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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연 회장 장남 김동관 실장, 임원승진..후계구도 굳히기
태양광 사업 정상화가 관건
2014-12-24 16:04:29 2014-12-24 16:04:31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라원 영업실장이 상무로 승진하면서 후계구도에서 한발 앞서게 됐다. 임원의 무게가 남다른 만큼 사실상 왕세자 책봉으로 봐야 한다는 평가다.
 
김 회장은 슬하에 동관(31)씨와 동원(29)씨, 동선(25)씨 등 삼남을 두고 있다. 삼남 모두 김 회장 품에서 경영수업에 착수한 가운데 장남이 형제 가운데 가장 먼저 임원자리에 오르게 됐다. 지난 2010년 1월 (주)한화 입사 이후 5년 만이다.
 
김 신임 상무는 입사 이후 그룹의 신성장 동력인 태양광 사업을 진두지휘하며 후계자로서 경영능력에 대한 시험대에 섰다.
 
지난 2010년 12월부터 한화솔라원 등기이사 및 기획실장을 겸임한 것을 시작으로 독일의 큐셀을 인수합병에도 관여했으며 이를 기바능로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을 역임했다. 지난해 9월에는 한화솔라원 영업실장(CCO·Chief Commercial Officer)으로 자리를 옮겼다.
 
김 신임 상무는 지난해 8월 적자기업이던 한화큐셀 전략마케팅실장으로 부임해 1년 만에 흑자로 돌려세우는 등 가시적 성과를 냈지만, 재계에서는 여전히 경영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한화큐셀의 전신인 독일의 큐셀이 강력한 인프라를 갖춘 데다, 독일과 영국 등 유럽은 태양광의 모태로 평가받는 최대 수요처다. 여기에다 한화의 태양광 사업이 집약된 한화솔라원은 지난 2011년 1분기 이후부터 적자상태에서 탈피하지 못하며 체면을 구기고 있다. 올해 1분기 흑자전환하며 한숨을 돌리는 듯 했으나 2분기부터 다시 적자로 돌아섰다.
 
이에 김 상무는 한화솔라원으로 재투입돼 실적 악화의 늪에 빠진 태양광 사업 구하기에 팔을 걷어부쳤다. 한화솔라원이 지난 8일 한화큐셀과 통합법인을 출범키로 한 것도 태양광 사업을 정상화시키기 위한 조치의 일환이다.
 
아버지인 김 회장도 전폭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김 실장이 태양광 사업에서 제대로 된 성과를 내지 못하고, 관련 사업에서 철수할 경우 자질 논란이 불거질 수 있다는 점을 의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 LG, 현대중공업 등 내로라하는 그룹들이 업황 침체를 이유로 소극적 행보를 보이는 사이 한화는 태양광 사업에 전략을 쏟았다. 그만큼 태양광 사업은 한화의 후계구도와 직접적으로 맞닿아 있다.
 
이는 김 회장의 최근 발언에서도 고스란히 확인할 수 있다. 김 회장은 지난 11일 장교동 본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태양광 사업이 제일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의 중요성을 거듭 역설했다. 또 한화솔라원과 한화큐셀의 합병 이후 김동관 실장의 역할에 대해 "(한화솔라원에서 지금) 중요한 일을 맡고 있다"면서 힘을 실었다.
 
김 회장의 포석은 차남과 삼남에까지 이어졌다. 지난 2월 대법원까지 가는 사투 끝에 파기환송심에서 집행유예 선고받은 뒤 차남과 삼남을 차례로 경영수업에 참여시켰다. 지난 3월 동원씨를 한화 L&C의 평직원으로 입사시켜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에 배치한 뒤 10월에는 승마 국가대표 출신인 동선씨를 한화건설 매니저로 입사시켰다. 장남에 엄격하기로 유명한 김 회장은 차남과 삼남에게는 더할 나위 없는 애정을 보이고 있다.
 
한화그룹의 지배구조는 현재 지주사인 ㈜한화가 한화생명, 한화케미칼, 한화건설 등의 계열사를 지배하는 형태다. ㈜한화의 지분은 김승연 회장이 22.65%로 최대 주주고, 김 신임 상무의 지분율은 4.44%, 차남과 삼남은 각각 1.67%의 지분을 갖고 있다. 지분율에서도 장남에 대한 배려가 엿보인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삼형제가 지분 100%를 소유한 시스템통합업체(SI) 한화S&C가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지렛대 역할을 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한화 S&C의 지분은 김 신임 상무가 절반인 50%를 쥐고 있는 가운데 차남과 삼남이 각각 25%를 나눠갖고 있다.
 
재계에서는 김 회장의 나이가 62세로 재계 총수 가운데 상대적으로 젊은 축에 속하는 만큼 한화그룹의 경영권에는 변함이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김 실장의 승진은 후계구도 굳히기일 뿐 3세경영 본격화로 해석하기에는 섣부른 확대 해석이라는 게 재계와 한화그룹의 공통된 기류다.
 
물론 우려의 시선도 있다. 효성이 3대에 이르러 형제 간 충돌로 창립 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한 점에서 반면교사를 삼아야 한다는 충고다. 조석래 회장은 아들인 삼형제 모두에게 엇비슷한 지분을 나눠주고 경영수업을 시켰다. 이는 곧 경영권을 넘볼 수 있는 기회로 삼형제 모두에게 인식됐다. 형제 간 골육상전은 끝내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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