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권하는 정부'..은행 실적평가에 인센티브까지
실적 압박에 은행간 경쟁 가열..자산건전성 훼손 우려
2014-12-15 17:36:22 2014-12-15 17:36:33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유지승기자]금융당국이 기술금융과 관계형금융을 통한 중소기업 대출을 은행권에 독려하면서 은행들의 실적 압박이 커지자 이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기술금융과 관계형금융은 담보나 보증을 우선시하지 않고 기술이나 사업전망 등을 평가해 돈을 빌려주는 제도로, 자금력이 부족한 중소·벤처기업 등을 지원하기 위해 도입됐다.
 
은행의 보수주의 문화를 타파해 유망한 중소기업을 키우겠다는 취지에는 공감하는 분위기지만, 은행들이 제대로된 기술력 평가와 리스크 관리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실적 쌓기에만 급급하면서 금융권의 부실화를 키우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회수율 아닌 규모로 대출실적 평가..질보다 양?
 
최근 금융위원회는 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 은행별 기술금융 실적을 공개하고, 이를 평가해 은행장과 임원들의 성과 보수에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은행들이 기술금융 지원을 적극 추진하도록 혁신성 평가 항목 중 기술금융 평가지표를 은행 핵심성과지표(KPI)에 적극 반영키로 한 것이다.
 
현재 은행장을 포함한 경영진의 성과 평가는 수익성과 건전성 등의 지표를 기준으로 이뤄지고 있는데, 이 같은 현행 보수 성과 체계에서는 은행장이 기술금융을 확대할 유인이 부족하다고 금융혁신위원회는 판단했다. 이에 따라 은행장과 임원의 성과 보상을 평가할 때 기술금융 실적을 포함한 ‘은행 혁신성평가’ 결과를 반영해 인센티브를 주기로 했다.
 
금융감독원도 관계형금융 취급실적을 은행 혁신성평가지표와 영업점 성과 평가지표에 반영해 실적이 우수한 은행과 영업점을 우대하겠다고 밝히면서 무리한 대출 영업에 대한 은행권의 부담이 가중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김동환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대출 규모를 키우는데 치우치다보면 장기적으로는 은행 부실화를 초래할 수 있다"면서 "제도의 도입보다 관행의 정착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은행권에 의무대출비율제도를 통해 관계형금융 등에 대한 이행을 강제하면 은행의 경영 자율성을 제약하고 부실채권을 양산하는 등 부작용이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고 경고했다.
 
대출 실적을 평가할 때 양보다 질을 우선시해 장기적으로 은행권의 부실화 위험을 최소화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우량기업 대출 쏠려..중소기업 대출 양극화 우려
 
정부의 실적 압박이 은행들의 우량기업 쏠림현상을 부추길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앞서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는 기술금융과 관련해 담보·보증대출이나 우량등급 대출의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반면, 자금조달이 어려운 비우량등급 중소기업의 대출비중은 감소해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실제로 민병두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말 기준 기업은행이 대출을 진행한 중소기업 가운데 기술 6등급 이하 기업이 231 곳으로 전체의 40%를 차지했다.
 
반면, 최고등급인 1등급을 받은 기업은 단 한 곳도 없었고, 2등급은 1%에 불과했다. 기술력보다는 기술금융 실적을 위해 기술금융 대출을 해준 셈이다. 더욱이 신규기업은 4%에 그쳐 전망있는 새로운 중소기업에 대한 지원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처럼 은행들이 정부 재촉에 등 떠밀려 대출을 확대하면서도 자산건전성을 감안해 부실 가능성이 낮은 우량기업에 대출이 집중적으로 쏠리고 있는 상황이다. 이렇게 되면 제도 도입의 본래 목적인 전망있는 중소기업을 발굴하려는 취지와 달리 되레 중소기업의 대출 양극화만 부추기게 되는 셈이다.
 
이재연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기술금융과 관계형금융은 직접 사업 현장을 찾아가 평가하는 등 일일이 들여다봐야 하는 노동집약적인 일"이라며 "IMF 직후에 담보보증 근간이 어려워진 것처럼 미래를 예측하는 '캐시 플로우'가 없는 담보대출은 무의미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은행들이 당국의 실적 압박 때문에 대출을 늘리려다보니 안전한 우량중소기업 위주로 대출을 해주는 상황"이라면서 "준비가 잘 된 상태에서 시작하면 상당기간 유지될 수 있는 좋은 제도인데 이렇게 되면 제도 자체가 무의미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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