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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위기' 케이블업계, 돌파구는 '공존'
"지상파 중심 방송정책 탈피하고 시장 파이 키워야"
2014-09-26 17:03:43 2014-09-26 17:03:43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막연하게 희망을 품고있던 낙천주의자들이 가장 먼저 쓰러졌다. 내가 살아남을 수 있던 것은 냉혹한 현실을 직시한 후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베트남 전쟁 당시 포로로 잡혀 8년간의 수감 생활 후 미국으로 살아돌아온 해군 장교 제임스 스톡데일의 말이다.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산하 PP협의회 자문위원이자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 위원인 김민기 숭실대학교 교수는 케이블TV로 대표되는 유료방송 업계 역시 이 같은 태도로 작금의 위기를 헤쳐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내년이면 출범 20주년을 맞이하는 케이블TV 업계는 현재 매우 어려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IPTV 등 신규 매체의 등장으로 가입자 수는 정체기에 빠졌고 지상파 중심의 방송 정책에 창조경제 시대의 성장동력이라는 구호는 공염불에 그치고 있다.
 
언론학계 전문가들은 이럴 때일 수록 초심으로 돌아가 당면 과제들을 해결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균형적인 정책으로 공정한 경쟁 환경을 조성해야 하며 시장 참여자들은 너나 없는 경쟁을 지양하고 공존을 위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방송산업, 지상파 편향 정책 탈피해야"
 
25일 광주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주최로 열린 '유료방송 생태계, 건강한 토양다지기'란 주제의 정책세미나에서도 이 같은 논의들이 나타났다. 참석자들은 지상파에 편중된 정부의 태도에 아쉬움을 표하며 균형 발전을 촉구했다.
 
김민기 교수는 "정부가 창조경제의 동력으로 방송산업을 육성하려 한다"면서도 "현황과 문제점들은 제대로 짚었지만 해결방안은 부재하다"고 지적했다.
 
방송 콘텐츠에 대한 시청자의 비용 지불 의사가 낮은 상황에서 요금 규제를 완화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없는 대안이며 방송산업의 각종 규제를 완화하려는 것도 실상은 지상파를 위한 정책이란 것이다.
 
김 교수는 우선 시청점유율과 광고비점유율의 괴리를 문제점으로 꼽았다. 2010년 이후 지상파의 시청점유율은 감소 추세를 보이는 반면 케이블과 종편채널은 비율을 점차 확대해 동등한 수준까지 올라왔지만 광고비 점유율은 여전히 지상파가 우위를 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광고총량제까지 정식 도입될 경우 지상파에 유리한 상황은 심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자칫 제로섬 게임이 될 수 있는 광고시장에서 지상파의 몫이 커지는 것은 곧 유료방송의 불리함을 의미하는 것"이라며 "규제 당국은 양쪽의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또 유료방송에 한해 가상·간접광고와 노출범위·품목 규제를 완화해 줄 필요가 있다고 요청했다. 더 나아가 차기 방송광고균형발전위원회를 구성할 때에는 유료방송 추천 위원도 포함시켜 업계의 입장을 대변토록 해야한다고도 주장했다.
 
김 교수는 "진정한 중립적 정책은 가운데 서는 것이 아니라 약자편에서 그들이 바로설 수 있도록 돕는 것"이라며 지상파보다는 유료방송 업계를 더 생각해 줄 것을 거듭 촉구했다. 
 
◇25일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는 '유료방송 생태계, 건강한 토양다지기'라는 주제의 정책세미나를 진행했다. 참석자들은 지상파 중심의 정책 기조에서 벗어나고 방송 시장의 파이를 키우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의견을 모았다.(사진=김진양 기자)
 
◇지상파 재전송료 문제, '합리적' 기준 도입돼야
 
지상파와 유료방송 업계의 첨예한 입장 차가 반복되는 재전송 대가 지불 문제에 대해서도 어느 한 쪽에만 유리한 것이 아닌 합리적인 기준이 세워져야 한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변상규 호서대학교 교수는 "지상파와 유료방송의 재전송 대가 문제는 디지털 시대 이후 본격화됐다"며 "서로에게 어떤 기여를 하는지 정확한 평가도 없이 가입자 당 정액(280원)을 지불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못하다"고 비판했다.
 
방송사업자(SO)와 프로그램공급사(PP)간의 수신료 배분이 성과 연동이라는 점과 비교하면 더욱 불합리하다고 지적됐다. 방송 산업의 불황기와 축소기가 나타날 경우 그 피해를 고스란히 안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됐다.
 
주정민 전남대학교 교수도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기준이 필요하다"며 "사업자 자율에 맡기는 것의 피해는 결국 시청자에 돌아간다"고 말했다.
 
그는 "지상파 재전송 문제는 '갑'과 '을'의 문제"라며 "정액제가 아닌 정률제를 도입해 불공정 거래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배분 경쟁보다는 규모를 키워야..건강한 생태계 추구"
 
향후 발전 방향에 대해서는 어려운 시장 환경 탓만 할 것이 아니라 케이블TV만이 가진 장점을 살려 건강한 생태계 조성해야 한다는데 참석자들은 의견을 함께했다. 자체 경쟁력을 갖춰야만 자유무역협정(FTA) 등으로 촉발되는 글로벌 경쟁에도 대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탁용석 CJ헬로비전 상무는 "현재의 방송산업은 모두가 모두에게 투쟁하는 전형적 히스테릭 구조"라며 "대부분의 에너지가 산업의 성장이 아닌 투쟁으로 집중돼 업계가 더 어렵다"고 운을 뗐다.
 
이어 "건강한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유입되는 자원의 양을 키워야 한다"며 "시장의 파이를 키워 함께 공생하는 구조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만제 원광대 교수 역시 "유료방송의 활성화를 위한 큰 방향이 생존과 공존을 향해 있다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빅펀드 조성 등 해외 사례를 참고해 자생 능력을 강화하는 것을 고려해야 한다"고 전했다.
 
황준호 정보통신정책연구원(KSIDI) 연구위원도 "방송 시장에서 서로가 적이되고 각자의 역할을 하지 못한 채 누군가에게 기생하는 구조가 가장 심각한 문제"라며 "공생을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든 후 경쟁을 해도 늦지 않다"고 강조했다.
 
이날 토론의 사회를 맡았던 최정일 숭실대학교 교수는 "멀티 플랫폼 시대로 소비 행태가 급변하고 시장의 경쟁이 치열해 지는 것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어떻게 해야 시장을 키우고 성숙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해 끊임없이 지혜를 모아야 한다"는 말로 이날의 논의를 마무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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