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배우 하정우(37)가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14일 개봉한 영화 ‘허삼관’을 통해서 하정우는 주연배우이자 감독을 맡았다. 하나도 벅차 보이는 일을 두 가지나 동시에 해냈다.
‘허삼관’은 중국 소설가 위화의 작품 '허삼관 매혈기'를 원작으로 한 영화다.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게 된 남자 허삼관(하정우)에 대한 이야기가 이 영화에 담겼고, 배우 하지원이 허삼관의 아내 허옥란 역을 맡아 하정우와 호흡을 맞췄다.
지난 13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배우로서의 생존 본능과 성장 욕구 때문에 새로운 도전을 즐긴다"는 하정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감독으로서 두 번째 연출작.."공감할 수 있는 호흡 만들려 했다"
‘허삼관’은 ‘감독’ 하정우의 두 번째 연출작이다. 하정우는 지난 2013년 개봉했던 영화 ‘롤러코스터’를 통해 감독으로 데뷔했다. 추락 위기의 비행기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코미디물. 당시 하정우는 관객 동원면에서 만족할 만한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영화진흥위원회 통합전산망 집계에 따르면 이 영화는 약 27만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하지만 하정우는 “‘롤러코스터’가 있었기 때문에 ‘허삼관’이 있는 것”이라며 “다 과정이고 단계라 생각한다. 당시엔 관객들의 소통과 공감을 사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영화에서 조금 더 신경을 쓴 부분이 있다면 관객이 공감할 수 있는 호흡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롤러코스터'는 약 7억원의 제작비가 투입된 저예산 영화였다. 반면 '허삼관'은 제작비 70억의 대작. '롤러코스터'에서 독특한 시각의 블랙 코미디를 선보였던 하정우는 '허삼관'에선 특유의 유머 코드를 살리되 한층 보편적인 방식으로 이야기를 그려냈다. 그리고 속 좁고 욱하는 성격의 허삼관 캐릭터를 능청스럽게 연기해냈다. 상업 영화의 감독과 배우, 두 가지 역할을 썩 훌륭히 소화해 냈다는 평가.
이에 대해 하정우는 “영화의 프리 프로덕션(사전 제작 준비 과정)을 굉장히 밀도 있게 했다”고 말문을 열었다.
“'하루를 3일처럼 쓰자'가 우리팀의 모토였어요. 프리프로덕션이 사실 가장 힘들었는데 영화 촬영을 시작하기 전까지 감독으로서 영화의 전체적인 틀을 짜는 과정을 끝내야겠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어요. 크랭크인을 하면 배우로서 연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요. 영화는 시간을 투자하고 준비하는 것 만큼 편해지는 것 같아요.”
하정우는 6개월 동안 프리 프로덕션을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콘티를 네 차례에 걸쳐 수정, 보강했다. 특히 1차 콘티가 완성된 뒤엔 연출, 조명 등 현장 스태프들을 불러 전체 영화 분량의 40% 정도를 테스트 촬영해보기도 했다. 이런 철저한 사전 준비 과정 덕분에 한층 수월하게 영화 촬영을 마칠 수 있었다는 것이 하정우의 이야기다.
“연출과 연기를 동시에는 못해요. 선작업을 통해 토대를 만든 다음에 다른 일을 하는 거죠. 두 가지 일을 나눠서 해보니 가능한 것 같아요. 물론 감독이라는 게 보통 일이 아니구나 생각도 들었죠. 태어나서 처음으로 머리에 쥐가 나는 걸 느꼈거든요.”
◇"하지원, 존재만으로 영화의 한 축 이룰 거라 생각"
하정우와 함께 '허삼관'의 한 축을 이루는 것은 하지원이다. 하지원이 연기한 허옥란 역은 세 아이의 엄마이자 마을의 절세미녀인 캐릭터. ‘허삼관’은 충무로를 대표하는 남녀 배우인 하정우와 하지원이 함께 출연한다는 점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두 사람이 한 작품에서 호흡을 맞추는 것은 데뷔 이후 처음이다.
하정우는 허옥란 역을 연기할 배우로 하지원을 1순위에 올려놓고 섭외에 나섰다. 하지만 데뷔 후 한 번도 유부녀 역할을 하지 않았던 하지원의 입장에선 세 아이의 엄마 역할을 맡는 것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는 일.
“하지원에게 영화를 제안할 때 억지로 꾸며서 이 사람을 설득해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어요. 그냥 다 내려놓고 솔직하게 얘기했죠. 엄마도 엄마이기 전에 여자이고 사람이잖아요. 세 아이의 엄마 역할이라고 해도 특별한 것은 없다고 생각한다고 얘기했어요.”
하정우는 이어 “하지원이 이 영화에 참여하고,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영화의 한 축을 이룰 거라 생각했다. 하지원이 영화 안에서 무게 중심을 잡아주고, 버팀목이 돼주는 역할을 해주길 바랐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감독' 하정우가 하지원에게 연기에 대해 특별하게 주문한 부분이 있었을까. 하정우는 고개를 저었다.
“영화 속 모든 캐릭터가 정해진 디테일한 설정은 없다고 생각해요. 흘러가는 상황 속에서 어떤 반응을 보이느냐, 어떤 반응을 표현하느냐는 배우 각자의 몫이죠. 전 감독이 배우가 할 수 있는 연기의 폭을 좁히는 건 안 좋다고 생각해요. 하지원이 느끼고 생각하는 캐릭터를 그대로 보여주길 기대했고, 잘 해냈다고 생각합니다.”
◇배우 하정우. (사진제공=NEW)
◇연기파 배우 하정우가 말하는 연기 지도 방식은?
'허삼관'을 이끌어가는 것은 하정우와 하지원 뿐만이 아니다. 극 중 두 사람의 세 아들로 등장하는 남다름, 노강민, 전현석 등 아역 배우 세 명도 성인 배우 못지 않은 인상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하정우는 감독으로서 이들의 연기 지도에 나섰고, 만족스러운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아역 배우들의 연기에 대해선 오디션부터 시작해서 굉장히 많은 준비를 했어요. 매주 금요일마다 아역 배우와 같이 대본 리딩을 했죠. 그리고 문제점이 발견되면 연기 선생님에게 알려드렸고요. 그러면 연기 선생님이 주중에 3~4일 정도 아역 배우들의 트레이닝을 한 다음에 다음주 금요일에 지적했던 부분을 다시 검사를 하는 식이었어요.”
그러면서 그는 연기 지도에 대한 자신만의 생각을 털어놨다. 최정상급 연기파 배우인 하정우가 생각하는 올바른 연기 지도 방식은 어떤 것일까.
“연기라고 하면 대부분의 사람들이 기술적으로 표현을 연마하는 것을 생각해요. 하지만 자신의 감정을 꺼내서 쓸 수 있도록 감정 훈련이 동반돼야 하거든요. 아역 배우들을 예로 들면 심리 상담을 하는 것처럼 엄마한테 혼났을 때의 느낌을 물어보죠. 그리고 그 감정을 실제 연기에서 꺼내쓸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훈련을 시켜 기억을 하게 만드는 거예요. 그런 과정을 반복하면 감정이 마를 때가 있어요. 그 시점이 되면 어떻게 눈물을 쏟느냐와 같은 테크닉 연습을 하는 겁니다.”
하정우는 '허삼관'의 성공 기준에 대해선 “대중들의 반응 등을 종합적으로 봤을 때 나에게 어떤 것이 남았는지가 중요할 것 같아요"라고 말했다.
"물론 관객 동원과 같은 수치적인 성공도 중요하지만 제가 중요하게 생각하는 성공은 또 다르거든요. 예를 들어 ‘허삼관’이란 영화를 바탕으로 제가 더 열정적으로 살아가게 된다면 굉장히 큰 성공인 거죠. 모든 것이 지나고 나서 저에게 남겨진 것들을 보면 성공인지 실패인지 알 수 있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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