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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모델링 엑소더스?..시장 '혼란'
리모델링→재건축으로 전환 논의 오가
"용적률 감안해 최적의 대안을 선택"
2014-09-06 10:05:31 2014-09-06 10:09:47
[뉴스토마토 방서후기자] 9.1부동산 대책 발표 이후 시장에 혼란이 더해지고 있다. 재건축 활성화 위주의 정책이 나오면서 기존에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추진하고 있던 단지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대책에는 ▲ 재건축 연한 단축 (최장 40년→30년) ▲ 안전진단 기준 완화 (주거환경 비중 15%→40%) ▲ 85㎡ 이하 소형주택 건설시 연면적 기준 폐지 등의 내용이 담겼다.
 
이에 따라 1987~1991년 준공된 아파트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주로 서울 목동, 상계동, 수도권 1기 신도시 아파트들이 여기에 속한다.
 
하지만 이들 단지는 동시에 수직증축 리모델링 연한에 들기도 한다. 수직증축 리모델링은 준공 15년 이상 된 아파트에 최대 3개층을 증축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것으로, 현재 경기도 분당 ▲ 한솔주공5단지 ▲매화 공무원1단지 ▲느티 공무원3·4단지, 서울에서는 ▲ 개포 대치·대청 ▲ 잠원한신 ▲ 가양 한강타운 1단지 등 수도권 60여개 단지가 사업을 추진 중이다.
 
이러다보니 A아파트 단지의 경우 벌써부터 재건축으로 전환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 아파트 주민은 B씨는 "주민 설명회에서 제시된 설계 도면을 놓고 정비업체와 일부 주민들 간 의견이 갈리고 있다"며 "부동산 대책이 나온 지 두 달만에 9.1대책이 발표되는 바람에 재건축 문제에 대해 민감하게 반응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인근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이 단지는 입지도 좋고 용적률 180%에 소형면적이 80%를 차지하기 때문에 재건축을 추진해도 무리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어차피 이번 대책도 국회를 통과해야 하고 준비기간이나 이런 것들을 거치다보면 시간이 걸릴 텐데 그동안 자연스럽게 재건축 연한에 들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이에 대해 조합 관계자는 "단지를 재건축 하기 위해서는 최소 2029년은 돼야한다"며 "지금까지 추진해 오고 있는 리모델링사업이 우리 단지 최적의 사업"이라고 일축했다.
 
이밖에 세월호 참사로 인한 안전 문제도 대두되고 있고, 일조권 규제 등으로 사업 추진에 발동이 걸리면서 리모델링 사업 자체에 대한 의구심을 갖는 경우도 적지않다.
 
서울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준공 후 15년이 지나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가능해진 서울 소재 아파트 1437개 단지 가운데 현행 일조권 규정을 적용할 경우 절반에 가까운 688개 단지가 수직증축 리모델링이 불가능한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다른 정자동 공인중개업소 관계자는 "세월호 참사도 증축 문제가 거론된 것으로 알고 있다"며 "수직증축 리모델링을 허용하고 나서 굳이 9.1대책을 발표한 것을 볼 때 안전성과 사업성 측면에서 확신이 들지 않는 것도 사실"이라고 토로했다.
 
그러면서 그는 "아직 리모델링 추진 전인 인근 한솔주공4단지의 경우 한솔마을 중에서 대지지분이 가장 넓고 준공년도도 1993년으로 빠른 편이기 때문에 리모델링보다는 재건축을 고려하는 움직임이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문제는 기존에 리모델링조차도 추진하지 않던 단지들도 '이 참에 재건축' 이라는 기대가 다소 과하게 형성 됐다는 것이다.
 
서울 마포구 신수동 현대아파트에 거주하는 A씨는 "이번이야말로 우리 아파트도 뭔가를 할 수 있는 기회인 것 같다"며 "입주자 대표회의에서 정식으로 이야기가 오가면 다른 목동이나 이런 곳처럼 가격을 올려서 팔 수 있지 않을까 한다"고 말했다.
 
조은상 부동산써브 리서치팀장은 "일단 대책이 나오면 집주인들은 가격을 올려서 내놓고 매수인들은 관망세를 유지하는 사이 정작 거래는 되지 않는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며 "항상 국회에서의 법안 통과라는 산을 넘어야 하는 부동산 시장에서 너무 일찍 큰 기대는 금물"이라고 지적했다.
 
전문가들 역시 이럴 때일수록 사업성을 면밀히 분석하고 무작정 시장 분위기에 편승해서는 안된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관계자는 "재건축 연한이 단축된 것은 분명 큰 호재지만 아무리 1990년대 초에 준공된 단지라 하더라도 최소 2027년은 돼야 재건축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셈"이라며 "재건축 연한히 수년 내 도래하는 저층 단지들은 수혜를 보겠지만 중·고층 단지들의 경우 용적률을 대폭 완화해 주지 않는 이상 재건축의 사업성을 기대하기 힘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실제로 모든 사업에서 제일 큰 부분을 차지하는 비용이 공사비인데, 요즘 재건축 사업의 공사비가 계약면적 기준 3.3㎡당 450만원 수준을 육박하고 있어 매년 물가상승률을 감안한다면 15년 뒤의 공사비는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연한이 10년 단축됐다고 해서 15년 뒤에나 가능한 재건축 사업을 마치 당장이라도 될 것처럼 생각하면 안 된다"고 잘라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통상 기존 용적률이 200% 이하인 경우 재건축 추진 가능하다고 할 수 있고 그 이상인 경우는 사실상 리모델링 외에는 특별한 대안이 없다고 보면 된다"며 "재건축이든 리모델링이든 사업을 추진하기 앞서 실질적으로 이득을 더 줄 수 있는 사업이 무엇인지 반드시 따져보고, 포괄적으로 발표된 정책이 마치 우리 단지에 모두 해당되는 호재인 것으로 여기지 말라"고 조언했다.
 
◇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사진=방서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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