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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케미칼, 매출 목표 맞추기 푸시 '논란'
1년만에 1200억원 감소…밀어넣기 영업 매출 증발?
2015-05-10 15:01:04 2015-05-10 15:01:04
SK케미칼(006120)의 제약사업 부분 매출이 1200억원가량 급감해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에선 영업사원들이 매출 목표를 맞추기 위해 밀어넣기 영업을 해 왔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영업사원 구조조정과 유통망 변경으로 재고 물량이 한꺼번에 반품돼 과집계된 매출이 증발했다는 지적이다.
 
10일 SK케미칼의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제약사업 부문의 지난해 매출액은 3852억원으로 전년비 23.7% 감소했다. 2013년 매출액 5047억원에서 전년비 1195억원이 증발했다.
 
수출액을 제외하면 상황은 더 심각하다. 지난해 수출 매출액은 811억원으로 전년비 336억원이 순증했다. 반면 내수 매출액은 3040억원으로 전년비 1533억원이나 급감했다. 감소한 금액만으로도 웬만한 중견제약사 규모와 맞먹는 금액이다.
 
◇SK케미칼 사옥.(사진제공=SK케미칼)
이에 대해 SK케미칼 관계자는 "주력품목인 '가다실'의 매출이 줄었고 유통재고를 조정했기 때문"이라고 짧게 말했다.
 
자궁경부암 백신인 가다실은 지난해 부작용 논란에 휩싸이면서 매출이 줄었다. IMS데이터에 따르면 2014년 가다실의 실적은 210억원으로 전년비 220억원 정도 감소했다. 가다실을 빼면 적어도 1000억원 이상이 유통재고 조정으로 감소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하지만 업계에선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보통 제약사들은 도매 재고 물량이 많으면 발주를 조정해 주기적으로 수요와 공급을 맞추는데, 이런 단순 유통재고 조정으로는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이 빠질 수 없다는 것이다. 때문에 업계에선 밀어넣기 영업으로 과집계된 매출이 한순간에 빠진 것으로 보고 있다.
 
SK케미칼 의약품을 취급하는 도매업체 관계자는 "SK케미칼이 그동안 과다 재고를 생산하는 방식으로 영업을 해 왔다"며 "재고 물량을 감안하면 SK케미칼의 매출에서 과집계된 부분이 많았다"고 말했다. 그는 "각 도매업체마다 1~2년치 재고가 있었다"며 "현재 당사에도 SK케미칼의 특정 제품은 과다 재고가 있다"고 설명했다.
 
1개 100원짜리 의약품이 있다고 가정하자. 5개가 시장에서 판매되는 수요다. 하지만 제약사는 10개 제품을 도매에 밀어넣는다. 10개가 출하됐으므로 제약사 매출은 1000원으로 집계된다. 하지만 정작 5개만 판매되며 나머지 5개는 도매에 재고로 쌓인다. 밀어넣기를 반복적으로 하면 매출이 부풀려지는 셈이다.
 
과도한 매출 목표 압박이 밀어넣기 영업의 원인으로 보여진다. 실적 달성에 부담을 느낀 영업사원들이 도매업체에 추가 주문을 요청하는 것이다.
 
앞의 관계자는 "경영진이 공격적으로 목표 매출을 정하고 영업사원들에게 목표로 부여하니까 영업사원들은 밀어넣기 영업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과집계 매출이 유통망 변경과 인력 구조조정 탓으로 한꺼번에 터졌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SK케미칼은 기존에 도매업체에서 총판업체로 유통망 변경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도매는 유통만 담당했다면 총판은 유통과 영업을 동시하는 맡는 아웃소싱 판매대행사다. 이 과정에서 도매에 발주를 줄이고 재고 물량을 정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임직원들이 대거 구조조정된 것도 요인으로 꼽힌다. 영업 담당자가 그만두자 재고 물량의 반품이 한꺼번에 몰렸다는 설명이다.
 
실제, SK케미칼의 매출은 IMS데이터의 실적과 상당한 차이가 난다. IMS데이터 상에서 SK케미칼의 실적은 2013년에 2235억원, 2014년에 2063억원이다. IMS데이터는 약국으로 소비자에게 판매되는 실적을 수집해 분석·가공한 통계자료다. 병원으로 직접 공급되는 의약품을 제외하고 약국에서 소비자에게 공급되는 일반의약품, 전문의약품, 비급여 등이 모두 대상이다. 도매 재고 물량은 잡히지 않는다는 의미다. 
 
증권가에 따르면 SK케미칼의 매출에서 기타와 수출을 제외하고 백신, 처방의약품, 혈액제 등 의약품 부문 비중은 70% 정도다. 2013년 매출액 5047억원에서 3634억원 정도가 의약품 매출이라는 계산이다. 2013년 IMS데이터 실적과 1400억원 정도 차이가 난다. 이는 지난해 매출 감소분과 비슷한 금액이다.
 
공시 매출과 IMS데이터 실적을 비교하면 도매 물량을 어느 정도 살펴볼 수 있다. 공시 매출은 제약사에서 출하된 실적이다. 공시 매출에서 IMS데이터 실적을 제하면 도매 재고 매출을 가늠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IMS데이터가 통계자료라는 것을 감안해도 공시 매출과는 많은 금액 차이가 있는 셈이다. 
  
도매업계 관계자는 "제약사들이 무리하게 목표 매출을 달성하려다보니 밀어넣기 영업을 하게 되는 것"이라며 "재고가 지나치게 쌓이게 되면 결국 한꺼번에 터질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최원석 기자 soulch39@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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