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석유화학제품의 '쌀'로 불리는 에틸렌이 8년 3개월 만에 최고 수준의 스프레드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3월부터 국내외 나프타분해시설(NCC)이 정기보수에 나선 데 이어 최근 일부 생산시설이 가동을 중단하는 등 돌발 악재까지 겹치면서 에틸렌 가격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어서다.
7일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3일 기준 에틸렌과 나프타의 스프레드는 톤당 825달러인 것으로 나타났다. 2007년 1월 827달러를 기록한 이후 8년 3개월 만에 최고치다. 스프레드는 제품과 원료가격 차이로 수치가 클수록 수익성이 높다는 것을 의미한다.
통상 업계에서는 스프레드가 400~500달러대 웃돌아야 NCC 업체들이 손익분기점(BEP)을 넘어설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달부터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3월 한 달 평균 스프레드는 톤당 678달러로, 2월 대비 278달러나 올랐다. 4월 첫 째 주 평균 스프레드 역시 톤당 826달러를 기록, 전달 대비 272달러 상승했다. 고공행진이다.
에틸렌 스프레드가 초강세를 유지하고 있는 것은 무엇보다 단기적인 수급 불균형의 영향이 컸다는 분석이다. 한국과 일본, 중국 등 NCC 정기보수가 4~5월에 쏠리면서 에틸렌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국내에서는 LG화학이 지난 달 100만톤 규모(에틸렌 기준)의 대산 공장 내 NCC를 정기보수한 데 이어 삼성토탈이 이달 중순부터 100만톤 규모의 설비 보수에 나선다. 다음 달 중순에는 여천NCC가 86만톤 규모의 NCC를 정비할 예정이다. 해외에서는 현재 미쓰비시케미칼과 바스프가 각각 일본과 중국에서 정기보수를 진행 중이다.
최근 잇따른 돌발 악재들도 에틸렌 공급난을 부채질하고 있다. 태국 국영에너지 기업 PTT는 지난 3월 말 설비문제로 연산 51만5000톤 규모의 NCC 가동을 중단했다. 이로 인해 일부 에틸렌 구매업체들은 시장에서 스팟 거래 물량을 확보하느라 진땀을 흘려야 했다. 정기보수 기간과 겹쳐 에틸렌 재고가 바닥난 탓이다.
한화그룹과의 '빅딜' 문제로 내부 진통을 겪고 있는 삼성토탈 역시 에틸렌 수급의 복병으로 떠오르고 있다.
삼성토탈은 이달 중순부터 한 달 간의 일정으로 대정수(대정기보수를 지칭하는 업계 용어)를 실시할 계획이다. 문제는 생산현장의 주축을 이루는 노조가 매각 반대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토탈 노조는 최근 민주노총 화섬연맹에 가입키로 한 데 이어 정수 기간 중 '8시간 근무' 준수 원칙을 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법정근무 시간 준수가 실행에 옮겨질 경우 정기보수 일정이 당초 계획보다 다소 늦춰질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에틸렌 공급부족 현상이 길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국내외 증설이 주로 다운스트림에 집중된 점도 에틸렌 수급을 악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삼성토탈은 정기보수 기간 동안 스틸렌모노머(SM)의 생산능력을 10만톤 증가시킬 계획이다. 이에 따라 5월 말에는 SM 생산능력이 103만톤에 달할 전망이다.
금호석유화학의 자회사인 금호폴리켐도 현재 6만톤 규모의 에틸렌프로필렌(EPDM) 증설을 진행 중이며, 오는 3분기에는 16만톤의 생산능력을 확보할 예정이다. 앞서 대한유화도 올 초부터 에틸렌글리콜(EG) 설비를 신규 가동하는 등 에틸렌 수요처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반면 에틸렌 공급은 수요 증가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NCC 증설은 지난해 하반기 LG화학이 여수공장에서 생산능력을 15만톤 확대한 것을 끝으로 이렇다 할 계획이 없는 상황이다.
중국에서 올해 연산 150만톤 규모의 증설이 예정돼 있지만, 폴리에틸렌(PE) 생산설비와 수직계열화된 형태다. 따라서 외부 공급 물량은 전무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견해다.
이 같은 분위기는 업황 침체로 고전하는 국내 석유화학 기업의 숨통을 트이게 하는 데 일조할 전망이다. 원재료인 국제유가가 약세를 기록, 매출 감소가 예상되지만 영업이익에서는 견조한 성적표를 내놓을 것이라는 관측이 업계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에틸렌의 높은 수익성이 다른 석유화학 제품의 부진을 상쇄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서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각 업체들의 정기보수로 에틸렌 가격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가운데 PE 가격도 차츰 회복되고 있다"면서 "LG화학과 롯데케미칼 등 대규모 NCC 업체들이 전년 대비 실적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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