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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마토인터뷰)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시행 보름간 성적표는?
2015-01-26 15:00:00 2015-01-26 15:40:39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앵커: 토마토인터뷰 시간입니다. 이달 12일부터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고, 배출권을 사고 팔게 하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가 시작됐습니다. 오늘은 뉴스토마토 경제부 최병호 기자와 함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최 기자, 안녕하세요.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은 아시아 최초라고 하던데요. 그동안 이 제도가 도입되기까지의 과정들을 소개해주시죠.
 
기자: 네, 최근 세계적으로 각종 이상기후 현상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쓰나미와 홍수, 가뭄, 폭설, 남극의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는 것 등 다양한데요. 이런 기상이변의 원인으로 이산화탄소, 이른바 온실가스가 지목됩니다. 온실가스로 지구가 뜨거워지면서 날씨가 변한다는 겁니다. 그래서 세계 각국은 1990년대 후반부터 온실가스 줄이고 온실가스 배출에 가격을 매기자는 아이디어가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나라는 이명박정부 때부터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정하고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도입을 검토하기 시작했는데요. 2010년에 배출권 거래제를 입법예고하고 약 4~5년간 정부와 업계가 제도 도입을 논의한 끝에 올해 1월12일부터 시행됐습니다.
 
앵커 : 네, 이 제도가 아시아에서 우리나라 최초 시작됐다는 것은 그만큼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규제, 기후변화 대응에 대한 의지가 크다는 뜻일 텐데요. 현재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운용계획은 구체적으로 어떻습니까.
 
기자 : 네. 먼저 정부가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아시아 최초라고 말하지만, 정확히는 이미 일본과 중국에서도 하고 있는 제도입니다. 다만 일본과 중국은 도쿄나 베이징 등 주요 도시를 대상으로 시범사업을 하고 있고요. 전국에 걸쳐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본격 도입한 것은 우리나라가 아시아 최초인 게 맞습니다.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3단계로 나눠 추진하고 있습니다. 1단계는 올해부터 2017년까지 배출권 거래제 시장을 정착시키는 건데요. 우선 1단계에서 525개 업체가 온실가스 거래제 대상으로 지정됐고 16억8655만케이에이유(KAU: Korean Allowance Unit) 범위 안에서 온실가스를 배출할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하면 정부가 16억8655만KAU 안에서 525개 업체에 평균 321KAU만큼 온실가스 배출권을 줬습니다. A기업이 321KAU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고 싶으면 비교적 온실가스를 적게 배출하는 B기업에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야 합니다. 만약 A업체가 배출권을 안 사고 할당량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면 과징금을 내야 합니다.
 
배출권 매매방식을 보면 거래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낮 12시까지고, 매매는 단일가매매와 접속매매로 나뉩니다. 단일가매매는 일정시간 동안 호가를 접수해 거래가 가장 많이 이뤄질 수 있는 하나의 가격으로 매매를 체결하는 것이고, 접속매매는 매도호가와 매수호가 간 우선순위로 체결 가능한 호가에 계속 매매를 하는 겁니다.
 
현재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주무부처인 환경부는 매매거래의 최소단위를 1KAU로 해서 상한가와 하한가의 ±10% 이내에서 호가를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앵커 : 네. 기업이 온실가스 배출을 마음대로 할 수 없고 돈을 주고 배출권을 사야 하기 때문에 업계에서는 비용초과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죠.
 
기자 : 배출권 거래제를 둘러싼 정부와 업계 간 신경전은 2012년부터 시작됐는데요. 사실 정부는 온실가스를 줄여 기후변화에 대응한다는 측면도 있지만 배출권 거래제를 통한 신규산업이 활성화에도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온실가스 감축기술 개발, 배출권 관련 종목 수혜주 부상 등이 경기활성화에 도움을 줄 것이라는 겁니다.
 
더구나 아시아 최초로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시작한 만큼 일본과 중국 등에 노하우를 전수하면 우리가 이 분야의 세계 시장을 선도할 수 있다고 기대합니다.
 
문제는 업계 입장에서는 배출권이 어찌 됐든 규제라고 받아들인다는 겁니다. 산업체는 일정량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있는데 이를 강제로 줄여야 하고 못 지키면 과징금을 내는 게 이중과세라고 주장합니다. 또 현재의 조업시스템을 유지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면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고효율 설비를 도입해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가는 투자비와 연구개발비는 현재로써는 기업이 100% 부담해야 합니다.
 
아까 제가 정부가 온실가스 감축을 3단계로 나눠 추진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2단계는 2018년부터 2020년까지로 온실가스 감축대상을 확대하는 것이고, 3단계는 2021년부터 2025년까지로 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30%까지 줄이는 겁니다. 다시 말하면 업계 입장에서는 2025년까지는 막대한 설비투자를 감소해야 할 상황입니다.
 
특히 현재 우리나라는 철강과 석유화학, 반도체 등 제조업이 수출을 이끌고 전력수급을 위한 발전사의 가동률이 높은 상황인데요. 이런 업종들은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곳이어서 벌써부터 물량부족 우려가 나오고 있고 525개 업체 가운데 46.3%가 정부의 온실가스 배출권 할당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출한 상태입니다.
 
앵커 : 네. 그렇다면 지금까지 보름 정도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한 결과는 어떻습니까. 첫날에는 거래대금이 1000만원에 미치지 못할 만큼 한산했던데요.
 
기자 : 네. 일단 지금 거래소를 운영한 게 보름 정도여서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현재까지는 활성화되지 않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일부에서는 ‘개점휴업’이라는 표현을 쓰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거래량과 실적이 신통치 않은 게 사실입니다.
 
우선 거래량을 보면 12일에 총 11건, 1190KAU를 거래했습니다. 배출권 거래대상이 525개 업체인 점을 고려하면 2%에 불과한 겁니다. 심지어 15일과 19일, 20일에는 거래가 한건도 이뤄지지 않았습니다. 지금까지 보름 동안 1380KAU가 거래됐는데요. 업계에 할당된 온실가스 배출권이 약 16억KAU임을 고려하면 1만분의 1입니다.
 
이에 대해 제도 시행 초기 단계의 눈치보기 탓에 거래가 부진하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아직 업계는 온실가스 배출권에 여유가 있고 제도 운영의 불안감이 큰 데다 할당량 이의신청을 한곳도 많아서 적극적으로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실제로 우리보다 7~8년 먼저 배출권 거래제를 도입한 유럽연합은 배출권 거래가 적극적으로 진행되고 있기 때문에 우리도 시간을 두고 지켜보자는 겁니다.
 
다른 시각도 있는데요. 업계에 온실가스 배출권이 너무 적게 할당된 탓에 아무도 배출권을 팔지 않을 것이라는 우려입니다. 즉 수요는 많은데 공급이 적어서 애초부터 시장이 활성화될 수 없다는 겁니다. 이들은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운영하면서 발생하는 행정비용과 시스템 구축비용 낭비를 지적하고 있습니다.
 
앵커 : 네. 정부가 2025년까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를 정착시키겠다고 말한 만큼 이와 관련된 후속대책도 필요할 것 같은데, 어떤 이야기들이 나옵니까.
 
기자 : 일단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 운영의 목적을 분명히 해야 하는데요. 정부는 배출권 거래제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수단이라고 주장하지만 현재로써는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에만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서입니다.
 
정부가 장기적인 온실가스 감축을 목표로 한다면 무조건 업계를 규제할 게 아니라 신재생에너지 보급과 온실가스 감축기술 보급 등 제반 여건을 마련하는 게 중요하다는 겁니다. 이런 노력이 없다면 기업은 온실가스를 감축하려는 노력을 하지 않고 단순히 배출권 거래만을 통해 이익을 보려고만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이 온실가스 배출관리 강화도 중요합니다. 온실가스 배출권 거래제는 기업끼리 배출권을 사고 팔게 하는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는 업체의 온실가스 배출을 규제하는 것인데요.
 
현재 정부는 온실가스 배출단속 책임을 지방자치단체로 이관한 채 손을 놨지만 정부보다 인원이 더 부족한 지자체도 역시 대책이 없기는 마찬가지입니다. 중앙정부는 제도만 만들어놓고 지자체는 수동적으로 나서는 사이 온실가스 거래제에 사각지대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벌써부터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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