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쩐의 전쟁 금호산업 인수전..치열한 암투
2015-02-26 17:06:32 2015-02-26 17:06:32
ⓒ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차현정,이종용,김수경 기자] 금호산업 인수전(M&A) 판이 생각보다 커졌다. 대어 신세계가 막판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것을 비롯해 6개의 인수 후보들이 얼굴을 드러냈다. 신세계의 참여에 따라 경쟁관계인 롯데나 CJ 등이 다른 인수 후보자들과 손잡고 우회적으로 끼어들 가능성까지 제기된다.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박삼구 금호아시아나 회장의 불안감도 커졌다. 상대가 적어낸 금액보다 단 1원이라도 많이 써내면 금호산업을 다시 품에 안을 수 있어 유리함은 여전하다. 다만 자금 동원력에 있어 현저히 밀리는 터라 인수전은 한치 앞을 예측하기 어렵게 됐다. 이미 커질대로 커진 판은 ‘백기사’(우호적 인수자)의 등장 여부에 따라 크게 요동칠 전망이다.
 
◇6개의 보이는 창과 보이지 않는 창..그리고 1개의 방패
 
26일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에 따르면, 전날 금호산업 인수의향서(LOI) 제출마감 결과 신세계와 호반건설, IBK펀드, MBK파트너스, 자베즈파트너스, IMM 등 6개 후보자가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시장에서는 신세계의 참여에 주목하고 있다. 인수 이후 시너지효과가 큰 데다 풍부한 자금력까지 갖췄기 때문이다. 신세계는 24일까지만 해도 정용진 부회장이 직접 참여 여부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을 피력했으나 마감 결과 참여가 확인됐다.
 
호반건설은 금호산업과 함께 호남을 대표하는 기업으로 인수 의사를 강하게 드러내왔다. 금호산업 지분도 갖고 있다. 다만 단독으로 입찰하기에는 자금력이 충분치 않을 것으로 보여 본입찰까지 끌고갈 지에 대한 의문은 남아 있다.
 
IBK펀드와 MBK파트너스, 자베즈파트너스, IMM은 사모펀드(PEF)다. 표면적으로는 2개 전략적투자자(SI)와 4개 사모펀드가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지만, 시장에서는 롯데나 CJ가 이들 사모펀드와 손잡고 인수전에 우회참여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가면을 쓴 재무적 투자자일 수 있다는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당초 거론돼 온 롯데나 CJ 등 일부 그룹사가 전략적으로 사모펀드와 손잡고 인수전에 참여한 것일 수 있다"며 "핫딜 인수전인 만큼 그 가능성은 높다"고 말했다. 특히 산업은행이 국적 항공사인 아시아나항공의 경영권을 사모펀드에 내줄 가능성은 지극히 낮기 때문에 배후를 눈여겨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표면적으로는 신세계의 경쟁력이 가장 우월하다는 진단이다. IB업계 또 다른 관계자는 "베팅할 만한 자금력이 우수하고, 인수주체는 매각주체의 밸류를 끌어올리는 게 관건인데 그 점에 있어서도 신세계는 역할 경쟁력이 충분하다고 본다"고 분석했다.
 
반면 사모펀드의 경우 3년 후 해산시기 이익을 취하려면 기본적으로 내부수익률(IRR) 8%까지 신경써야 한다. 그러려면 적어도 금호산업 현재 실적의 1.3배 수준은 넘어서야 한다. 사모펀드의 특성상 신세계만큼의 역할이 불가능할 것으로 보는 이유다. ‘가면 쓴 참여’의 가능성을 높게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 “무조건 인수하겠다”는 박삼구 회장..‘자금’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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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곽을 드러낸 6개의 인수 후보자와 숨어 있는 인수 후보자까지 생각하면 우선매수청구권을 가진 금호아시아나도 마냥 안심할 수만은 없는 상황이 됐다.
 
금호산업은 금호아시아나그룹의 사실상 지주회사다. 현재 채권단이 지분 57.6%를 보유하고 있다. 금호산업이 넘어가면 아시아나항공과 그 아래로 연결돼 있는 금호터미널, 에어부산 등의 경영권이 줄줄이 넘어간다. 금호타이어 하나만 남게 되는 전면 해체다. 
 
때문에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반드시 인수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지만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자금이다.
 
금호산업 인수대금은 값이 치솟으면서 1조원 안팎으로 추산되는데, 현재로서는 이른바 ‘백기사’라는 우군을 끌어들이지 않고서는 쉽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박 회장과 사돈지간인 대상그룹이 백기사로 거론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이에 대해 대상그룹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는 참여를 검토한 적도, 향후 계획도 없다"고 일축했지만, 처남·매제의 사돈지간임을 감안하면 가능성을 배제하기도 어렵다.
 
또 일부 사모펀드가 금호아시나그룹의 백기사의 역할을 자처할 가능성도 있다. 소수 의견이지만, 막판에 인수의향서를 제출한 신세계가 백기사로 돌아설 것이라는 대반전도 제기된다. 신세계는 광주신세계백화점 임대차 등으로 금호아시아나그룹과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그러나 채권단이 컨소시엄 구성 자체를 차단할 경우 이야기는 크게 달라진다. 공정성 시비를 막기 위해 실사에 참여하지 않는 기업이 컨소시엄을 구성하지 않는다는 확약서를 받을 경우 박 회장을 도와줄 ‘백기사’는 존재할 수 없다.
 
이 경우 산업은행의 호의적 지원 가능성이 유일한 희망이다. IB업계 관계자는 "금호산업의 매각주관사인 산업은행은 금호산업이 워크아웃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도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했기 때문에 이번 인수전에서도 호의적으로 지원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채권단 입장으로는 투자한 원금을 회수할 수 있느냐가 가장 중요하다"며 말을 아끼고 "매각가로 1조원 수준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지금 주가로 환산해 최대산정가로 부풀려진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금호아시아나 측은 인수전의 판이 커진 데 대해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금호아시아나그룹 관계자는 "원주인이 자기 물건 찾아가겠다는데 도의상, 정서상 타 그룹사가 참여할 줄은 몰랐다"며 격앙된 표정과 함께 "신세계와 경쟁사인 롯데가 우회적 참여도 없다고 명확히 밝힌 만큼 신세계가 드롭(포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는 기대감을 전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신세계가 정말 인수 의지를 갖고 달려든다면 우리도 부담이지만,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한다는 데는 변함 없다"며 "그룹의 사활이 달린 만큼 무조건 인수한다는 게 우리 방침"이라고 강조했다.
 
금호산업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과 매각주관사인 크레디트스위스는 이달 말 또는 다음달 초에 입찰적격자를 선정한 후 통보하고, 예비실사를 거친 후 본입찰 제안서를 받을 계획이다. 최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은 4월로 예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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