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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은퇴포럼)한기범 희망나눔 대표 “나눔으로 제2인생 산다”
2014-09-18 15:15:25 2014-09-18 15:19:53
◇18일 열린 '2014 은퇴전략포럼'의 특별 강연자로 나선 한기범 희망나눔 대표. (사진=뉴스토마토)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한시대를 풍미했던 농구스타인 한기범 희망나눔 대표가 은퇴 전략에 대한 의미 있는 메시지를 전했다.
 
한 대표는 18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뉴스토마토와 토마토TV가 공동 주최한 '2014 은퇴전략포럼'의 특별 강연자로 나서 “중학교 2학년 때 키가 188cm였다. 명지고등학교 선생님 세 분이 나를 스카우트하기 위해 오셨는데 부드러운 서울말에 반해서 서울로 올라가 농구를 하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이어 “대학교 때부터 은퇴할 때까지 거의 모든 대회를 우승했다. 1982년부터 1992년까지 10년 동안은 국가대표 생활을 하기도 했다”며 “그런데 무릎 수술을 받은 뒤 강력한 진통제를 맞고 경기를 뛰었다. 어느 순간 진통제가 듣질 않더라. ‘내가 여기까진가 보다’라고 판단해서 운동을 그만뒀다. 당시 프로농구가 출범하기 직전이었는데 결국 나는 프로 경기를 한 경기도 못 뛰어봤다”고 전했다.
 
한 대표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중반까지 실업 농구팀인 기아자동차에서 뛰면서 농구대잔치에서 일곱 차례 정상을 차지했다. 207cm의 한 대표는 당대 최고의 센터였다. 하지만 1996~1997 농구대잔치를 끝으로 코트를 떠난 한 대표는 제2의 인생을 설계해야 했다.
 
그는 “할 줄 아는 것이 농구 밖에 없으니까 농구 코치를 하자고 생각했다. 그런데 주위 사람들이 내가 너무 착하고 순하게 생겼다고 그러더라”며 “농구 지도자는 카리스마도 있어야 하고, 욕을 하고 때릴 줄 알아야 한다고 요구하더라”라고 털어놨다.
 
결국 한 대표는 정들었던 농구 코트 밖에서 새로운 일을 찾아야 했다. 이후 키크기에 도움이 된다는 한의원 제품을 판매하기도 했고, 탈모 샴푸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그는 "아내 몰래 대출을 받았다가 다 까먹었다. 집은 집대로 넘어가고,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건강상의 문제까지 찾아왔다. 선천성 질환인 마르판 증후군 때문에 심장 수술을 받아야 했던 것. 아내가 둘째 아들을 임신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도 그때 쯤이었다. 
 
“아내가 둘째 아들을 임신했다. 그런데 마르판 증후군이 유전이라더라. 50%의 확률이라는데 첫째는 마르판 증후군이 없었다. 그렇다면 둘째 아이들은 분명 그 병을 앓을 것 아니냐는 생각이 들더라”
 
한 대표는 "집사람에게 조심스럽게 아기를 지우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하지만 아내가 '우리 아이는 절대 당신을 닮지 않을 것'이라며 용기를 줬고, 아이가 세상의 빛을 볼 수 있었다"고 말했다. 현재 중학교 2학년인 한 대표의 둘째 아들은 아버지의 길을 따라 농구를 하고 있다.
 
우여곡절 끝에 둘째 아들이 세상의 빛을 보게 됐지만, 한 대표 자신의 수술비가 문제였다. 잇단 사업 실패를 겪은 한 대표에겐 심장 수술을 받을 만한 돈이 없었다. 이때 한 대표는 심장재단에 도움을 청했고, 결국 무사히 수술을 받을 수 있었다. 한 대표의 삶의 방향을 바꿔놓은 사건이었다.
 
"심장재단으로부터 도움을 받은 이후 사회에 진 빚을 갚아야겠다는 생각을 계속 하고 있었다"는 한 대표는 지인의 권유로 지난 2012년 9월 사단법인 한기범 희망나눔을 탄생시키면서 인생 2막을 열게 됐다. 그는 지인을 통해 소개 받은 후원자들에게 후원금을 조금씩 모아 후원 활동에 나섰다. 한 대표는 지난 2011년 첫 자선 농구대회를 개최했고, 지난 5월 여섯 번째 대회를 성공적으로 치렀다. 이 대회의 수익금 전액은 어린이 심장병 환자의 수술비로 쓰이고 있다.
 
이날 강연에서 즉석 퀴즈를 내 청중들에게 사인 농구공과 저서를 선물하기도 한 한 대표는 “처음 시작하는 사람은 나눔을 어떻게 해야하는지 잘 모를 수 있는데 가까운 곳에서 찾아보면 된다”며 “여러분의 재능을 없는 사람에게 나줘주면 그 분들이 희망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또 “나는 ‘나눔은 희망이다’란 말을 즐겨 사용하고, 항상 실천에 옮기려 한다. 그 말을 새기면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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