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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쇄신 칼바람..실적부진에 '벌벌'
2014-10-17 18:47:21 2014-10-17 18:47:21
◇정몽준 현대중공업 대주주(아산나눔재단 명예이사장)가 지난 7일 서울 역삼동 마루180에서 열린 아산나눔재단 설립 3주년 기념식에 참석해 박수치고 있다.ⓒNews1
 
[뉴스토마토 이상원기자] 재계에 칼바람이 불고 있다.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주요 기업들의 실적이 나락으로 떨어지자 해당 기업들이 앞다퉈 비상경영을 선언하고, 전방위적으로 돌파구 찾기에 나섰기 때문이다. 가장 먼저 진행되는 것은 역시 '인적쇄신'이다.
 
2분기 1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는 등 사상 최악의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현대중공업은 지난 16일 임원진의 31%를 감축하는 고강도 인사를 단행했다. 현대중공업과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임원 262명 중 81명이 자리를 떠나야만 했다.
 
지난 12일 본부장 회의에서 전 임원의 사직서 제출과 조기 임원인사를 결정한 지 하루만에 사장단과 본부장급 인사를 단행한 데 이어 불과 나흘만의 추가 경질로, 그 속도가 매섭다.
 
현대삼호중공업 하경진 부사장이 사장으로, 현대오일뱅크 문종박 부사장이 사장으로 각각 승진 발령되면서 수장이 전격 교체됐다. 또 31명의 임원 인사와 함께 28명의 부장급을 상무보로 신규 선임하는 등 임원급 신규 임용도 대규모로 단행했다.
 
이 과정에서 노동열 기정(技正)이 상무보로 승진하면서 그룹 창립 최초로 생산직 출신의 임원도 탄생했다. 젊은 피의 수혈과 함께 현장 중심의 책임경영을 강화하겠다는 포석이다.
 
대주주인 정몽준 전 의원의 친정체제도 강화됐다. 정 전 의원의 최측근인 권오갑 전 현대오일뱅크 사장이 신임 사장으로 부임하면서 그의 손에서 인사폭풍이 시작됐다. 정 전 의원의 장남인 정기선 경영기획팀 수석부장이 상무보를 건너뛰고 상무로 승진하면서 3세 경영의 시작도 알렸다.
 
현대중공업에 불어닥친 칼바람을 지켜보는 여타 그룹사들의 마음도 편치 않다. 현대차그룹은 실적 부진의 책임 소재를 두고 이미 올 초부터 인사가 진행 중이다. 현대차는 올 상반기 판매량이 지난해보다 2.4% 줄어든 22만대에 그쳤고, 시장점유율은 지난해 상반기 3.5%에서 3.2%로 축소됐다.
 
내수 점유율 70%가 붕괴되면서 지난 2월 최한영 상용차담당 부회장이 사임했고, 해외시장에서의 실적 부진을 이유로 해외법인 핵심임원들도 하나둘 퇴진 행렬에 올랐다. 4월에는 설영흥 중국 사업총괄 부회장이, 6월에는 유럽마케팅·딜러 관리 임원인 마크홀 부사장이, 이달 초에는 유럽법인 최고운영책임자 앨런 러시포스 수석부사장이 물러났다.
 
정기 인사철이 아닌데도 책임자급의 퇴진이 줄을 이으면서 다가올 연말 인사에서의 인사폭은 더욱 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특히 정몽구 회장의 인사 기준은 '신상필벌'이다.
 
삼성그룹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올 들어 매 분기 실적 발표 때마다 '어닝쇼크'를 연발하고 있는 삼성전자를 필두로 연말 인사에서 광폭의 인적쇄신이 진행될 것이라는 분석이 쏟아지고 있다.
 
이미 무선사업부(IM) 인력을 다른 부서로 대거 이동시키는 등 아래에서부터의 인적쇄신을 시작한 삼성전자의 경우 연말 파격적인 임원급 인사가 예고된 상황이다. 삼성전자 안팎에서는 스마트폰 사업을 총괄하고 있는 신종균 사장의 경질도 조심스럽게 예측하고 있다.
 
재계 서열 3위인 SK그룹 역시 인사 태풍을 피해가긴 어려울 전망이다. 역시 실적 부진이 직접적 원인이 됐다. 
 
주력 계열사인 SK이노베이션은 2분기 영업손실 503억원을 기록했다. 석유부문 영업손실이 주된 원인이지만 화학부문 역시 전년 동기 대비 영업이익이 3분의 1로 급감하면서 총체적인 위기에 처했다. 특히 마땅한 자구책 또한 없어 인사를 통해 조직에 위기감과 긴장을 불어넣을 수밖에 없게 됐다.
 
SK텔레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점유율 50% 선이 무너지면서 내부의 위기감도 높아졌다. 내수시장이 이미 포화인 상태에서 출혈경쟁만으로 버텨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처럼 SK그룹을 지탱했던 이노베이션과 텔레콤의 부진 속에 상대적으로 새 식구인 하이닉스 홀로 승승장구하면서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상황에 처했다는 진단이다.
 
물론 최태원 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되면서 경영 방침이 성장보다는 안정, 현상유지에 방점을 찍은 터라 쉽사리 책임을 묻기 보다 조직의 결속을 강화하는 데 주안점을 둘 것이란 반론도 만만치 않다.
 
한 그룹사 관계자는 "가장 큰 인사 요인인 실적이 도무지 개선될 여지가 없다"며 "대부분의 그룹사가 연말인사에서 대대적인 물갈이를 예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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