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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으로 들어온 마당놀이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 내달 개막
2014-11-18 15:49:36 2014-11-18 15:49:39
[뉴스토마토 김나볏기자] 특유의 해학과 풍자로 전국민적 인기를 끌었던 마당놀이가 극장용 공연으로 재탄생한다.
 
새 공연의 제목은 국립극장 마당놀이 <심청이 온다>로, 오는 12월 10일부터 내년 1월 11일까지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에 오른다. 국립창극단, 국립무용단, 국립국악관현악단 등이 함께 하는 이번 공연은 국립극장의 연말 레퍼토리로서의 가능성을 점치는 무대이기도 하다.
 
총 33일 간 26회에 걸쳐 펼쳐질 이번 장기공연을 앞두고, <심청이 온다>를 소개하는 기자간담회가 18일 서울 광화문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는 안호상 국립극장장을 비롯해 손진책 연출가, 박범훈 작곡가, 김성녀 연희감독, 국수호 국립무용단 예술감독 등 마당놀이 원년멤버들, 그리고 박동우 무대디자이너, 뺑덕 역의 김성예, 서정금 등이 참석해 공연의 이모저모에 대해 설명했다.
 
(사진제공=국립극장)
 
◇마당놀이 세대교체, 성공할까?
 
이번 공연에서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마당놀이의 세대교체 여부다. 1981년 시작된 마당놀이는 30년 동안 250만 명의 관객을 동원한 히트작이다. 그러나 2010년 마당놀이 30주년 공연을 마지막으로 더 이상 공연되지 않고 있다.
 
주로 천막에서 펼쳐지던 마당놀이를 극장용으로 바꾸자고 처음 제안한 이는 안호상 국립극장장이다. 안호상 극장장은 “마당놀이가 국민들의 사랑을 받는 대중적인 레퍼토리로 성장했지만 주차장이 딸린 큰 공터를 찾는 게 현실적으로 쉽지 않아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며 “마당놀이를 극장에서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몇 년 전부터 했다"고 전했다.
 
또 “악극이나 국극 같은 장르가 극장에서 90년대 말까지만 해도 대중적 인기를 끌었는데 서서히 관객층이 얇아지면서 사라졌다”면서 아쉬움을 토로했다. 아울러 “12월과 내년 1월, 2월에 국공립극장들까지 뮤지컬을 많이 하는 바람에 연말 연초 중장년층과 노년층이 볼 만한 공연물이 거의 없다”며 마당놀이 극장 공연의 의미를 강조했다.
 
마당놀이를 창시한 손진책 연출가는 다시 공연하게 된 계기와 관련해 “마당놀이 1세대들이 30년을 하고 다음 세대가 받아서 하길 원했지만 여건이 되지 않았다. 그러던 와중에 안호상 극장장이 제안을 했다”면서 “이번 공연에는 마당놀이의 새로운 30년을 출발해보자 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고 말했다.
 
특히 손 연출가는 “외국에는 연말이면 으레 <호두까기 인형>이라든가 <스크루지> 같은, 온 가족이 볼 수 있는 공연들이 무대에 오르는데 우리는 아직까지 우리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공연이 없다”면서 아쉬움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손씨는 “어린이부터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함께 볼 수 있는 공연은 마당놀이 밖에 없지 않을까? 송구영신하는 마음으로 온 가족이 보는 공연으로서 마당놀이를 정착시켰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다시 한번 창작열 태우는 원년멤버들
 
이날 원년멤버들은 하나 같이 마당놀이에 대한 남다른 감회를 전했다. “마당놀이의 안무를 하면서 무용가로 성장했다"는 국수호 안무가는 "4면을 바라보며 춤을 춰야 하기에 마당놀이는 무용극 3편을 만드는 것만큼이나 어렵다. 당황스럽고 어려웠지만 마당놀이를 통해 제 춤이 성장했고 지금에 왔다."고 털어놨다.
 
국 안무가는 이제는 봉사하는 생각으로 극장의 마당놀이 속 춤을 만들고 있다. 춤의 진화를 고민하면서 잃어버린 한국인의 몸짓을 어떻게 집어 넣을 지가 관건이라고. 특히 그는 "대중매체에서 국적 불명의 춤들을 한국춤이라고 추고 있는데 한국춤의 DNA가 사라지는 위기로 보인다"면서 "그 DNA를 지키려는 의미로 한국인의 사라지는 몸짓을 되살리고자 한다”고 말했다.
 
국립국악관현악단의 초대 단장인 박범훈 작곡가는 마당놀이의 음악을 만든 이로, 손진책 연출가와 30년 전 유학생 시절에 만나 의기투합했다. 박 작곡가는 "우리 민족은 추임새, 흥 같은 게 있어서 마당놀이 공연이 잘 됐었는데 대극장으로 끌어들인다고 하니 반갑기도 하지만 걱정도 되는 게 사실"이라면서도 은근한 자신감을 표력했다. 이번 음악에는 국악기 외에 드럼, 베이스 기타, 일렉트릭 기타 등이 투입돼 보다 현대적인 사운드를 빚어낼 예정이다. 박 작곡가는 "재미 있을 것 같다"면서 "마당놀이의 생명은 추임새인데 음악으로 남녀노소 모두가 놀 수 있게 하겠다"고 전했다. 
  
마당놀이의 대표 스타 중 한 사람인 김성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은 이번 공연에서 연희감독으로 참여해 차세대 주역들을 지도한다. 김성녀 감독은 “윤문식, 김종엽, 김성녀 등 마당놀이에서 장기 집권했던 사람들 중 저 혼자만 여기에 서 있는데 원로라는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당놀이 다시 시작하려니 감회가 새롭다"며 "마당놀이 1세대들이 연결고리 역할을 해준다는 것 때문에 흥분된다. 극장 문턱이 높게 느껴지는 서민들, 가족들 많이 할 수 있는 마당놀이가 됐으면 한다."고 전했다. 특히 무명의 연극배우들이 마당놀이를 통해 국민들에게 알려진 만큼 자신이 누린 명예와 영예를 후배들에게 돌려주고 마당놀이를 성공적인 장르로 정착되도록 뒤에서 적극 후원하겠다는 계획이다.
 
◇어떻게 달라지나
 
이번 공연에서 가장 큰 궁금증을 자아내고 있는 것은 무대다. 열린 공연이라는 마당놀이 특유의 형식을 대형극장에서 어떻게 구현해낼 것인가가 관건이다.
 
자연히 이날 간담회에서 사람들의 관심도 무대 구현 방식에 쏠렸다. 무대를 맡은 박동우 무대디자이너는 "원년멤버는 아니지만 30년 전 마당놀이 시작할 때 무대 아르바이트로 전국투어를 따라다닌 경험이 있다"면서 마당놀이의 핵심요소에 대해 잘 알고 있음을 피력했다.
 
박씨는 "무대와 객석, 배우와 관객, 관객과 관객 사이 일체감을 어떻게 조성할 것인가에 대해 많은 회의를 하고 고민도 했다"면서 "관객석 전체와 무대 전체를 하나로 묶기 위해 뒤에 둘레막을 친 후 그곳에 360도로 영상을 투사하는 식으로 극장의 장점을 살리는 마당놀이를 하려 한다"고 소개했다. 프로시니엄 형태인 해오름극장 무대 위에 3면으로 가설객석이 추가설치돼, 관객은 무대를 사방에서 둘러싸게 된다. 또 높이 11미터의 대형 천은 용궁 장면 등에서 적극 활용될 예정이다.
 
새롭게 캐스팅된 출연진도 눈길을 끈다. 심봉사 역은 국립창극단의 희극 전문배우 김학용과 전북도립국악단 창극단 단장인 송재영 명창이 맡는다. 뺑덕 역은 국립창극단의 소리꾼 서정금과 김성예 명창이 담당한다. 이 밖에 심청 역에 국립창극단 민은경, 황애리, 곽씨부인 역에 허애선이 캐스팅됐다.
 
이날 자리에 참석한 김성예 명창은 김성녀 감독의 친동생이기도 하다. 김성예 명창은 "마당놀이 30년의 역사를 곁에서 바라봤고 또 출연도 했는데 30년 하고서 없어지는 바람에 속이 상했었다"면서 "극장장님의 탁월한 안목과 선택으로 우리 마당놀이가 다시 부활한다고 해서 너무 기쁘다. 언니의 자리를 이어 서게 되다보니 부담도 되지만 제 끼를 총동원해 열심히 해보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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