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가 시작되면서 힘을 받는 듯하던 '새로운 브레턴우즈 체제'의 태동 문제가 점차 국제사회의 관심사 밖으로 밀려나고 있다.
작년 11월 워싱턴에서 열린 주요20개국(G20) 1차 정상회의 당시만 해도 세계 자본주의 체제에 대한 근본적인 개혁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견해가 봇물을 이뤘으나 시간이 흐를수록 신(新)브레턴우즈 체제 논의는 힘을 잃고 있다.
프랑스의 니콜라 사르코지 대통령은 작년말 1차 금융정상회의에 참석하면서 "기존의 경제질서는 2차 세계대전 이후 그대로 유지되고 있는 낡은 시스템"이라고 주장하고 신자본주의론에 불을 지폈으며 일부 신흥국들이 호응하는 양상이었다.
그러나 당시 워싱턴 회의에서도 한껏 바람을 잡았던 사르코지 대통령이 회의에 참석한 자리에서는 체제개혁 요구를 자제하고 문제점을 지적하는데 그쳤다는 지적이 많았다.
근 5개월만에 열린 이번 2차회의에서는 과거에 예를 찾아보기 힘든 정도의 다양한 금융시스템 감시 및 규제 대책이 선보였다.
갈수록 금융위기가 심화하는 현실을 감안한 듯 각국 정상들은 공동 선언문을 통해 강도 높은 금융체제 강화책을 발표해 관심을 모은 것이다.
정상들은 우선 금융안정화포럼(FSF)을 더욱 강화된 임무가 부여된 금융안정화이사회(FSB)로 확대개편하고 FSB에 거시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조기경보 제공 기능을 부여하기로 했다.
여기에다 헤지펀드를 포함해 모든 금융기관으로 규제와 감독의 범위를 확대하고, 비협조적인 조세피난처를 규제하기로 했다. 단일 회계기준도 확립하고 가치평가에 관한 일관성도 확립하기로 했으며 신용평가사 규제도 확대하기로 했다.
또한 변화된 세계경제의 현실을 반영해 국제금융기구의 임무와 체제개혁이 필요하다고 보고 IMF재원을 7500억달러로 대폭 확충하는 한편 IMF의 특별인출권(SDR)도 2500억달러 증액하는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전례없는 국제금융기구 강화방안이 채택된 셈이다.
그러나 이런 대대적인 금융 시스템에 대한 감시와 규제책 마련에도 불구하고 기능이 강화된 FSB가 금융체제의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권한을 가진 국제 금융경찰의 역할을 하기에는 미흡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이런 시스템을 신브레턴우즈 체제로 볼 수 있느냐는 물음을 던지고는 한마디로 '노'(No)라는 답변을 내놓았다.
하지만 각국 정상들의 평가는 극찬에 가깝다. 고든 브라운 영국총리는 회의가 끝난 뒤 "새로운 세계질서가 부상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사르코지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총리도 "기대이상의 성과가 나왔다", "거의 역사적인 합의가 이뤄졌다"고 평가했다.
[파리=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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