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 기자회견'이 13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렸다.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영화인들이 박근혜 정부를 향해 한목소리로 '표현의 자유'를 요구하고 나섰다. 영화인들의 집단 성명은 지난 2005년 스크린쿼터 축소 논란 이후 10여년 만이다. 이번 정부들어 표현의 자유와 독립성, 자율성이 침해되고 있는 것에 대해 더이상 좌시하지 않겠다는 영화인들의 강경한 의지의 표현으로 보인다.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영화인 대책위원회(영화인 대책위)'는 13일 서울 중구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영화인 대책위에는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한국영화감독조합, 한국영화프로듀서조합, 한국독립영화협회, 전국영화산업노동조합, 독립예술영화관모임 등 70개의 영화 관련 단체들이 소속돼 있다.
이날 이들은 "부산시는 지난해 감사 결과를 근거로 그동안 부산국제영화제의 성공에 이바지해온 이용관 집행위원장에게 갑작스레 사퇴를 요구했다"며 "부산시 일부 직원들은 여전히 부산국제영화제를 향해 일자리 창출을 비롯한 발전 방안과 쇄신안을 내놓으라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한편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영화제 영화 상영 등급 분류 면제 추천 제도의 수정을 꾀하고 있다. 지난달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획전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의 영화 상영 등급 분류 면제 추천이 취소되는 사태가 발생했다"며 "또 영화진흥위원회에서는 예술영화전용관에 대한 지원도 축소하려 하고 있다. 예술영화 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과 다양성 영화 개봉 지원 사업을 통폐합하는 '한국 예술영화 좌석 점유율 지원 사업'은 영화진흥위원회가 26편의 영화를 지원 대상으로 정해 이를 상영하지 않으면 지원하지 않겠다는 것을 골자로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지난 1월 23일 부산시는 인적 쇄신을 요구하며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사퇴를 종용했다. 하지만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보복성 조치"라며 반발했다. 부산영화제는 지난해 세월호 참사에 대한 내용을 다룬 다큐멘터리 영화 '다이빙벨'을 상영하지 말라는 서병수 부산시장 요구를 거부했다. 지난달 27일 서병수 시장과 이용관 집행위원장 간의 면담이 이뤄지면서 사태가 일단락되는 듯했지만, 그 이후에도 이용관 집행위원장의 거취를 두고 부산시 측의 지속적인 압박이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영화인들의 주장이다.
또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영화 상영 등급 분류 면제 추천 제도의 수정과 예술 영화 전용관에 대한 지원 축소에 나서면서 영화인들의 비판을 받고 있다.
기존의 영화 상영 등급 분류 면제 추천 제도에 따르면 영화진흥위원회나 정부, 지자체 등이 주최, 주관, 후원하는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는 영화진흥위원회 위원장의 추천이 있으면 등급 분류를 면제받을 수 있었다.
국내엔 제한상영가 전용 극장이 없는 만큼 제한상영가 등급 판정은 사실상 상영 불가를 뜻한다. 그런 가운데 영화 상영 등급 분류 면제 추천 제도는 제한상영가 영화가 극장에서 상영될 수 있는 유일한 통로였다. 하지만 지난달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에서 열릴 예정이던 기획전 '2015 으랏차차 독립영화'의 개최를 앞두고 이미 면제 추천을 받은 영화들의 등급 분류 면제 처분이 행정상 실수를 이유로 갑작스럽게 취소돼는 사태가 발생했다. 당시 등급 분류 면제 처분이 취소된 영화 중 하나가 박근혜 대통령을 풍자한 영화 '자가당착'이었다.
영화진흥위원회 측은 이후 "영화 상영 등급 분류 면제 추천 제도가 변경될 계획"이라고 밝혔고, 영화인들은 "영화제에서 상영되는 영화들의 등급 분류를 면제해주는 것은 그나마 헌법에서 보장하는 표현의 자유에 숨통을 틔워주는 것이었는데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이 숨통을 막으려 하고 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영화진흥위원회는 최근 기존의 예술영화 전용관 운영 지원 사업과 다양성영화 개봉 지원 사업을 개편한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안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 예술영화 좌석점유율 지원 사업은 "영진위가 지정한 위탁 단체가 선정한 26편의 영화를 상영하는 경우에만 지원하겠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에 대해 영화인들은 "영화진흥위원회가 선정한 작품을 조건 없이 수용하고 상영해야 하는 제도로서 독립예술영화 시장의 자율성을 해치는 사안"이라며 비판하고 있다.
정윤철 한국영화감독조합 부대표는 "영화에 좌우 이념 논쟁이 끼어들면 안 된다. '다이빙벨'과 같은 영화는 특정 이념을 담은 영화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불필요한 논쟁이 생겼다"고 의견을 밝혔다.
이어 "특정 집단이 영화를 평가하고 심의하고 등급을 매기는 것 자체를 굉장히 조심스러워야 한다. 자신들이 다 컨트롤하려 하고, 입맛에 맞는 영화만 지원하겠다는 건 시대착오적인 생각"이라며 "현장을 잘 모르는 교수 출신들이 영화진흥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와서 영화계를 말아먹고 있다. 영화를 진흥시키는 것이 아니라 후퇴시키고 있다"고 쓴소리를 했다.
이은 한국영화제작가협회 회장 역시 "'국제시장'은 우파 영화, '변호인'은 좌파 영화 식으로 편가르기를 하고 있다. 정부 당국에서 표현의 자유와 관련해 뭔가 길들이기를 하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끼고 그것에 대해 한 치의 양보도 할 수 없다는 생각에서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표현의 자유 사수를 위한 범 영화인 대책위원회' 측은 김종덕 문화체육관광부 장관과의 면담을 공개적으로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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