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SK그룹이 싱가포르에 건설한 파라자일렌(PX) 공장이 지난해 12월 말 가동을 일시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9월 상업생산에 나선 지 넉 달 만이다.
SK이노베이션은 콘덴세이트 기반의 설비를 콘덴세이트와 나프타를 병행 투입할 수 있도록 설비변경 작업을 위해 공장 가동을 일시 중단했다는 설명이지만 업계 시선은 다르다. 국제유가 급락과 파라자일렌 시황 부진 등 악화된 경영환경에 운영자금이 어려움을 겪게 되자 가동 중단이라는 극약처방을 내놨다는 분석이다.
21일 관련 업계와 SK이노베이션에 따르면, 지난해 9월 싱가포르에서 첫 상업가동을 시작한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JAC)는 넉 달 뒤인 12월 말부터 가동을 중단한 것으로 확인됐다. 총 투자비 24억달러가 투입돼 싱가포르 주롱섬 서부 매립지에 건설된 JAC 화학단지는 연산 PX 80만톤과 벤젠 45만톤, 혼합나프타 65만톤, 액화석유가스(LPG) 28만톤을 각각 생산할 수 있는 대규모 화학단지다.
공장가동 중단은 무엇보다 채산성 악화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분석된다. 최근 국제유가 급락 여파로 파라자일렌 가격도 뒷걸음질치고 있다. 가뜩이나 수요 부진으로 판가 부진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복병이 등장한 셈. 파라자일렌 가격은 지난해 10월만 해도 톤당 1094달러를 기록했으나 같은해 12월에는 톤당 865달러까지 급락했다.
이로 인해 제품과 원료가격의 차이를 의미하는 스프레드도 손익분기점(톤당 250달러)을 간신히 웃도는 350달러대 내외를 기록하고 있다.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와 같은 신규 설비에는 악재다. 기존 설비 대비 손익분기점에 도달하기 더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이다. 원료 구매를 위해서는 운영자금이 원활하게 수혈돼야 하는데, 판가부진의 여파로 자금 마련이 여의치 않은 상황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서는 설비 문제도 가동중단 배경의 또 다른 원인으로 분석하고 있다.
주롱아로마틱 콤플렉스는 기존 PX 설비와 달리 콘덴세이트(초경질원유)만 원료로 투입 가능한 설비다. 경쟁 업체들이 원유와 콘덴세이트, 중질 나프타 등 다양한 원료를 투입할 수 있는 것과 대비된다. 지금처럼 유가 변동이 극심한 시기에 탄력적으로 대응하지 못하는 구조적 약점을 지녔다는 얘기다. 설비상의 한계가 수익성 악화를 더욱 부채질했다는 분석이 관련 업계에서 설득력을 얻는 이유다.
업계 관계자는 "PX 업체들은 도입선 다변화 뿐만 아니라 성분 다변화를 위한 설비를 갖추고 있는데, SK 주롱아로마틱의 경우 이 부분이 취약했다"면서 "원료 다변화 대처에 늦어져서 수익성이 더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SK 측도 이 같은 문제를 인지하고, 오는 3월 재가동을 목표로 대응책 마련에 나선 상황이다.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기존 콘덴세이트 기반의 설비를 원유 기반 나프타를 병행 투입할 수 있도록 설비변경 작업을 위해 공장 가동을 중단했다"면서 "제품가격도 약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원가를 줄이는 방안을 적용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합작 기업의 경영자 리스크도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JAC는 SK종합화학, SK건설, SK가스 등 그룹 내 3개 계열회사가 지분 30%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주주다. 이어 중국 PTA(고순도 테레프탈산) 제조업체인 SFX가 25% 지분을 보유해 공동으로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다. 문제는 해당 기업의 대표가 지난해 연말 부패 스캔들에 연루돼 조사를 받게 되면서 추가 투자에 나설 지 여부가 불투명해졌다.
업계 고위 관계자는 "최근 수익성 악화로 운전자금이 바닥난 상황이지만, 합작사가 부패 스캔들에 연루된 탓에 증자도 여의치 않은 상황"이라고 전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주롱아로마틱스의 주주가 SK 계열사를 포함해 7곳에 달하는 데다, 각 업체별로 이견도 엇갈려 정상화 작업이 순탄치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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