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테스키외, 라는 이름을 아마 중학생 때 처음 들었지 싶다. 그가 말한 대로, 선생님은 머리?가슴?배의 곤충처럼 사회에도 세 마디가 있다고 가르쳤다. 법을 만들고(입법), 법을 따르고(행정), 법을 따지는(사법), 이른바 법치사회. 곤충의 머리 격인 입법부, 우리는 그 부분을 투표로 만든다.
투표는, 국민을 대신해 법을 만드는 사람 즉 ‘대리인’을 뽑는 제도. 뽑은 사람을 5년 임기의 의원으로 삼고, 그들의 모임을 국회라 부른다. 그곳은 모든 국민이 예외 없이 지켜야 하는 법을 만든다. 그 법을 어김은 여지없이 죄가 되며 벌이 따른다. 해서, 어떤 사람이 국회의원이 되느냐는 꽤 심각한 문제인 것이다.
이론은 이론이고, 실제는 실제인 걸까. 이론으로 배울 때 투표는 빼먹을 수 없는 일인 것 같은데 실제는 그렇지가 않다. “이번 투표, 할까 말까.” 나이 열아홉이 된 뒤 자주 듣는 말이다. 특히 내 또래(20대 중반)에 도드라지던데, 다음 주 선거(4?29 재보선)를 치르는 지역구에 사는 이들은 이 고민을 또 하지 싶다. 투표를 하는 이유, 안 하는 이유 참 다양한데 개중 “투표해봤자 바뀔 거 전혀 없다”는 말이 귓전을 맴돈다. 대체 뭐가 안 바뀐다는 걸까.
첫째, 선거에서 이기는 사람 대부분 거대 정당이 고른 후보자다. 국회의원이 되려면 큰 정당이 지원하는 후보자가 되어야 한다. 알다시피 이 나라 여?야당은 그 안의 몇몇 유력자의 뜻대로 움직인다. 자연스레 그 정당의 선거 후보는 유력자에 종속적이 된 사람이 대부분이다. 신문 정치면을 꽉 채우는 ‘주류?비주류’, ‘친박?비박’, ‘친노?비노’ 등의 단어는 그 징후가 아닐까. 국민의 대리인은 이론(구호)에만 살고, 실제(국회)엔 엉뚱한 것의 대리인이 산다.
둘째, 정당의 선택을 받은 후보 대부분이 기득권이다. 지난 18대 국회(2008~2012) 의원들의 직업을 보자. 판?검사 및 변호사 20.4퍼센트, 정당인 15퍼센트, 공무원 14퍼센트, 언론인 12퍼센트. 이해관계로 여기저기 얽히고설킨 직업군이 입법부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 직업군이 입법부 구성원이 되지 말아야 한다는 건 아니다. 이미 복잡한 이해관계로 엮인 이들이 다시 정당 유력자와 엮임으로써, 국민과 ‘두 번’ 멀어진다는 걸 짚고 싶을 뿐이다.
첫째와 둘째를 잇고 보니, 이미 기득권인 사람이 거대 정당과 이해관계를 맞춰 국회의원이 된다는 말이 된다. 정당과 기득권의 이해관계에서 벗어나지 않는 이의 말, “국민의, 국민에, 국민을 위한”은 한낱 즉흥의 구호일 뿐일지도 모른다. 국민의 뜻은 국회로 들어가 그들이 허용하는 만큼 ‘맞춤 제작’되어, 법이라는 것이 된다. 흔히 법이 보수적임은 숙명이라고 하는데, 단지 숙명의 탓만은 아닌 것 같다.
“투표해봤자 바뀔 거 전혀 없다”는 말은 이 점을 꼬집는다. 민주주의 사회라면서 눈앞에 띄는 문제 하나 대번 풀 수 없음이 갑갑해, 그 표현이 좀 차가울 뿐. 어쩌면 투표는 귀족주의를 민주주의로 꾸미는 화장품일는지도 모른다. 진짜 민주주의는 누구나 법을 만들 기회를, 하다못해 이미 있는 법의 문제점을 따져 물을 수 있다는 희망이 있는 사회 아닐까.
몽테스키외, 라는 이름을 대학생이 되어 다시 들었다. 그가 『법의 정신』에 쓰길, “추첨에 의한 선발은 민주정의 특성이요, 선거에 의한 선발은 귀족정의 특성이다. 추첨은 누구의 감정도 상하게 하지 않는 선발 방법으로, 각각의 시민에게 조국을 위해 봉사하고자 하는 희망을 준다.”
YTN뉴스 캡쳐 / 바람아시아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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