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다니기 ② -이 한 몸 뉘일 곳 上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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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12 10:40:00 2015-02-12 14:42:48
김포공항에 나보다 큰 가방을 가져온 사람은 없어 보였다. 나는 새로 산 32인치짜리 ‘이민 가방’에 베개며 이불까지 우겨넣었지만, 정작 미국에서의 삶에 대해서는 그다지 준비된 바가 없었다. 출국 심사 중 미국 현지 주소를 묻는 질문에는 학교에서 보낸 임시 숙소 리스트 중 가장 위에 있는 모텔의 주소를 써 넣었다(물론 그 모텔이 어디 있는지는 몰랐다). 그나마 미국 생활 준비랍시고 한 것은 캘리포니아의 따가운 햇볕에 대비하여 면세점에서 선글라스를 구입한 것뿐이었다. 태평양을 건너는 내내, 내 마음은 미국 생활에 대한 설렘이나 걱정보다는 레이벤 선글라스를 꽤 괜찮은 가격에 구입했다는 뿌듯함 쪽에 쏠려 있었다.
 
김포 공항에서 하네다 공항까지는 약 2시간, 하네다 공항에서 샌프란시스코 공항까지는 약 9시간이 소요되었다. 현지 시각(PST) 오후 4시경 샌프란시스코 공항에 도착했다. 물어물어 버클리 행 전철을 타고 한 번의 환승 실수를 거쳐 캠퍼스 인근 전철역에 도착한 것은 오후 6시경. 세 개의 가방을 들고 낑낑대며 계단을 올라 마주한 이 동네는 내가 기대한 만큼 상냥한 곳이 아니었다.
 
이미 해는 완전히 저물어 어두웠고, 대학생보다는 홈리스로 추정되는 사람들이 더 많아 보였다. 그들은 도무지 알아듣기 힘든 영어로 저마다 구시렁대거나 아예 악을 질러대고 있었고, 그들이 모인 곳에서는 대마초 노린내가 났다. 한국에서 쓰던 스마트폰은 이곳에서는 전혀 스마트하지 않았고, 출국 심사 때 적어낸 YMCA 호텔이 어디에 붙어 있는지는 도무지 알 길이 없었다. 머리가 지끈거렸다. 이런 건 내가 그린 시나리오에는 없던 장면이었다.
 
◇버클리 가는 전철(BART)(자료=바람아시아)?
 
약 20분을 헤맨 끝에 YMCA 호텔을 찾는 데 성공했으나, 상황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YMCA 호텔은 고풍스러운 빅토리아 양식 건물이었으나, 그 내부는 그 외관이 선사하는 기대를 전혀 충족시키지 못했다. 흰 페인트로 칠해진 벽은 언뜻 보기에도 매우 얇았고, 역시나 복도와 옆방에서 나는 발걸음소리, 전화 통화하는 소리, 코 고는 소리를 전혀 차단하지 못했다. 홑유리로 된 창문은 창틀과 아귀가 맞지 않아 쌀쌀한 저녁 공기가 창문 틈으로 새어들었다. 낡은 초록색 시트가 깔린 침대는 심하게 삐걱거렸고, 샤워를 하거나 용변을 보려면 지저분한 공용 화장실을 이용해야 했다.
 
전반적으로 호텔이라기보다는 만리타향에서 갈 곳 없고 지친 나 같은 유학생을 위한 임시 수용소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곳이었다. 리셉션 데스크에 있던 인도계 할아버지는 키를 건네며 연신 “Free Wi-fi"를 강조했으나, 이곳은 ”Free Wi-fi(무료 와이파이)"라기보다는 “Wi-fi free(와이파이 청정지대)"에 가까운 듯했다. 우리나라처럼 블록마다 공인중개사가 있지 않은 이 동네에서 살 집을 찾기 위해선 인터넷이 절실했다. 인터넷도 사용하고 허기도 달랠 심산으로 헤매던 중 눈에 띄었던 맥도날드로 향했다.
 
◇YMCA호텔(자료=YMCA홈페이지)
 
“빅맥 지수”라는 것이 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에서 매년 상·하반기에 발표하는, 빅맥 가격을 기준으로 각국의 물가 수준을 가늠하는 경제 지수다. 그런데 세계 각국의 맥도날드는 비단 빅맥 가격뿐만 아니라 전반적인 분위기에서도 뚜렷한 차이를 보여주는 듯했다. 한국이나 홍콩에서 맥도날드가 주로 젊은이들이 끼니를 때우기 위해 찾는 간편한 식당인 반면, 인도에서 맥도날드는 패밀리 레스토랑 정도의 위상을 가지고 있었다.
 
한편, 이곳의 맥도날드는 (특히 해가 진 이후에는) 홈리스들의 쉼터로 많이 이용되고 있었다. 빅맥을 먹으며 사설 기숙사와 아파트 홈 셰어(home-share) 등 버클리 인근의 주거시설을 알아보았으나, 한국 맥도날드에 비해 다소 뒤숭숭한 분위기 때문인지 도무지 생각을 정리하기가 힘들었다. 맥도날드의 사회적 위상을 통해 한 나라의 전반적 삶의 수준을 비교해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지금 내 상황에는 별다른 도움이 되지 않는 엉뚱한 상상을 하기도 했다.
 
◇버클리 인근 주거시설(사진=바람아시아)
 
언제든 사용 가능한 스마트폰이 내 손에 들려 있느냐 하는 것은 대한민국의 보편적인 이십대에게는 의식주만큼이나 중요한 문제였다. 용케 조금 늦은 시간까지 운영하는 이동통신사 대리점을 찾아 선불 유심 칩을 구입하고 데이터를 충전할 수 있었다. “호텔”로 돌아와 가족과 친한 친구들에게 전화를 걸어 무사히 도착했음을 알렸다. 애써 태연한 척 했으나, 나는 그리 안녕치 못했다. 당장 내일 묵을 곳을 찾아야 한다는 부담감에 더불어, 사소한 문화적 차이들도 나를 불편하게 만들었다.
 
샤워를 마친 후 축축한 발에 다시 운동화를 신고 방으로 돌아와야 한다는 사실이 여간 께름칙하지 않았다. 옆 방 사람이 시끄럽게 코를 골아대는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에 들지 못했다. 새벽 네 시를 가리키는 스마트폰 시계를 들여다보며, 불면의 원인이 비단 시차 때문만은 아닐 것이라고 생각했다.
 
<교환학생 Tip>
 
교환학생의 캐리어에 자주 등장하는 품목 중 하나가 컵라면, 김, 고추장, 즉석밥 등 간편한 한국음식이다. 그런데 의외로 이런 음식들은 미국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으며, 가격 차이도 감수할 만한 수준이다. 예를 들어, 한인 마트가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미국 식료품점에서 한국식 컵라면을 판매하며, 그 가격은 $1~1.5 수준이다.
 
또한, 미국은 110볼트 전원을 사용하기 때문에 일명 “돼지코”라 불리는 플러그 어댑터를 넉넉히 구비해 와야 한다. 전자기기 충전기 등은 대부분 프리볼트이다. 따라서 플러그 앞에 돼지코를 꽂으면 바로 사용이 가능하다(고로 미국 교환학생이 최신 스마트폰으로 갈아타기 위한 구실이 되어 주지는 못한다).
 
그러나 국내에서 판매되는 헤어드라이어 등 일부 전자제품은 110볼트를 지원하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잘 확인하고 가져와야 한다. 또한, 국내에서 사용하던 멀티 탭을 하나 구비해 오면 돼지코 하나로 여러 개의 국내용 전자기기에 동시에 전원을 공급할 수 있으므로 매우 유용하다.
  
이지운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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