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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상의, 경제 발목 잡는 '5大 규제개혁과제' 건의
2014-10-20 11:00:00 2014-10-20 11:36:38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우리 기업들이 시장 성숙과 제조업의 샌드위치 현상 심화로 성장한계를 맞고 있는 가운데, 경제계가 한국경제의 패러다임 선진화를 위해 한 단계 고도화된 규제개혁을 요구하고 나섰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0일 “재도약이냐 쇠락이냐의 골든타임에 놓인 한국경제가 환골탈태하기 위한 핵심 열쇠는 규제개혁”이라며 ‘경제패러다임 선진화를 위한 5대 규제개혁과제’ 건의문을 청와대, 국무조정실, 기획재정부, 산업통상자원부 등에 제출했다.
 
(자료=대한상공회의소)
 
◇신사업 발목 잡는 ‘규제 인프라’
 
독일의 운송회사인 DHL은 지난달 27일 무인 비행체인 드론을 이용한 소포 배달을 시작했다. 미국에서도 2012년 무인항공기 민간운용법이 제정된 이래 아마존이 향후 5년 내 전체 주문량의 86%를 무인항공기를 이용해 30분내 택배에 나설 계획을 밝히는 등 상용화를 본격 추진 중이다.
 
국내 기업들도 대한항공이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개발한 국내기술을 토대로 무인헬기를 시범 제작해 시험비행까지 마쳤지만 규제 인프라 구축 일정이 미국(2015년9월)보다 2년 이상 늦은 2017년 말에나 이뤄질 예정이어서 차세대 유망시장 진입에 차질이 우려된다.
 
헬스케어 스마트기기 시장도 각종 규제로 신제품을 개발하고도 적시에 제품을 내놓지 못하는 상황이다. 최근 출시된 갤럭시노트4의 경우 피로도 지표인 산소포화도를 측정하는 기능이 탑재됐지만 미국에서만 정상 출시되고, 한국에서는 이 기능이 제외된 채 판매되고 있다.
 
미국은 피로도나 심전도, 혈당체크용 센서 등을 탑재해도 환자에게 제공하지 않으면 비의료기기로 분류하지만 우리나라는 운동·레저 목적에 한해서만 의료기기법 적용을 면제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상의는 “환자용 제품이 아니라면 미국처럼 건강진단기능 탑재형 IT제품에 대한 의료기기법 적용을 면제하는 한편 무인항공기나 생명공학기술, 사물인터넷 등 기존 규제로 해결이 어려운 융합신제품 개발에 대응해 관련 규제 인프라를 정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신제품 출시가 규제에 발목 잡히지 않기 위해서는 기업이 기존 규제로 해결하기 힘든 신제품 개발 시 정부가 해당 인증기준을 함께 개발해 출시단계에서 신속히 적용하는 ‘미국형 이노베이션 패스웨이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기업투자 무산시키는 신사업의 블랙홀 ‘회색규제’
 
대한상의는 기업이 의욕적으로 투자에 나섰다가 갑작스런 규제 등으로 투자가 막히는 사례가 빈발하고 있어 규제의 불투명성이 신사업의 블랙홀로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차 뚝섬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 서울강북뉴타운사업, 강릉 하슬라 예술촌 등이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됐다.
 
이들 사업은 비도심지역 50층 이상 신축금지규제 신설(현대차 뚝섬GBC), 과도한 기부채납요구에 따른 사업성 저하(강북뉴타운, 보유토지의 35% 수준), 지자체 복합규제(하슬라 예술촌) 등 돌발규제에 부딪쳐 사업이 무산되거나 추진에 어려움을 겪었다.
 
대한상의는 “과도한 기부채납 요구 및 민원이 법령보다 상위법으로 작동하는 관행을 개선하고, 현행법상 기준이 모호한 ‘주민동의’, ‘별도기준이 없어 자의적으로 운영되는 우량농지기준’ 등을 투명하게 정비해 선의의 사업자가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산업현장과 동떨어진 ‘탁상규제’
 
기업이 원부자재 운송 받침판으로 사용한 1회용 목재팔레트를 인근 요양병원이나 양로원의 요청에 따라 보일러 난방용으로 무상제공하면 폐기물관리법 위반으로 불법이다. 1회용 목재팔레트는 유해성 없는 물질로 난방용으로 적합함에도 현실성 없는 규제 때문에 주민들이 간접피해를 받고 있다.
 
전자정부 3.0시대가 열렸지만 아날로그식 행정처리방식 때문에 민원인의 불편이 여전하다. 여러 지자체에 다수의 점포를 운영하는 법인은 대표자나 법인명칭 변경 시 총괄신고 대신 점포소재지별 지자체에 각각 변경신고해야 한다.
 
주유소는 폐수배출시설, 대기오염물질 배출시설, 특정토양오염관리대상시설에 대해 각각 별도로 신고하고, 정기검사를 받도록 하고 있는데, 사업양수도에 의해 상호나 대표자가 변경되면 또 다시 각각 별도로 신고해야 한다.
 
대한상의는 “각종 획일적인 규제를 현실에 맞게 합리적으로 개선하고, 각종 중복신고의무도 전자정부 3.0시대에 걸맞게 주무관청에 1회만 신고하면 전자정부 시스템을 통해 자동처리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건의했다.
 
◇“남들 안하는데 우리만..우물 안 개구리 규제”
 
다른 나라에서는 찾기 힘든 우물 안 개구리식 규제도 개선 대상이다.
 
국내에서는 미용차원의 눈썹문신과 치료목적의 척추마사지를 각각 유사의료행위와 의료행위(한의사의 외치요법)로 보기 때문에 각각 의사와 한의사면허를 획득해야만 해당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대한상의는 “미국, 유럽, 중국, 말레이시아 등 전 세계 100여국은 의료기기나 의약품을 사용하지 않는 척추마사지는 의과대학이 아닌 전문교육과정을 개설, 전문마사지사를 배출해 서비스업 일자리를 만들어내고 있다”며 “보건산업분야에 대한 과도한 진입장벽을 완화하고 인체에 무해한 눈썹문신 등의 단순 미용행위에 대해서는 그에 맞는 국가 자격제도를 도입해 유망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국제경쟁력 약화요인 ‘노터치 성역규제’
 
최근 10년간 제조업의 단위노동비용을 살펴보면 주요 선진국이 -14.3%(미국)에서 최대 -30.2%(일본)까지 하락했지만 우리는 거꾸로 1.8% 상승했다.
 
이와 관련해 대한상의는 “파견업종 제한, 파업 시 사업장 점거허용 및 대체근로제한 등 선진국에 없는 각종 규제를 유지한 것이 원인”이라며 노동부문의 규제개혁을 주문했다.
 
또 대기업의 경우도 “선진국에 없는 지주회사규제와 각종 출자규제는 도입·유지하고 있는 반면 선진국 기업이 널리 활용하고 있는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발행 등 적대적 M&A 방어 장치는 불허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하고, 성역화된 이들 부문에 대해서도 보다 합리적인 규제개혁을 요구했다.
 
이동근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우리경제는 세계시장에서의 新샌드위치 현상과 국내 제조업 공동화, 시장 성숙에 의한 성장 한계와 고령화에 따른 잠재성장률 저하 등에 직면해 있다”면서 “한 차원 높은 규제개혁을 통해 경제시스템 전반의 구조개혁을 이루고, 경제계의 신사업 추진을 적극 지원할 때”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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