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동.맛지도] 지글지글 팬소리
대학가
2015-03-01 11:01:00 2015-03-01 20:58:47
대.동.맛지도 (대학생의 마음을 동하게 한 맛집 지도)
 
나는 음식의 향에 민감하다. 세계 3대 요리 천국중 하나인 중국에 가서 햄버거만 먹다 왔고, 남들 다 먹는 카레 또한 그 특유의 향 때문에 못 먹을 정도니 말 다했다.
  
사실 쌀국수를 먹게 된 것도 3년이 채 되지 않는다. 그전에는 시도조차 해보지 않았던 메뉴이기도 하다. 우연한 계기로 쌀국수의 세계를 접한 이후, 쌀국수의 맛에 푹 빠져서 “맛있는 쌀국수는 이런 것이다!”하는 나만의 기준을 만들어 왔다. 또 해외여행을 가도 베트남 음식점에 들러 그 나라만의 쌀국수를 먹는 일이 필수코스가 되었다. 이런 나의 쌀국수에 대한 애정으로 인해, 나는 나만의 쌀국수 맛집을 여러 곳 확보할 수 있었다.
 
명지대가 위치한 북가좌동의 어느 한적한 골목. 사람 많은 곳을 피해 일주일에 꼬박 한 번씩은 친구와 저녁을 함께하기 위해 이곳에 온다. “어디 맛있는 곳 없을까?” 여기저기 기웃거리다 친구와 고심 끝 들어간 이 가게. 이곳에 처음 간 순간부터 가게의 매력에 내 온 마음을 뺏겨버렸다. 멀리서 보면 베이커리를 연상시키는 고급스러운 간판으로 자신의 존재를 알리지만 커다란 창문 안을 통해 들여다본 가게 안의 모습은 무척이나 깔끔하고 정감이 갔다.
 
나만의 맛집을 선정하는 기준에 포함되는 세 가지 요소인 맛, 양, 가격 모든 것이 완벽했기에 플러스 알파적인 부분은 기준치만 채워도 무난하게 흘러가지만 이곳은 가게의 위치, 내부구조, 서비스 등 까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했다.
 
모던한 인테리어와 함께 아기자기한 요소까지 갖춘 이 가게, 정체가 뭘까?
 
◇밖에서 바라본 가게의 모습. 어둠속에서 밝게 빛나는 파란간판의 팬소리(사진=바람아시아)
◇나무랄 데 없는 깔끔한 인테리어. 마치 카페 같은 분위기를 연상시킨다.(사진=바람아시아)
◇듣기만 해도 군침이 돌게 만드는 지글지글 팬요리의 소리가 들리는 곳의 근원지! 주방장님의 요리과정을 생생하게 볼 수 있다.(사진=바람아시아)
 
전에 몇 번 왔었던 걸 기억하실는지 모르겠지만 가게에 들어가자마자 사장님이 우릴 반겨주셨다. 취재를 위해 가게에 왔기 때문에 평소와는 기분이 색달랐는데, 이전에는 식사를 위해 가게에서 음식을 먹는 일에 집중했다면 오늘은 그동안 신경 쓰지 않던 부분까지 세심하게 살펴보았다.
 
◇가게 한 쪽, 에스프레소 기계와 함께 저렴한 가격에 판매되고 있는 커피(사진=바람아시아)
 
세심하게 살펴본 결과로 새롭게 발견한 사실 하나. 이곳에선 커피 종류의 음료도 판매하고 있었다. 이전에는 눈에 들어오지 않는 부분이었다. 좋은 질문 거리 하나 생겼다는 기쁨을 감춘 채 메뉴를 골랐다.
 
사실 메뉴라고 딱히 정할 필요도 없었다. 우리가 늘 먹던 메뉴는 세트메뉴이기 때문이다. 하나 먹기엔 양이 부족하고 한 번에 여러 개를 나누어 먹고 싶으니 세트메뉴야 말로 우리에게 딱 맞아 떨어지는 메뉴임이 틀림없었다.
 
◇원래 저렴하지만 더 가격을 내린 메뉴판(사진=바람아시아)
 
“뜨헉.” 소리가 날 정도로 저렴한 가격! 세상에나 어떻게 볶음밥, 볶음면, 쌀국수세트가 15000원일 수가 있을까? 보통 다른 가게에서는 쌀국수 한 그릇에 9천 원 남짓 하는데 말이다.
 
“아마 사장님은 전생에 천사이셨던 게 분명해.” 라고 마음속으로 감탄을 연발했다.
 
10분 정도 기다렸을까, 친구와 하하 호호 일상 이야기로 수다 꽃을 피우는 중 “주문하신 메뉴 나왔습니다.” 라는 반가운 소리가 들렸다.
 
아니, 이렇게나 빨리?
 
◇푸짐한 한 상차림. 든든한 저녁이 되겠다(사진=바람아시아)
◇오늘의 주인공 쌀국수. 반신욕을 하듯 살짝 내려앉은 숙주가 어서 먹어보라며 재촉한다(사진=바람아시아)
 
◇볶음면! 달달하면서도 매운 맛이 특징이다(사진=바람아시아)
◇각종 채소들과 어우러진 담백한 맛의 볶음밥. 양이 적어보이지만 실제로는 꽤 많다(사진=바람아시아)
 
여기서 또 한 번 통하는 순간. 대화는 거두고 늦은 저녁식사 즐기기.
 
친구와 나는 익숙하다는 듯 열심히 접시를 비워냈다. 이것도 먹고 저것도 먹고 젓가락과 숟가락이 마를 새가 없었다.
 
햄버거에는 감자튀김이 있고 자장면에는 단무지가 있듯이 쌀국수엔 볶음밥과 볶음면이 있었다. 볶음면이 조금 맵다 싶으면 쌀국수를 후루룩. 고들고들한 볶음밥을 먹다 심심하면 볶음면 한 젓가락 호로록.
 
여기에 양파와 피클까지 더해지니 이거야 말로 금상첨화. 젓가락과 입이 면으로 연결된 듯 며칠 굶은 사람처럼 열심히 먹었다. 정정하자면 먹기 보다는 흡입에 가까웠다.
 
◇마치 전쟁을 치른 듯 한 접시들, 먹고 또 먹은 후 배가 불러서 위가 늘어날 지경까지 되었다(사진=바람아시아)
 
깊은 포만감을 느끼며 잠시 휴식시간을 가지고 있는 우리에게 서비스라며 수줍게 아메리카노를 내미시는 사장님. 후식으로 깔끔한 아메리카노 한잔과 함께 팬소리 사장님과의 조금은 특별한 인터뷰를 시작했다.
 
제가 제일 궁금했던 건 가격입니다. 보통 홍대나 신촌 같이 번화가로 가면 쌀국수만 한 그릇에 만 원 정도 하는데 이 세트메뉴는 만 오천원 이예요.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따로 있나요?
 
우선적으로 이 건물의 주인이 저 라는 것이 첫 번째로 가격이 저렴한 이유가 되네요. 보통 프랜차이즈 베트남 쌀국수 가격은 8~9천 원 정도인데요. 제가 가격을 맞출 수 있는 이유는 간단하게 월세가 안 들어와서죠.
 
특별히 대학가이기 때문에 대학생들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하신 건가요?
 
네. 그런 것도 있죠. (웃음)
 
가게를 열게 된 계기가 있으시다면 알 수 있을까요?
 
제가 음대를 나와서 그 전에 관현악단에서 10년 정도를 연주했어요. 시립, 도립, 국립까지 했었죠. 그러고 나서 고등학교 음악교사를 8년 정도 했어요. 교사를 하다가 애들과는 잘 안 맞는다고 생각하고 사업을 하게 됐죠.
 
◇인형들 사이에 위치한 작은 사진하나. 사장님과 아쟁이 함께한 10년의 세월을 말해주는 것만 같았다. 가볍게 식사를 하기 위해 왔을 때와는 달리 가게 곳곳을 둘러보며 사장님의 섬세함에 놀랐다.(사진=바람아시아)
 
요리를 즐겨하셨나요?
 
요리는 할 줄 알던 게 아니라 따로 배운 거예요. 4년 정도 배웠죠.
 
지금 주방에 계신 분은 20년 정도 하신 분이에요. 저분은 직접 몸으로 일을 하시면서 배우신거고 저는 교육을 통해서 레슨을 받고 거의 공부하는 거와 똑같이 선생님께 가서 배웠어요. 천안에 쌀국수를 정말 잘하시는 분이 계세요. 천안에 아무 연고도 없는데 찾아가 배우고 싶다고 찾아갔지만 받아주시지 않으셨죠. 그 다음에 철판요리를 배우기 위해 강남에 철판요리전문점에 갔지만 너는 나이가 너무 많고 원래 요리 하던 사람도 아니라 안 된다고 하셨어요. 뭘 할 수 있겠느냐 하셨죠.(웃음)
 
그래서 결국 거기서도 못 배우고 성남에 있는 철판요리전문점에서 배우게 되었죠.
월급은 하나도 없고 그곳에서 숙식하는 데만 150정도 들었어요. 그렇게 2년정도 배운 뒤, 식당(프랜차이즈)에서 일했어요. 저는 월급은 없어도 되고 일만 배워도 상관이 없었어요.
  
요리가 하고 싶으셨던 건가요?
  
요리가 하고 싶다기 보단 프랜차이즈 사업이 하고 싶어서 에 가까워요. 사업을 하되, 혼자서 할 수 있는 식당을 해보자 이 생각으로 시작했어요. 요즘 가게하시는 분들 대부분이 요리를 할 줄 모르시더라고요. 그래서 보통 사람을 많이 쓰시는데 그게 더 힘이 들 거예요. 본인이 할 수 있는 요리를 만들면 되는데 그걸 못하는 거죠. 그래서 저는 만드는 과정을 선택하는데 있어서 베트남 쌀국수를 선택하게 되었어요. 베트남 쌀국수를 만드는 게 복잡하진 않은데 정석적으로 하려면 힘들어요.
 
베트남 쌀국수가 처음으로 들어온 음식점이 호야빈이에요.
 
호야빈은 원래 미국사람들이 베트남전 파병을 갔다가 돌아와서 다시 베트남 쌀국수를 먹고 싶은데 먹을 수 없어서 만들게 된거죠. 그래서 미국화식 된 쌀국수집인데 그걸 우리나라로 들여오면서 다시 한국식 입맛에 맞게 조리한 거예요.
 
저희 집이 약간 호야빈과는 다르게 진해요. 저희는 맛이 좀 더 강하게 낼 수 있게 조리를 하고 있어요. 그리고 다른 볶음 면이나 볶음밥은 제가 직접 소스를 개발해서 굉장히 매콤합니다. 한국사람 입맛에 맞춰서 개발하게 된 건데, 매운 요리 잘 못 드시는 분들은 맛을 맞춰드려요. 오시는 분들에 따라 더 맵게 또는 덜 맵게 해드리죠.
 
여기서 한 가지 궁금증이 풀렸다. 주문한 요리가 빨리 나올 수 있었던 이유는 바로 철판 덕분이었다. 요리하는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게 철판을 계속 달궈놓는다고 하셨다. 그렇기 때문에 철판에 재료들을 놓으면 바로 익어 순식간에 요리가 가능했던 것이다.
 
◇철판위에서 휙휙 지나가버리는 주방장님의 빠른 손놀림. 이렇게 볶음밥이 만들어졌군(사진=바람아시아)
 
커피도 따로 배우셨나요?
 
제가 원래 커피를 좋아했어요. 그전부터 배워놨다가 바리스타교육을 따로 받고 학교 다니면서 연수 다닐 때 배워보기도 하고, 커피 맛있는 집에 찾아 가서 방학 때 배우고, 동네 커피전문점에서도 배워보다가 대학로로 가 본격적으로 배우기 시작했어요.
 
가게에서 특히 중점을 두는 부분이 있다면 어떤 건가요?
 
청결은 당연한 것이고 음식 맛은 획일화 되어 있으니 호불호가 갈리는 수준이죠.
 
일단 음식은 거의 프랜차이즈화가 되어있는 거고, 철판 좋아하시고 쌀국수 좋아하시는 분이라면 보통 좋아하신다고 생각해요. 고객서비스부분에서는 저와 종업원분들의 생각이 다르다는 것 정도. 저는 거짓된 친절은 몸에 나온다고 생각하기에 특별히 종업원 분들께 강요하진 않아요.
 
팬소리에서 가장 자신 있는 메뉴는 어떤 거라고 생각하시나요?
 
볶음밥이라고 생각합니다. 돈을 많이 투자하기도 했고 특히 요리하는 철판이 굉장히 비싸요. 철판 두께가 35센티예요. 보시면 철판만 덩그러니 있어요. 밑에 가스가 있는데, 가스는 180도를 맞추기 위해 하루동일 켜둬요. 가스비가 한달에 70만 원 정도 나오죠. 요리 특성상 그럴 수밖에 없어요.
 
개인적으로 궁금한 질문인데, 쌀국수를 맛있게 먹는 방법이 따로 있을까요?
 
맛있게 드시면 되요. (웃음)
 
보통 쌀국수를 시키면 숙주가 따로 나와요. 그런데 우리는 숙주를 같이 줘요. 맨 처음 드실 때 숙주를 한번 뒤집어서 면이 위로 올라오게 해서 숙주가 잠기게 드시면 더 맛있으실 거예요. 우리 집 칠리소스는 제가 직접 만든 거라 다른 집과는 달라요. 단맛과 매운맛 둘 다 나요. 우리 집 쌀국수 칠리소스가 맛있죠. 그리고 숙취해소엔 쌀국수!
 
앞으로의 바람이 있다면요?
 
저는 특별할 건 없고 모두들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어요. 그리고 장사도 다 잘됐으면 좋겠고요. 그리고 우리 가게 오셔서 맛있게 먹고 갔으면 좋겠어요.
 
처음 갔을 때 안팎 인테리어와는 다르게 비교적 싼 가격에 한번 놀랐고 이 가격에 비해 어마어마한 음식량에 두 번 놀랐다. 그리고 인터뷰를 하며 사장님의 인생이 담긴 쌀국수, 그리고 그걸 위해 인생을 담보로 한 용기와 결단력에 세 번 놀랐다.
 
평소에 아무 생각 없이 가는 음식점에도 사장님들 각자의 인생이 담겨있고 나름의 사정이 있다는 사실을 새롭게 느낄 수 있었다. 지금 내 옆을 지나가는 사람도 그 사람만의 삶이 있을 텐데, 그렇다면 다들 무슨 생각을 하며, 어떤 인생을 사는지 몹시 궁금해지기도 했다. 당연한 사실을 새삼스럽게 생각하는 내가 어찌 보면 웃기기도 했지만 그 당연한 사실이 특별하게 다가오는 날이었다. 신선한 충격을 받은 걸까? 한 시간 남짓한 시간 속에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가게를 나오며 “인생은 예상대로 흘러가지 않기 때문에 더욱 재미있다.”는 말이 생각났다. 인터뷰 내내 “멋있다.”라는 말을 연발했던 나. 그 말처럼 사장님은 멋진 삶을 사시는 것 같았다.
 
팬소리의 파란 간판을 뒤로하고 골목길을 걸어 돌아가는 길에서 불러진 배만큼 마음도 꽉 채워 오는 것 같아 기분이 좋았다. 모든 사람이 행복해 지길 바란다는 사장님의 바람처럼 팬소리를 찾는 사람들이 음식을 통해 기쁨과 행복함을 얻길 바라게 되는 밤이었다.
 
박다미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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