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마이클 만•존 홀 지음 | 김희숙 옮김 | 아름다운 사람들 펴냄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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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독서에 앞서 책의 목차를 훑어보면서 '몇 가지 중요한 문제에 대한 답을 얻을 수도 있겠다'는 기대가 생겼다. 미국의 세계 지배는 언제까지 지속될 것인지, 그 이후 세계는 더 평화롭고 평등해질 수 있는 것인지,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는 신자유주의 광풍은 잦아들기는 할 것인지, 그래서 우리 사회를 포함해 전 세계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양극화 문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인지 등등. 저자가 ‘이 시대의 막스 베버’라 불리는 세계적 석학 마이클 만이었고, 책의 목차까지 ‘자본주의는 유일한 경제권력인가’(1장), ‘정치권력은 어디로 가는가’(3장), ‘미국의 미래’(6장) 등으로 짜여 있어서, 제법 기대를 할만 했다.
책을 덮고 나니 과연 이런 문제들의 배경과 앞으로 세상이 어찌 전개될 지 등이 어렴풋하게나마 그려지긴 했다. 하지만 ‘똑 떨어지는 답’은 얻을 수 없었다. 뭔가 잡힐 듯 잡히지 않는 갑갑함…. 책이 대담집이어서 각 장이 제시한 ‘바로’ 그 문제를 집중적으로 파고들지 않고 그때 그때 질문과 답을 주고 받은 내용을 정리하는 형식인 탓이 커보였다. 마이클 만이 기본적으로 '당분간 세상은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는 점도 갑갑함을 더한 듯 하다.
마이클 만이 진단하는 이 세계의 현재와 미래는 암울하다. 그는 ‘미 제국’은 어쩔 수 없이 쇠락하겠지만 당분간은 지금의 지배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봤다. “우리는 여전히 미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고, 도전자도 없다”는 것인데 “예상해볼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달러가 더 이상 기축통화가 아닐 때 등장할 도전 뿐”이라고 했다. 글로벌 금융위기로 잠시 주춤했던 신자유주의는 국가적 규제 강화에 맞서 벌인 강력한 전투에서 승기를 잡아, 결국 더 큰 재앙을 몰고 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또 기존의 권력 엘리트들을 몰아내는 게 더욱 어려워졌고, 부패한 현재의 민주주의도 예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마이클 만은 환경 위기를 ‘다가오는 최대의 위기’로 꼽았는데,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는 이 시기에 '기후변화'라는 위기가 다가오는 것이 인류에게 ‘재앙’이라고 단언했다. 재난을 막으려면 시장을 강력하게 조절해야 하는데, 신자유주의가 이를 불가능하게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의 결론은 이렇다. "지금 당장 신자유주의적 관습에서 빠져 나와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인류가 낙관했던 모든 진보와 발전, 사상이 종언을 고할 것이다.”
▶전문성 : 세계적 석학 마이클 만의 40년 연구성과를 아우르는 대담집이다. 20세기 초부터 현재, 그리고 가까운 미래까지 현대사를 체계적으로 분석해 내는 마이클 만 사상의 핵심을 확인할 수 있다. 서문에서는 대담자인 맥길대 존 홀 교수가 마이클 만 대표 저작들의 큰 흐름을 짚어줘, 심화 독서의 길잡이 구실을 해준다.
▶대중성 : 마이클 만 연구 성과를 포괄하는 내용이지만, 존 홀 교수와 묻고 답하는 형식이어서 읽어나가는 데 큰 어려움이 없다. 사회학 학술서치고는 전문 용어가 많지 않고, 잘 모를 법한 용어는 각주로 친절히 설명해주고 있다.
▶참신성 : 국내에는 마이클 만의 저서들이 충분히 번역돼 있지 않은 상황이라고 한다. 우리 삶을 지배하지만 눈에는 보이지 않는 권력의 작동원리를 드러내주는 그의 연구 성과를 엑기스만 뽑아 보여준다는 점에서 유용하다 할 수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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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약
1장 자본주의는 유일한 경제권력인가?

20세기 전체를 분석해 보면 가장 근본적인 사회 제도는 자본주의와 국민 국가였다. 세계화를 예로 들면 세 가지 주요 원칙이 있다. 자본주의의 세계화, 국민 국가의 세계화, 최초의 세계 제국인 미 제국의 등장이다. 자본주의는 현대 세계에 매우 확고하게 구축되었고 점점 더 견고해지고 있다. (2007~2008년의 위기와 관련해) 1929년(대공황) 이후 두 가지 발전이 있었던 것은 확실하다. 그때보다 규제를 하는 정부의 역할이 훨씬 더 커졌고, 1929년보다 훨씬 더 광범위한 자본주의 조직의 국제 협력이 생겼다. 지금까지의 상황은 대공황이라기보다는 대불황으로 보인다. 1929년과 비교해 세 번째 주요한 차이점은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탄탄하게 조직된 이데올로기적 저항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현재의 주요 문제는 금융 자본의 역할과 힘이 너무 커진 것, 즉 경제가 자꾸 금융화되는 것이다. 은행은 호경기에 많은 돈을 벌고 불경기에는 긴급 구제를 받으며 자본주의를 살려 낸다. 몇 년 안에 유사한 성격의 또 다른 위기가 올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인다. 정부가 금융 자본을 훨씬 더 많이 규제하는 국면을 열어야만 하는데 잘될 것 같지 않다. 각국 정부는 정부 지출의 대폭적인 삭감을 포함하는 디플레이션 대응책을 도입하면서 투기꾼들의 비위를 맞추고 있다. 많은 경제학자들이 이렇게 하면 불황이 길어질 거라 주장하지만 이들의 충고는 무시된다.
(비시장 경제 시스템은 전혀 작동하지 않는다고 결론 내려야만 하는가?) 성공적인 경제 개발은 자유 시장이 아니었을 때 가능했다는 일련의 연구들이 있다.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 소련은 일본을 제외한 다른 어떤 나라보다 국내 총생산이 높았다. 국가사회주의는 산업화가 진행되던 시기에 성과를 거두었다. 그러나 소련의 체제는 결코 산업화 국면을 넘어서 포스트산업화 시대로 나아갈 수 없었다. 포스트산업화 시대에는 중앙 집중적인 국가 계획 경제가 적절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자 중국과 베트남은 여기서 교훈을 얻어 중앙 통제 수단을 어느 정도 유지하면서 동시에 탈중앙화·시장화를 시작한다.
선진국 자본주의가 아무리 개혁되었다 해도 그것은 여전히 자본주의이다. (1920년대) 첫 번째 위기는 ‘케인스식’이라는 한마디로 요약될 규제 강화로 극복했다. 두 번째 위기는 여전히 우리와 함께 있고, 자본 시장의 첨예한 이해가 국가적 규제 강화에 맞서 아주 강력한 전투를 벌이고 있다. 그리고 세 번째 위기는 대책을 세우지 못한 채 재앙으로 끝날 가능성이 높다.
2장 군사주의는 완전히 사라졌는가?
핵무기는 전쟁의 성격과 많은 국가의 성격을 바꿨다. 핵전쟁은 최악의 지구적 위기가 될 수도 있었지만 잘 막아 낸 덕분에 대공황과 대불황, 두 번의 세계 대전에 비견할 만한 인류의 위대한 성공이 되었다. 지금까지 지도자들은 핵무기 때문에 이성을 지키도록 훈련을 받았던 셈이다. 핵무기를 사용할 수 없다 해도 강대국들, 특히 미국과 같은 강대국들은 군사적 우위에 있다. 이것은 단순한 자위의 문제가 아니다. 자위는 지금 군사력의 절반으로도 충분히 할 수 있다. 그 의도는 더 큰 팽창주의이다.
장군들을 보면 때로는 신중하지만 때로는 그렇지 않다. 전쟁은 그들이 훈련받은 일이고, 진급하고 지위를 얻는 방법이며, 자신들이 사회에 반드시 필요한 존재임을 입증하는 길이다. 군사적 케인스주의는 한국 전쟁 이후 작동하지 않고 있다. 전쟁은 두 개의 악 중에 덜 나쁜 것을 골라야 하는 몇몇 경우를 제외하면 더 이상 어떠한 긍정적인 것도 주지 못한다.
3장 정치권력은 어디로 가는가?
미국은 유일하게 살아남은 제국이고, 지금까지 있었던 모든 제국 중에서 유일하게 전 세계적인 제국이다. 그러나 다른 면에서 역사 속 여타의 제국들과 비교해 보자면 오히려 약하다. 미국이 기본적으로 정복 가능한 지역의 사람들에게 이데올로기적 정당성과 정치적 지지를 잃었기 때문이다. 달러가 더 이상 세계의 기축 통화가 아닌 시대가 오면 분명히 쇠락할 것이다.
(제국의 통치 방식에 관해)역사가들은 전형적으로 직접 통치·간접 통치·비공식적 통치로 구분한다. 미국은 제국주의적 권력이 아니라 헤게모니를 통해 인정받은 리더 국가이다. 다른 나라들이 달러 사용을 통해 미국을 원조하고 있으니, 경제적 강제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각 나라들도 이 사실을 알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세계가 작동하는 방식이라고 인정하는 것이다. 미국은 위협을 목적으로 하는 전 지구적 미군 기지 시스템의 이례적인 지원을 받으면서 때로는 은밀하게, 때로는 공공연하게 반복적으로 개입해 왔다. 그래서 나는 미국이 더 이상 많은 지역을 강제적으로 지배하지 않는다 해도 제국주의라고 생각한다.
미래의 기축 통화는 달러가 아니라 달러를 포함한 여러 나라의 화폐가 될 것이다. 중국이 자신들의 입장을 지키면서 군사적으로 더 이상 공격성을 보이지 않는다면 미 제국은 쇠락할 것이다. 그러나 중국이 보다 더 강력한 군사주의로 나온다면 미국은 전반적으로 제국 이상의 헤게모니를 계속 쥐게 될 것이다.
진정한 자유민주주의의 핵심은 다원주의다. 내 용어로 옮기자면 완전한 4권 분립을 말한다. 미국은 법과 정치가 자본주의 이데올로기의 수중에 있고 경제적 권력관계들이 정치 영역을 공공연하게 침범하고 있음을 보여 준다. 미국은 더 이상 세계를 위한 다원적 민주주의의 빛나는 상징인 ‘언덕 위의 도시’가 아니다.
전후 유럽 대륙에서는 자본과 노동의 효율적인 경제적 타협과 사회민주주의와 기독민주주의의 정치적 타협이 우세했다. 20세기 후반에 유럽인들이 성취한 업적은 박수받을 만한 일이다. 1970년대부터 선진 자본주의 국가들 사이에서는 보수주의 운동이 일어나 성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상황에 직면하자 사회민주주의와 기독민주주의의 대타협은 교착 상태에 빠진다. 이러한 변화의 근본적인 이유는 성장을 통해 이익이 창출되던 ‘자본주의 황금시대’가 끝났기 때문이다.
사회권의 근본적인 전제 조건은 노동 계급과 중하층 계급이 서로 같은 부류의 사람들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복지 국가는 본질적으로 그런 연대감 위에 세워졌다. 지난 40년간 보수주의는 복지와 인종을 결합한 덕에 기세를 폈다. 현재 유럽에서는 이민 문제를 놓고 이보다 약하긴 하지만 유사한 양상이 나타나고 있다.
4장 이데올로기는 끝나지 않았다
서구 국가들은 대체로 덜 이념적이다. 그들은 파시즘과 공산주의를 묻어 버렸다. 사민주의는 자유주의적 자본주의라고 할 특징들을 몇 가지 갖고 있기에 덜 이념적이다. 보다 실용적이다. 사민주의는 사람의 얼굴을 한 자본주의를 만들 수 있다고 여긴다. 민족주의도 길들여졌다. 좌파 이데올로기는 작은 그룹으로 남아 있다. 한편 서구 국가에서는 보수 이데올로기의 중요한 변형들이 나타난다. 종교적 보수주의는 지역에 따라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된다. 오바마의 별 것 아닌 보건 정책이 ‘사회주의’로 거부될 수 있다는 건 거기에 어떤 강력한 이데올로기가 작동하고 있다는 뜻이다.
러시아의 경우, 자유민주주의와 자유 시장은 서로 연결된 한 몸이기에 따로 갈 수 없다는 신자유주의의 주장은 하나의 이상으로써 매우 중요했다. 신자유주의는 고르바초프의 실각에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됐다. 반면에 중국은 더 이상 정해진 이념의 방향이 없다. 이데올로기는 현존하는 제도적 이념 안에서는 해법을 찾을 수 없는 위기가 닥칠 때마다 재등장한다. 20세기처럼 각종 위기들이 새로운 이데올로기를 낳을 수도 있다. 일군의 지식인들과 나머지 사람들이 미래의 청사진을 들고 나타난다면, 이 청사진이 어느 정도 타당성이 있을 경우 많은 사람들을 조직해서 충분히 붕괴를 일으키거나 쿠데타나 혁명, 전쟁을 개시할 수도 있다.
5장 또 다른 방식의 권력
세계적 수준으로 넓게 보면 자본주의가 경제적 우위를 차지하고 국민 국가와 미 제국이 공존하는 이중적 정치가 우세하다는 점에서 지금 세대는 19세기와 연속성이 있다. 대개 ‘새로운 사회 운동’이라고 일컫는 것들은 틈새에서 출현한다. 인권이라는 담론은 원래 완전한 시민권을 요구하는 계급 기반의 투쟁에서 나왔는데 이제는 우리 시대의 주요한 성공 사례가 되었다. 여성주의는 틈새에서 출현하여 나라마다 퍼지면서 크세 성공을 거두고, 그 운동 과정에서 점차 국가적 차원과 국제적 차원 양쪽 모두에서 제도화된다. 환경 문제는 이미 과학자 집단과 대중의 녹색 운동이 서로 다른 차원에서 함께 작동하는 매우 커다란 사회 운동을 낳았다.
6장 미국의 미래
미국의 힘이 지배적인 시기는 단계별로 있었다. 첫째로 20세기 초엽 미국의 경제 규모는 세계 1위였다. 제2차 산업혁명의 본고장은 미국이었다. 둘째, 미국의 힘이 엄청나게 커진 이유는 제2차 세계 대전 때문이었다. 셋째, 교육 분야에서 미국은 항상 선두 그룹이다. 이는 당연히 미국의 연구 개발 역량과 밀접하게 연결된다. 그러니 우리는 여전히 미국이 경제적·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지정학적으로 보면 미국의 도전자는 없다. 예상해 볼 수 있는 유일한 상황은 달러가 더 이상 단일한 기축 통화가 아닐 때 등장할 도전뿐이다.
러시아는 자신들의 영향력이 미치는 지역권 안에서는 여전히 힘이 있지만, 세계의 재구성 프로젝트를 주도할 만한 역량은 못 된다. 중국의 경우 계속 발전하지 못할 특별한 이유가 아무것도 없다. 중국의 지도층은 최근 몇 년 동안 시골의 발전을 도외시한 결과, 도시와의 불평등이 심해져서 심각한 혼란이 일어난 것을 알게 되었다. 이것은 금방 바로잡을 수 있는 쉬운 일이 아니지만 정부는 사회권 개선이 필요하다는 걸 느꼈다. EU나 유럽 정치권 내부에서는 EU가 연방제로 발전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 확실히 많다. 그러나 최근 몇 년간 일반 대중들 사이에서는 이에 대한 반발이 일어났다. 따라서 가까운 미래에 EU가 지금 수준에서 정체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7장 누가 권력의 주인이 될까?
보다 폭넓은 좌파 성향이 인민주의를 배경으로 하는 노동 계급의 전위 운동은 가까운 미래에 확실하게 끝날 것이다. 페미니즘과 미국의 민권 운동은 저항 정치를 계급 문제에서 떼어 내 일명 정체성 정치로 이동시키는 경향이 있다. 노동 운동은 20세기의 현상으로 보이며 전망 역시 좋지 않다. 21세기 선진국에서는 노동 운동이 20세기 때처럼 주요한 역할은 하지 못할 것이다. 최근의 불황은 보다 직접적인 계급 갈등을 일으킬 불황이 아니다. 은행가들에 대한 반감은 있지만 그것이 좌파나 우파의 대중 운동과 연결되지 않는다. 논쟁은 전문적이어서 엘리트의 몫이 된다.
(농민 계급의 경우)농촌의 계급 투쟁과 제국주의 외세에 저항하는 민족 투쟁을 합친 중국 혁명은 그 자체로 성공 사례가 되어 동남아시아로 전파되었다. (하지만)한국 전쟁 이후 미국은 가능한 한 모든 전력을 동원해 혁명에 맞서기로 결심했다. 시골에서 일어난 운동이 도시에 기반을 둔 정부를 전복한다는 것은 정권 내부에 심각한 균열이 있지 않는 한 거의 불가능하다. (혁명적 지식인의 경우)중국 혁명의 모든 단계를 지식인들이 이끌었다. 이들은 미래에 대한 이상과 이념으로 스스로를 추동했다. 이후 마르크스와 마우쩌둥의 조합은 한 시대를 풍미하며 전 세계로 퍼져 나갔는데, 몇 군데에서는 성공했지만 실패한 곳이 더 많았다. 거의 끝났다고 봐야 한다. 작은 물결이 전 세계를 휩쓸며 큰 파도가 되었다가, 수십 년 후 네팔이나 치아파스(멕시코 남부지역) 같은 깊숙한 내륙 지방에서 끝나 버린 거다.
8장 사라진 권력 살아날 권력
(이제는)기존의 권력 엘리트들을 몰아내는 게 더 어려워진 것은 분명하다. 최근의 대불황으로 큰 변화가 일어날 것 같지도 않다. 중국 공산당은 앞으로 장기간 권력을 유지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민주주의를 비롯하여 얼마간 부패한 현재의 민주주의도 우리 생각보다 훨씬 오래 지속될 수 있다. 세계화가 미국의 지배로부터 점차 자유로워지고 있다지만 결국 자본주의와 국민 국가의 범위 안에서 계속될 것이다.
신자유주의가 부상한 이유는 우선 자본주의 논리 내부에서 비롯되었고, 둘째로 영어권 강대국인 영국과 미국이 연이어 자본주의를 주도했기 때문이며, 셋째로 선진국들이 1970년대부터 보다 보수적으로 선회했기 때문이다. 영어권을 지배하던 자유주의 세력은 초기 케인스적 국면에 시행하려 했던 수준의 국가 규제도 용납하지 않았고 그 결과 신자유주의가 부상하게 된다. 그리고 선진국들이 보수적으로 선회하면서 신자유주의는 자본을 편들고 노동을 경시하며 강력한 국방, 엄격한 처벌, 수감 제도 등의 보수적인 정책들과 결합된다. 이는 역설적으로 국가 통제를 강화한다. 하지만 신자유주의자들은 보수 동맹을 맺어 정치적으로 살아남은 뒤, 자신들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이러한 보수적 정책들을 마지못해 수용했을 뿐이다.
9장 우연의 20세기 필연의 21세기
20세기 초반 산업 자본주의와 국민 국가라는 이상이 결합되면서 이런저런 방식으로 대중 동원이 일어난다. 민주주의, 사회주의, 파시즘 모두는 대중이 엘리트와 동등한 사회로 입장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각자 다른 해법을 제시했다. 그리고 개량 자본주의와 정치적 민주주의, 사회민주주의와 기독민주주의를 각자 다른 비율로 혼합한 민주적 선택지들이 가장 성공적이었다.
지금 각국의 상황은 대공황이 닥쳤을 당시 선진국의 경제 상황보다 훨씬 더 다양하다. 프랑스나 독일처럼 상대적으로 더 크고 안정된 유럽 경제 주체들과 북유럽 국가들은 영국이나 남유럽의 나라들처럼 투기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들은 유로를 공유하기 때문에 똑같이 취약한 배를 탄 것처럼 보일 뿐이다. 일본·인도·중국은 프랑스와 독일보다 더 강해서 호주는 중국과의 무역으로 혜택을 본다. 캐나다는 자국의 강력한 금융 규제 덕분에 안 흔들리고, 미국은 세계의 기축 통화가 달러라는 덕을 본다.
10장 다가오는 최대의 위기
환경 위기는 가장 나쁜 시기에 닥쳤다. 두 가지 이유에서 신자유주의의 부상은 기후 변화에 대처하는 데에 있어 재앙이다. 첫째, 신자유주의는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데, 기후 변화라는 맥락에서 본다면 이는 100퍼센트 거짓이다. 재난을 막으려면 현재의 시장 권력을 강력하게 조절해야 한다. 둘째 신자유주의는 경제적 악순환을 낳았다. 이렇게 가면 결국엔 더 심각한 불황이 올텐데, 그러면 환경론자들이 앞으로 전진할 수 있는 상황이 못된다. 정치인들은 무엇보다 일자리와 이윤을 보호하고 싶어 한다.
우리는 기후 변화를 논하기 전에 먼저 이러한 신자유주의적 관습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계몽주의 이후 근본적으로 낙관적이었던 모든 진보·발전·진화 사상이 종언을 고할지도 모른다.
이 뉴스는 2014년 09월 4일 ( 17:50:53 ) 토마토프라임에 출고된 기사입니다.
이 기사는 뉴스토마토 보도준칙 및 윤리강령에 따라 김기성 편집국장이 최종 확인·수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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