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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전자상가의 내일)희망
제조 스타트업 메카로…민간 주도 3D 프린터·드론·로봇 등 IT 新산업 기지개
2015-05-21 11:00:00 2015-05-22 11:13:40
◇지난 4월 나진상가 15동 지하에서 3D 프린터로 창업을 할 수 있는 공간이 구축되고 있다.(사진=뉴스토마토)
 
용산 전자상가가 장기 침체를 딛고 제조 스타트업(신생 벤처)의 요람으로 변신하고 있다. 조립PC가 뚝딱뚝딱 만들어지면서 'IT코리아'의 성공모델을 그렸던 용산 전자상가가 새로운 아이템으로 재기를 꿈꾼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이를 가장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곳은 나진상가를 운영하는 나진산업. 나진은 최근 용산 전자상가 한복판에 있는 7층짜리 전자월드 건물 전체를 '무한창의협력공간'으로 개조하겠다는 승부수를 던졌다.
 
제조업 혁신을 일으킬 것으로 기대되는 3D 프린터 업체는 물론 이들과 협업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끌어 모아 제조 창업을 용산 전자상가의 새로운 아이콘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앞서 나진은 과학잡지사 동아사이언스와 함께 건물 옥상에 천문대를 설치해 관람객을 모으는 등 침체된 전자상가에 새바람을 불어넣기 위한 시도를 계속해 왔다. 이번에 완전히 새로운 아이템으로 가닥을 잡은 것이다.
 
이를 위해 3D 프린터 교육·컨설팅 업체 STL과 손잡고 무한창의협력공간 사업 관련 공동법인 ICCS(Infinite Creative Corworking Space·가칭)를 설립했다. 
 
권주성 나진산업 미래기획실 과장은 "용산 전자상가가 단순히 전자기기 유통에만 머물러 있으면 미래는 없다"며 확신한 뒤 "상가를 어떻게 바꿀까 고민한 결과, IT와 교육을 결합한 공간으로 탈바꿈시켜야겠다는 결론을 내렸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건물 지하에 있던 다나와, 기가바이트 등 유통·하드웨어 업체들의 자리를 비우고 로킷, 케리마, 신도리코 등 3D 프린터 업체 10곳을 입주시켰다. 이 공간을 업체들의 네트워크 행사와 아이디어 교환의 장이자, 3D 프린터 교육공간으로 구성하기 위해 오픈형 회의실과 강의실, 북카페는 물론 일반 관람객을 유치할 수 있는 체험 이벤트 스테이지도 만들고 있다.
 
아울러 3층 전체는 소프트웨어 개발 공간으로 쓰는 업체를, 4층에는 STL을 비롯해 비츠로정보, 테크업 등 소프트웨어 업체를 입주시키고 있다.
 
김태민 ICCS 공동대표는 "용산은 과거 PC와 게임 등을 통해 IT 분야 이슈를 주도했지만, 지금은 쇠퇴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며 "3D 프린터는 용산의 새로운 키워드가 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아이디어 교환과 교육만 이뤄지는 곳이라면 용산 전자상가보다 유리한 장소가 많다. 전자상가의 변신이 주목되는 또 다른 이유는 전자월드에서 탄생하는 아이디어를 현실화할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고 있기 때문.
 
실제로 이곳에서 사업성이 있다고 판단되는 아이디어를 전자월드 건물 건너편에 있는 나진 15동으로 넘겨 실제 창업을 할 수 있는 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제조 창업 관련 각종 부품도 빠르게 구할 수 있는 입지적 이점도 갖췄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나진산업은 3D 프린터 스타트업 전문 엑셀러레이터(창업 초기기업 육성업체)인 'N15'에 15동 지하공간을 임대해주는 방식으로 이 사업을 적극 지원하고 있다. 과거 주차장이었던 지하공간을 리모델링해 3D 프린터와 레이저 커터, 컴퓨터 수치 제어기(CNC) 등의 장비를 들여와 스타트업의 시제품 제작을 지원할 구상이다.
 
3D 프린터를 활용해 시제품을 자유분방하게 만들고 창업할 수 있는 공간으로는 사실상 국내 최초다. 정부가 대기업과 함께 전국 곳곳에 세우고 있는 창조경제혁신센터에도 3D 프린터 사업을 지원하는 공간이 있으나, 프린터 기기만 설치된 실정이다.
 
물론 N15 또한 창업 초기 단계의 스타트업이고, 나진의 실험이 성공하지 못할 가능성도 있지만, 창업자들은 자신감이 넘친다. N15 창업자 4명은 삼성전자·삼일회계법인 등 안정된 직장을 박차고 나온 고급 인력으로, 기술기반 창업지원업체 '타이드 인스티튜트'의 핵심 멤버로 활동하며 창조경제대상 미래창조과학부장관상을 수상하는 등 실력도 인정받았다.
 
이들은 앞으로 시제품 제작뿐만 아니라 지식재산권, 마케팅, 법률 자문 등도 지원해 스타트업들이 국내와 중국, 미국 등으로 진출하는 데 적극 나설 방침이다.
 
<3D프린터의 모든 것>의 저자 허제 N15 대표는 "중국 선전의 화창베이는 거대한 전자기기 유통단지로 명성을 높였지만 지금은 하드웨어 스타트업 탄생 기지로 거듭나면서 전 세계에서 가장 유망한 IT 밸리로 진화하고 있다"며 "용산 역시 각종 하드웨어, 부품을 대한민국에서 가장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장소로, 제조창업이 태동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을 갖추고 있다"고 강조했다. 
 
나진과 함께 용산 전자상가의 전성기를 이끌었던 전자랜드와 선인상가 역시 변화의 바람에 동참하고 있다. 전자제품을 주로 판매하는 유통 방식만 고집하다가는 침체를 극복할 수 없다는 위기의식에서 비롯했다.
 
전자랜드는 본관 건물 4층 전체를 어뮤즈 존으로 바꿔 변신을 꾀하고 있다. 이를 위해 '드론연합회'와 계약해 드론 체험 공간을 구성하고, 로봇을 주제로 하는 전시·교육관은 물론 RC카(무선조종 모형자동차), 모형 기차 관련 업체를 입주시켜 다양한 볼거리를 마련할 계획이다. 
 
김민우 전자랜드 대표는 "용산 전자상가는 역사적으로도 한국 IT 산업 발전과 함께 했다는 상징성이 있는 만큼 그 특성을 버리지 않고 복합적인 미래 IT 산업분야로 바꿔나가야 한다"며 "가족들이 이곳에 와서 다양한 서비스를 즐기고 체험할 수 있게 하면 전자를 기반으로 하는 종합상가로 변신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선인 또한 로봇 관련 중소 업체들과 대학교 동아리를 모아 상권에 활기를 불어넣을 구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박병수 선인 P&M 대표는 "전자상가 자체로 옛 명성을 되찾으려는 시도는 현실적이지 않다"면서 "젊은이들이 올 수 있는 볼거리와 흥미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충희 기자 donkey36@etomat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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