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멩이에 걸린 것 같은데요?” 차 안에 함께 타고 있던 인솔교사 김씨가 ‘쿵’소리를 듣고 말했다. “후진하는데 물건이 걸렸나.” 통학버스 운전사 정 씨는 의아한 표정을 지으며 뒷바퀴를 확인하고자 차에서 내렸다. 하지만 돌멩이가 있을 것 같던 자리엔 머리가 피투성이가 된 채 의식을 잃은 3살 난 김세림 양이 쓰러져 있었다.
아이는 즉시 인근 병원 응급실로 옮겨졌고 부모들이 달려왔다. 재롱을 잘 피워 부모는 물론 친척들의 사랑까지 독차지했던 아이였다. 회사에서 딸의 교통사고 소식을 듣고 달려온 아버지는 딸의 손을 쥐었으나 보드라운 손은 이미 차갑게 식어버린 뒤였다.
“아저씨, 우리 아기 어디 있어요? 왜 가루만 남아있나요? 우리 아기 보여주세요….” 다음 날 김 양의 엄마 이모 씨는 딸의 화장(火葬)이 진행되는 동안 오열했다. 아이를 낳기에 젊지만은 않은 36세, 겨우내 얻은 귀한 딸이었다. 한 달밖에 다니지 않은 어린이집이었다.
그 한 달 동안 이 씨는 승용차로 직접 딸을 통학시켰다. 사고가 난 2013년 3월 26일, 배 속에 있던 김 양의 동생 탓인지 몸 상태가 안 좋았던 이 씨는 딸을 처음으로 학원 통학버스에 태워 보냈다. 이날 아이는 엄마 앞에서 춤을 추며 학원 다녀오겠단 인사를 하고는 집을 나섰다. 그랬던 아이가, 따뜻했던 아이가, 차갑게 식어 돌아온 것이다. 충격 탓에 설상가상으로 이 씨는 김 양의 동생마저 유산했다.
세림이 사건으로 어린이 통학버스와 관련된 허술한 제도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통학차량 안전문제에 관한 제대로 된 법안이 없었다. 처벌규정도 미약했다. 세림이 아버지는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법을 만들어달라며 대통령에게 눈물 젖은 편지를 썼다.
통학차량과 관련된 기준을 세울, 이런 사고가 발생할 경우 책임 소재를 분명히 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어달라는 내용이었다. 우여곡절 끝에 어린이 통학버스 관련 도로교통법 개정안이 제정되었다. 2015년 1월 29일부터 시행된 이른바 ‘세림이 법’이다. 하지만 어른들의 무관심 속에선 세림이 법도 무용지물이었다. 법이 시행된 지 채 2달이 지나지 않은 시점에 또 한 아이가 통학버스에 치여 사망했다.
◇개정안 일부 내용(자료=바람아시아)
3월 10일 경기도 광주시에 위치한 어린이집 앞에서 일어난 사고였다. 법적으론 문제가 없었다. 사고 당시 현장에는 인솔교사와 통학버스 운전기사가 있었다. 버스도 안전기준에 맞게 구조를 변경해 신고를 마친 차량이었다. 운전기사와 어린이집 원장은 안전교육도 정상 이수했다. 그런데도 하필 세림이가 태어났던 다음 날에 다른 어린 새싹이 자라보지도 못하고 차바퀴에 짓밟혔다.
이번에도 사고의 원인은 인솔교사와 운전기사의 부주의에 있었다. 당시 교사나 기사가 출발하기 전 잠시라도 통학차량 주위를 둘러봤더라면 생기지 않을 비극이었다. 최근 통학버스 사고 원인 중 62.5%가 안전운전의무 불이행 때문에 발생했고, 사망사고의 75%는 보행자를 발견하지 못했거나, 승하차 어린이의 안전을 확인하지 않은 탓에 발생했다. 4명 중 3명이나 되는 아이들이 어른들의 부주의로 사망하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운전자와 교사를 비난했다. 어느 네티즌은 댓글로 저런 악인들은 사형에 처해야 한다며 온갖 욕설을 퍼부었다. 저들은 부주의로 아이의 생명을 앗아갔으며 부모의 가슴에 못을 박았다. 하지만 저 기사와 교사는 이 시대를 대표하는 자화상이다.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사람으로 우리 모습 상당 부분이 투영되어있다고 할 수 있다.
세월호의 이준석 선장이나 강화 캠핑장 운영자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그들은 평범한 사람들이었다. 사람을 죽인 저들의 악과 마주했을 때 우리가 발견할 수 있는 건 그 평범성이다. 사회 전반에 퍼져있는 악은 악랄하거나 두려운 실체가 아니다. 안전 불감증. 그것은 ‘주의하지 않는 죄’라는 이름으로 우리 곁에 실재한다.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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