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를 보다 문득, 인생의 원근법에 대해서
책잡힌 사람
2015-02-02 09:17:00 2015-02-02 11:10:34
“인생은 멀리서 보면 희극,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다.”
 
찰리 채플린은 인생이 그것을 바라보는 관찰자의 시공간적 위치에 따라 그 모습을 달리한다고 말했다. 기억을 더듬어보자면 이 말이 떠오른 순간은, 아마도 해고된 마트 여직원들이 사측이 고용한 알바생들에 의해 계산대가 점령되는 것을 온몸으로 막는 장면이었던 것 같다. 분명 그 순간 마트의 계산대는 삶의 전쟁터였다.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우리 식구들과 내 한 몸 건사하기 위해 벌이는 전쟁.
 
그런데 감독이 의도한 것인지 모르겠지만(아마도 의도한 것으로 보인다), 그 장면에서 약간의 웃음코드를 발견한 건 나뿐 만은 아니지 싶다. 분명히 슬픈 그림인데, ‘어벤져스’가 아닌 ‘아줌마s’의 밀고 당기는 몸싸움과 익살스레 일그러지는 표정은 왠지 피식피식, 웃음을 유발했다. 동시에 가까워졌다 멀어졌다 하는 카메라 워크를 보면서, 머릿속엔 찰리 채플린의 문장이 표류했다.
 
◇"낙수물로 바위를 뚫을 수 있을까요"(사진=영화 '카트' 일부)
 
<카트>는 우리 사회의 ‘갑-을(甲乙)’ 관계망을 폭넓게 보여준다. 그 속엔 기본적인 틀인 더마트 측과 계약직 노동자의 싸움(노-사)부터 최소한의 약속만 지켜달라는 노동자들을 되레 탄압하고 체포하는 경찰(공권력-사회적 약자), 철저히 권력과 돈의 편에서 보도되는 뉴스(언론-사회적 약자), 심지어 분명히 일을 했음에도 미성년자라는 이유로 무시하며 제대로 임금을 지불하지 않는 편의점 사장(성인-미성년자)까지 담고 있다.
 
또 영화 속 등장인물은 4년 동안 벌점 하나 없이, 추가 수당도 못 받으며 밥 먹듯이 연장 근무하던 ‘선희’를 비롯해 모두 성실함만 믿고 하루하루 살아가는, 인간미가 배어있는 사람들이다.
 
◇"그런데 우리가 왜 물을 맞아야 하는거죠"(사진=영화 '카트' 일부)
 
◇미성년자인 ‘태영’이 처음 마주한 사회의 모습은, 바로 ‘을’의 대물림이었다.(사진=영화 '카트' 일부)
 
이는 모두, 그들의 삶을 ‘가까이서’ 비추어 ‘비극’을 드러내기 위함일 테다. 그런데 사실 엄밀히 말하면 우리는 그들의 비극을 가까이서 본 것 ‘같은’ 것이지, 가까이서 본 것은 아니다. 물론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였지만, 예컨대 우리가 본 주인공 선희는 현실을 본떠 만든 것이므로 현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들이 느낀, 삶의 벼랑 끝에 선 듯한 감정을 우리는 그들의 옆에서 온전히 느끼고 위로할 순 없다.
 
그런데 오히려 이 지점에서, 잘못된 사회 구조가 ‘멀리서 봐도 비극’인 삶을 대량 생산함을 똑똑히 볼 수 있었다. 분명 삶은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 하였는데, 지금까지 그 문장에 고개를 끄덕이며 살아왔는데, 그 인식의 틀이 깨진 틈새로 그들의 ‘현실’ 속 절규가 물밀듯이 밀려 들어왔다. 이로 인해 그들의 외침이 귓전에 때려 박혔을 그 현장의 비극을 상상하면, 더 구구절절해진다. 멀리 있는 데도 비극이기에, 가까이선 곱절로 처절할 것임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영화가 끝나자 어느새 찰리 채플린의 원근법은 완전히 어그러져 있었고, 이번엔 미국의 경제학자 도트 부크홀츠의 말이 떠올랐다.
 
“경제성장을 필요로 하는 국가들은 기아에 허덕이는 후진국들뿐이다. 선진 공업국들이 필요로 하는 것은 경제성장이 아니라 합리적 분배와 건전한 사회기풍이다.”
 
전 세계엔 200개가 훌쩍 넘는 나라들이 있고, 대한민국은 잘 사는 걸론 개중 열 손가락 안에 꼽힌다.
 
강윤철 기자/ www.baram.asia  T  F
 
**이 기사는 <지속가능 청년협동조합 바람>의 대학생 기자단 <지속가능사회를 위한 젊은 기업가들(YeSS)>에서 산출하였습니다. 뉴스토마토 <Young & Trend>섹션과 YeSS의 웹진 <지속가능 바람>(www.baram.asia)에 함께 게재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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