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전재욱기자] 아파트 2층에 사는 최모씨는 자신의 집이 범죄의 대상이 될까 늘 마음에 걸렸다.
저층에 사는 아파트 주민이라면 누구나 할 법한 걱정같지만, 1층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이 베란다 쪽으로 낸 비상대피시설 탓이었다. 최씨는 이 시설을 타고 오르면 누구라도 자신의 집 베란다 쪽으로 접근할 수 있을 것 같았다.
이 시설물을 없앤다고 쉬 끝날 문제는 아니었다. 어린이집에 화재 등 비상사태가 발생했을 때 원생의 안전을 보장할 수 없기 때문이다. 영유아보육법에 따라 어린이집에 꼭 설치해야 할 비상재해대비시설이었다.
원장도 주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등 나름대로 절차를 거쳐 대피시설을 설치했다. 앞서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동 주민 2/3의 허락을 얻으라는 조건을 걸었고, 원장은 동민 80세대 중 57세대의 동의를 얻었다.
그러나 최씨를 비롯해 당초 동의한 57세대가 마음을 바꿔 시설물을 철거하라고 요청했다. 원장은 듣지 않았다.
최씨는 결국 원장을 상대로 소송을 냈다. 2층 주민의 재산권과 1층 어린이집 원생의 안전이 충돌한 사건에서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어린이집은 다른 곳에서 다시 영업할 수 있어서 재산권이 우선이라는 취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0부(재판장 박영재 부장)는 서울의 한 아파트 2층에 사는 최씨가 바로 밑 1층에서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최모 원장 등을 상대로 낸 시설물 철거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8일 밝혔다.
재판부는 "이 아파트 구분소유자인 최씨는 공용부분의 지분권자로서 최 원장에게 대피시설 철거를 요구할 수 있다"며 "영유아보육법에서 규정한 비상재해대비시설에 해당하더라도 달리 판단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재판부는 "어린이집 비장재해대비시설은 아파트 공용부분을 용도에 따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서 동 주민들로 구성된 관리단의 결의가 필요한데, 이 과정을 거쳤다고 인정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재판부는 아파트 입주자대표회의는 시설물 설치를 승인할 자격이 없는 점도 함께 고려했다.
현재 해당 어린이집은 이전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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