 실명 확인을 받도록 하겠다는 금융위원회의 정책 가운데 일부가 금융실명법 등 법규 위반의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집배원이나 기존계좌를 통해 실명확인을 하는 것 자체가 금융실명법 위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금융위에서 제시한 비대면 실명확인 방식은 ▲신분증 사본 제시 ▲영상통화 ▲현금카드·보안카드 등 전달 시 확인 ▲기존 계좌 활용 방식 등 4가지다. 이 중 2가지를 의무적으로 복수 적용토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실명법에 따르면 실명확인의 주체는 금융회사이며, 확인업무의 위탁은 다른 '금융회사 등'으로 한정돼 있다. 금융사가 아닌 기관이나 업체에 실명확인 업무를 위탁하는 것은 법 위반인 셈이다.
 
우체국의 경우 실명법에 따른 금융회사(은행, 증권사, 저축은행, 금고, 농협, 우체국 등 금융거래를 하는 곳)에 포함되지만 우체국 집배원을 통한 실명 확인은 다른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거래를 하는 곳으로서의 우체국이 실명법의 보장을 받는 것이지 일반적인 체신 부문을 담당하는 집배원 등은 금융기관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전국의 집배원 또는 전달업체 직원에게 실명확인 요령을 교육하고, 확인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며 "실명확인을 소홀히 할 경우 책임은 결국 은행 등 금융사가 떠안아야 하는 구조"라고 우려했다.
 
금융위 관계자도 "실명법에 따른 (금융회사에 대한) 정의가 그런 것은 맞으나 꼭 금융회사 소속의 전달업체 직원일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전산상으로 오고 가는 기존 계좌의 정보(계좌주 성명, 주민번호 등)가 금융위가 실명 확인 수단으로 지정할 수 있는지도 논란의 여지가 있다.
 
실명법에서 실명확인은 주민등록증 등으로 해야 하며, 이것이 곤란한 경우에는 '관계 기관의 장의 확인서·증명서 등 금융위원회가 정하는 증표·서류'로 할 수 있도록 돼 있다.
 
법의 취지나 통념상으로 보더라도 '관계기관'이란 정부기관을 지칭하는 것인데 금융위는 사기업인 금융회사까지 확대했다. 금융위 관계자는 "관계기관이 공공기관만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며 "관련된 금융기관도 광범위하게 포함한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비대면 실명확인의 방식이 핀테크 규제완화의 핵심 가운데 하나지만 원래 취지인 실명법의 테두리를 벗어나서는 안된다고 지적한다.
 
업계 관계자는 "법에서 정한 실명확인은 신분증 확인과 이 신분증과 제시한 사람의 동일인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라며 "이 두 가지를 모두 충족하는 조합은 신분증 제시와 영상통화의 조합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용·김민성 기자 yong@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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