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보다 진한 문화를 담아, Bring Your Cup
사회적 기업
2015-05-11 16:40:32 2015-05-11 16:40:32
“안녕히 계세요.”라는 말과 함께 픽업대에 쟁반이 탁-하고 놓여진다. 쟁반 위에는 제 할 일을 다 한 종이컵만이 덩그러니 서있다. 아까까지 제 몸 가득 향기로운 커피를 담고 있던 놈이 쓰레기가 되어 돌아온 것이다. 아쉽게도 그의 생은 여기까지다. 곧 그가 착용하고 있던 종이 홀더와 플라스틱 뚜껑은 알바생의 손에 의해 벗겨져 분리수거함에 냅다 던져 넣어진다.
 
일회용 컵은 커피를 파는 사람, 커피를 사는 사람 모두에게 편리하다. 그 편리함이란 사용이 간편하기보다 ‘버리기 쉽다’는 것에 가깝다. 일회용이니까 한 번 쓰고 말면 그만이지 않은가. 우리는 말 그대로 이 1회에 맞춰, 커피 한 잔의 여유를 즐긴다. 혹자는 다 마신 종이컵에 영수증이나 휴지를 잔뜩 찢어 넣기도 한다. 결국 일회용 컵은 쓰레기이자 또 다른 쓰레기를 담는 쓰레기통인 셈이다. 하지만 그것에 담겨 버려지는 것은 비단 종이쪼가리만이 아니다. 환경과 건강도 함께 버려지고 있다.
 
브링유어컵. 자료/바람아시아
 
사회적 기업 브링유어컵은 이 일회성의 편리함으로 인해 버려지는 것들을 되찾고자 한다. 그들은 지구환경과 인간의 건강을 지킬 수 있는 컵으로써 텀블러를 판매하고 있다. 하지만 단순히 판매에만 의존해 해결을 바라는 것이 아니다. 불편함을 넘어선 텀블러 사용을 늘릴 수 있는 문화를 만들어, 지구와 인간의 건강을 보호하는 것이 그들의 지향점이다. 그들이 텀블러라는 컵으로 만들고자하는 문화란 무엇일지 브링유어컵 김영준 대표의 이야기를 들어보자.
 
Q.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 먼저 브링유어컵은 어떤 곳인지 간단한 소개 부탁드릴게요.
 
저희 브링유어컵은 일회용 컵 줄이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처음 시작했던 곳이에요. 일회용 컵 중에서도 카페에서 사용되는 종이컵이 환경적으로 많은 문제가 있어서, 그 사용을 어떻게 좀 줄여볼까 라는 고민에서 출발하게 됐습니다. 크게 하고 있는 일은 일회용 컵의 대체재인 텀블러를 디자인이나 의미, 브랜드 가치가 있는 제품으로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유통 공급하는 일이에요. 그리고 또 텀블러 판매에서 끝이 나면 안 되기 때문에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텀블러를 쓸 수 있게끔 카페들과 제휴를 맺고 있고요. 이렇게 제휴를 맺은 카페에서 저희 텀블러를 이용하는 고객들에게 음료 할인혜택을 제공하고 있습니다.
 
why cup. 사진/바람아시아
 
일회용 컵 때문에 아픈 지구를 구하자
 
매년 일회용 컵으로 인해 사라지는 약 40억 그루의 나무. 그리고 일회용 컵은 쉽게 재활용되지 않아 환경을 오염시킵니다. 하루 한번만 텀블러를 사용해도 매년 300만 그루의 나무를 지키고 2,000톤의 온실가스를 절감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건강을 구하자
 
일회용 컵의 내부 코팅은 갑상선 암, 당뇨, 불임 등 건강에 치명적인 과불화 화합물이라는 환경물질을 발생시킵니다. 브링유어컵 텀블러를 사용하고 환경호르몬으로부터 건강을 지키세요.
 
얇아져 가는 지갑을 구하자
 
갈수록 높아져가는 커피 한잔의 값. 하지만 브링유어컵 텀블러 가지고 제휴카페에 가면 테이크 아웃 커피가 최대3000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 동네의 특색 있는 카페를 구하자
 
대형 프렌차이즈 카페들과의 경쟁으로 점점 사라지고 있는 작지만 멋진 카페들. 브링유어컵은 잘 알려 있지는 않지만 특색 있는 소규모 카페들과 제휴하여 많은 사람들에게 카페를 소개하는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Special Edition으로 세상을 구하자
 
우리들의 관심과 도움을 기다라고 있는 수많은 문제들. 브링유어컵의 Special Edition 수익금은 사회문제를 해결하는데 사용됩니다.
 
Q. 홈페이지를 통해 브링유어컵으로 구하고자 하는 5가지 슬로건을 살펴봤습니다. 5가지 슬로건 중에서 ‘스페셜 에디션으로 세상을 구하자’, ‘우리 동네의 특색 있는 카페를 구하자’가 눈에 띄었는데요. 이 두 가지 슬로건에 대해 구체적으로 설명해주세요.
 
# 동네카페 제휴활동
사실 저희 활동이 판매가 메인이 아니에요. 물론 회사가 성장하는 과정에서 제일 큰 부분이긴 하죠. 하지만 브링유어컵은 텀블러를 많이 파는 기업보다 ‘많이 쓰게 하는 기업’이고 그 점을 지향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럼 어떻게 하면 카페에서 일회용 컵 보다 텀블러나 머그컵이 많이 사용될 수 있을까”라고 고민했고, 그 답으로 ‘리워드(보상)를 주자’라는 결론이 나왔죠. 동네카페와의 제휴활동은 그 리워드로써 그저 음료를 저렴하게 먹게 하는 게 아니라 하나의 경험을 주자는 거에서 시작하게 됐습니다.
 
요즘은 커피도 하나의 문화가 된 상황이잖아요. 그래서 카페도 그냥 아무 카페에서나 다 할인을 해주기보다는, 문화를 좀 더 즐길 수 있게끔 특색 있는 메뉴나 인테리어, 스토리가 있는 카페들과 제휴하고 있어요. 그래서 그러한 카페들을 알게 되고 또 텀블러 사용으로 음료 할인 혜택까지 받게 된다면 고객에게 하나의 경험이 된다고 보거든요. 한편 카페 운영자분들에겐 좋은 일에 동참하면서 동시에 카페를 홍보할 수 있는 기회가 되는 거죠. 이렇게 카페와 고객이 서로 win-win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일회용 컵이 줄어들 수 있게 하려는 서비스예요. 근데 지금은 이 서비스를 모바일 앱 기반의 서비스로 전환하고 있는 작업 중이어서, 카페와의 제휴를 늘리는 활동은 중단한 상태입니다.
 
# 스페셜 에디션
 
저는 컵 자체도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하나의 미디어라고 봅니다. 그래서 여기에 좀 더 의미 있는 디자인이나 메시지가 담겼을 때 이 컵도 하나의 가치가 있을 거라고 생각해요. 스페셜 에디션은 이러한 생각들과 밀접한 활동이라고 봐요. 구체적으로 설명하자면 스페셜 에디션은 월드비전이나 여러 기업들과 함께 콜라보레이션을 해서, 그들이 갖고 있는 스토리를 디자인으로 담고 수익금을 기부하는 식으로 하고 있어요. 올해 같은 경우에는 아티스트들과 협력해서 준비하고 있습니다. 월별로 주제를 정해서 주제에 맞게 아티스트들이 디자인한 제품을 판매하고,이렇게 얻은 수익금을 기부하는 라인업으로 발전시킬 생각이에요.
 
브링유어컵 스페셜 에디션 중 하나인 일러스트 작가 이공과의 ‘지구의 날’ 콜라보레이션 텀블러. 텀블러 판매 수익금은 나무 심기 및 숲 조성 사업에 사용된다. 사진/바람아시아
 
Q. 카페를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면서 일회용 컵 줄이기나 텀블러 사용에 관한 얘기를 들은 적 있나요?
 
네. 카페 사장님들과 만나다보면 많은 얘길 듣게 되는데요. 대부분 일회용 컵 사용하는 게 많이 편하니까 텀블러를 귀찮아하세요. 특히 손님들이 많이 몰리는 점심시간엔 더더욱 불편할 수밖에 없죠. 그래서 저희는 다양한 형태로 카페 내의 일회용 컵 사용을 줄일 수 있는 옵션들을 만들려 하고 있어요. 왜냐하면 좋은 일을 하려는데 사장님들이 불편하면 안 되잖아요. 그리고 그 방법들에 대해서 저희는 텀블러만이 해결책이라 생각하지 않아요. 일회용 컵 줄이는 방법은 머그잔일 수도 있고, 또 요즘은 친환경 종이컵이 나와서 그게 또 대안이 될 수 있거든요.
 
시도한 방법 중에 한 번은 텀블러를 대여해주는 걸 테스트해본 적 있어요. 텀블러에 음료를 담아 드리고 다 드신 다음에 반납할 수 있도록 해봤는데 반응이 좋지 않더라고요. 빌려간 사람이 밖에서 어떻게 사용하고 왔을지 모르니까 좀 찝찝하게 느껴지는 것 같아요. 현재는 친환경 종이컵 원가를 줄여서 유통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고 있고요. 또 몇몇 프리미엄을 지향하는 카페들의 요구가 있는 방법인데, 굉장히 저가의 보급형 텀블러로 음료를 테이크 아웃해주는 방식도 있어요. 커피 사면 텀블러도 같이 주는 식인 거죠. 이처럼 방법은 많다고 생각하고, 그런 장치들을 계속 구상하고 찾아가는 중이에요.
 
Q. 스타벅스 텀블러, 마이보틀의 열풍을 보면 쉽게 참여할 수 있는 환경보호 도구라기보다, 하나의 패션 아이템으로서의 가치가 높아진 것 같습니다. 이러한 현상에 대해선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사실 저희도 처음 텀블러를 만들 때 패셔너블한 것을 지향했습니다. 그래서 디자인에 신경 많이 썼는데요. 저는 이게 맞는 흐름이고 이 흐름에 일부 편승할 필요가 있다고 봐요. 시계나 가방, 신발처럼 모든 아이템들이 처음에는 기능적인 것에서 시작해서 패션으로 진화했다고 생각하거든요. 컵도 그런 흐름이지 않을까 싶고 그 흐름 중 하나가 마이보틀이었던 거 같아요.
 
그런데 다만 걱정이 되는 점은 그저 많이 파는 게 목적이라서 해서, 무조건 많이 파는 건 의미가 없다는 거예요. 팔면서 사람들한테 이걸 왜 써야 되는지에 대한 설명이 중요하다 생각해요. 실제로 계산을 해보면 컵 하나에 들어가는 에너지와 자원을 생각해봤을 때 저희 제품정도의 무게 기준으로 50번 정도 써야 의미가 있는 거지, 그 이하의 횟수로 썼을 때 일회용 컵 하나 쓰는 게 더 이득일 수도 있거든요. 그런 관점에서 본다면 너무 판매에 열을 올리는 주체들이 환경적으로 좋지 않은 것 같아요.
 
Q. 그러한 열풍 덕분에 구매는 많이 늘지 않았나 싶어요. 하지만 텀블러 사용의 일상화는 아직 더딘 것 같습니다. 저만 해도 집에 텀블러가 3개인데 큰 맘 먹고 가지고 나갈 때가 대부분이거든요.
 
풀어야 될 숙제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저희가 생각하기에 그것을 풀어가는 방법은 문화를 만드는 일이라고 생각하는데요. 기존의 친환경적인 소비를 한다면 방식이 불편하지만 환경에 좋으니까 해야 되는 거잖아요. 비싸지만 환경에 좋으니까 내가 참아야하는 형태를 요구했었죠. 저는 그런 형태보다 이게 좀 비싸지만 스타일리쉬하고 재미있고 세련되고, 또 이러한 활동이라서 해야 되는 형태로 가야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 문화를 만들어 나가는 방법에 대해 크게 시작, 지속, 확산 이 세 단계로 보고 있어요.
 
우선 시작이 필요해요. 사람들이 일회용 컵 대신에 개인 컵과 같은 지속가능한 컵 사용을 시작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본다면 어떻게든 사람들이 컵을 좋아하도록 만들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디자인과 좀 더 차별화된 브랜드 가치에 신경 쓰고 있고요. 특히 스타벅스나 커피빈과 같은 곳이 갖고 있지 않은 브랜드 포지션을 얻기 위해서, 저희는 콜라보레이션를 통해 좀 더 의미 있고 다양한 메시지들을 담고자 하고 있어요. 이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디자인과 브랜드의 제품을 만들어서 팔 때, 그냥 파는 게 아니라 왜 이걸 써야 되는 지에 대한 메시지도 계속해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결국 사람들에게 이 메시지가 전달됐을 때, 텀블러 사용을 시작할 수 있는 기반이 되는 거죠. 그런데 보통 거기서 끝이 나서 지속과 확산으로 이어지지 않아요.
 
그럼 지속은 어떻게 할까. 가장 기본적인 것은 사람들에게 보다 특별한 경험이 될 수 있는 리워드인 것 같아요. 그래서 저희는 저희와 제휴 맺은 카페들을 지속가능한 형태의 모바일 앱으로 소개하고 또 이 앱에 다양한 형태의 리워드와 재미요소를 담으려고 해요. 그렇게 해서 사람들이 컵을 사고, 이 컵 사용을 습관화할 수 있게끔 하는 거예요.
 
그리고 확산이 돼야 하는데, 결국은 누군가 추천을 할 수 있어야 되고 확 넓어지는 장치가 있어야 해요. 예로 프랜차이즈의 것이 아닌 지역카페의 특색 있는 메뉴를 선물로 주고받을 수 있는 기프티콘을 들 수 있을 것 같아요. 특색 있는 메뉴들로 선물하면 좀 더 의미가 있잖아요. 또 기업 CSR 캠페인들과 연계한다면 기업들이 사람들에게 선물할 수 있는 거고요. 그렇게 선물 받은 메뉴를 머그컵으로만 먹을 수 있는 형태로 진행해서 확산시키는 거죠.
 
이런 식으로 시작, 지속, 확산이 계속 반복이 되고, 그 과정에서 저희 역량이 좀 더 쌓이다보면 하나의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을까 싶어요. 또 지속가능한 컵을 사용하는 사람이 1명에서 10명, 10명에서 100명으로 늘어난다면 일회용 컵 사용문제가 좀 바뀌지 않을까라는 생각으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Q. 텀블러 사용이나 환경보호 문화를 만드는 것 외에 브링유어컵이 사람들에게 만들어나가고 싶은 문화나 가치가 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마시는 활동에 있어서 새로운 경험을 주고 싶어요. 그 경험에는 물론 친환경적인 게 하나 있겠지만, 맛이 주는 즐거움과 건강이라는 가치가 있을 것 같아요. 사람들이 카페를 가는 이유가 정말 다양하잖아요. 누군가는 공부하러 가고, 누구는 진짜 맛있는 디저트를 먹기 위해서 가고, 또는 저렴한 커피 때문에 카페를 가기도 하죠.
 
이렇게 이유는 다 다르다 생각하는데요. 그렇기 때문에 저희는 마시는 활동에서 한 사람이 자신에게 가장 최적화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싶고요. 그리고 ‘마신다’는 게 건강과 매우 밀접해요. 제가 출장 중에 본 어떤 컵은 건강관리 기능이 있어서, 그 안에 음료를 담으면 음료의 용량과 함유된 카페인, 당분의 양 등을 측정해서 보여주면서 하루 동안 섭취한 성분들을 알 수 있게 하는 데요. 이처럼 컵을 건강과 관련해서 좀 더 신뢰할 수 있을 만한 품질의 제품으로 만들고 싶어요. 결국은 컵으로 줄 수 있는 가치로 마시는 즐거움, 마시는 것에 있어서 건강함 그리고 전체적으로 환경보호까지 생각하고 있습니다.
 
 
대개 컵에 음료를 담아 마심으로써, 맛과 향을 느끼고 또는 메마른 목을 축이기도 한다. 브링유어컵이 건네주는 컵 또한 그렇게 사용된다. 하지만 이들의 컵은 마시는 사람의 목만 축이게 하는 것이 아니다. 어쩌면 지구와 그 안에 살아가는 생명들에게 단비와 같은 역할을 할지도 모르겠다. 앞으로 우리의 마시는 행위가 어떤 영향을 끼칠 수 있을까. 이 질문의 답을 그들의 활동을 통해 얻을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인터뷰를 마치고 생각지도 못한 텀블러 선물을 받았다. 얼마 전 텀블러를 구매하려 인터넷 쇼핑몰을 살펴본 적이 있는데, 당시 품절이라서 사지 못했던 제품이었다. 투명한 재질의 아이스 텀블러. 화려한 디자인은 아니지만 이 자체만으로도 기대감이 부푼다. 아, 언제 한번 이 컵에 담긴 문화를 진하게 음미하고 싶다.
 
 
 
최서영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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