콘텐츠 대가를 놓고 지상파방송 3사와 인터넷TV(IPTV) 3사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다. 입장이 다른 양측이 IPTV 상용화 시간에 쫓겨 협상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결과다. IPTV는 “처음 약속대로 돈을 못 내겠다”며 재협상을 요구하고 있고 지상파방송은 “계약 번복을 용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쉽게 접점을 찾기 힘든 형편이다. 수천억원의 돈(콘텐츠사용료)이 걸려있는 데다 향후 미디어시장의 주도권까지 걸린 문제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사업자 간 계약 문제여서 방송통신위원회 측도 대놓고 나설 입장이 못 된다. 최악의 경우 IPTV에서 지상파방송 송출이 중단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전문가들은 “지난해 의견차가 큰 상태였는데도 서둘러 봉합하다보니 문제가 터졌다”며 “양측이 미디어시장 발전을 위해 서로의 입장을 확인하고 의견차이를 좁혀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 지상파 “IPTV·디지털TV, 콘텐츠 공짜 사용 용납 못해”
지난달 30일 KBS, MBC, SBS 지상파 3사는 ‘방송협회 방송통신특별위원회’ 명의로 “IPTV와 케이블TV가 지상파 콘텐츠를 무상으로 받아 쓰겠다는 행위는 용납할 수 없다”는 성명을 냈다.
지상파 3사측은 “IPTV 3사와 합의해 맺은 기본협약에 따라 지상파방송을 제공했더니 IPTV측은 합리적인 설명도 없이 계약사항을 이행하지 않고 있다”고 성토했다.
특히 케이블TV에 대해서도 “케이블TV의 재송신 행위는 저작권을 위반한 명백한 불법”이라며 “현재까지의 잘못된 관행을 바로 잡기 위해 법적소송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갈등 포인트는 두가지다. IPTV업계가 지상파방송사에 주기로 한 가입자당 비용 산정기준과 펀드 운용을 어떻게 하느냐는 것. 당초 IPTV측은 지상파방송에 비용을 현금과 펀드출연으로 지불키로 약속했다.
MBC와는 가입자당 월 사용대가를 200∼300원으로 정하는 한편 펀드에도 출연키로 계약을 했다. KBS·SBS와는 선 송출 후 협상키로 하고 3개월간 운영 성과를 본 후 시청률 등을 감안해 가입자당 비용을 산정하자고 약속했다.
그러나 IPTV 3사측은 ‘콘텐츠 예산의 대부분을 지상파방송에 다 갖다줄 판’이라며 협상을 다시 하자고 주장한다. 이 경우 다른 방송채널사용사업자(PP)들에게 돌아갈 몫이 없어진다는 것이다.
또 펀드를 누가, 어떻게 운용할 것인가도 갈등거리다. 지상파방송 측은 IPTV 론칭 비용 격으로 펀드운용권을 가져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IPTV측은 그렇게 ‘눈먼 펀드’엔 돈을 못 주겠다는 입장이다. 양측이 공동으로 펀드를 조성하고 IPTV콘텐츠 개발에 써야 한다는 입장이다. IPTV 3사가 지상파 3사에 지불할 펀드 액수는 1500억원 정도 된다.
◇ 예견된 일…KT “콘텐츠 수급 전면 재검토”
이 같은 지상파방송과 IPTV의 콘텐츠 갈등은 예견된 일이었다. 왜곡된 국내 콘텐츠시장이 문제지만 IPTV 사업자측도 오판했다는 지적이다.
IPTV측은 지상파 재전송만 해결되면 성공적인 상용서비스를 할 수 있다고 판단, 서둘러 계약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IPTV 가입자가 늘지 않고 적자가 눈덩이처럼 커지자 지상파 콘텐츠 대가는 ‘배보다 배꼽이 큰 꼴’이 돼버렸다. KT는 지난해와 올해 누적 기준으로 IPTV사업에서 6000억원가량 적자를 낼 상황이다.
또 IPTV측은 지상파방송사와 잘 합의하면 유료방송시장에서 절대적인 시장점유율을 갖고 있는 지상파계열 PP 채널까지 쉽게 손에 넣을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한 것도 문제였다는 지적이다.
현재 IPTV는 스포츠채널인 MBC ESPN 등 핵심 채널을 확보하지 못해 고전하고 있다. 이는 국내 콘텐츠시장이 지상파에 편중돼 있는데다 다양한 콘텐츠산업이 형성되지 못한 결과이기도 하다.
현재 KT는 콘텐츠 수급에 대한 전면 재검토에 착수한 상태다. KT는 국내 주요 PP인 온미디어에 주기로 한 대가도 재검토하자고 제안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KT는 OCN, 온스타일 등 온미디어의 10개 채널을 IPTV에 제공하는데 첫해 155억원을 주고 IPTV용 게임 등 콘텐츠 개발을 같이 하기로 하고 수백억원을 더 주기로 약속한 것으로 전해진다.
[파이낸셜뉴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