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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느낌, 언어 그리고 색채
이경 개인전, 갤러리로얄서 28일까지
2014-09-03 19:28:17 2014-09-03 19:32:48
(사진제공=갤러리로얄)
 
[뉴스토마토 김동훈기자] "저는 그냥 40대인 한 사람이에요. 불안할 때도 있고, 좋을 때도 있어요. 그런 저의 솔직한 내면을 색에 담았죠."
 
'색(色)을 천착한 작가' 이경(47)은 자신을 이렇게 소개했다. 가까이 다가서면 속내를 보여주는 작품과 마찬가지로, 사람도 꾸밈이 없었다.
 
지난 1일 서울 강남구 학동로 갤러리로얄에서 이경 작가의 개인전 '느낌, 언어 그리고 색채(Feeling, Language and Color)'를 찾았다. 이경 작가는 홍익대 회화과와 독일 브라운슈바익대(회화전공)를 졸업하고 개인전만 18번 치렀다.
 
전시는 크게 ▲형용사로서의 색채 ▲감정색상표 ▲그리움에 관한 5개의 색채구성 ▲시월의 초록 등으로 구분된다.
 
(사진제공=이경 작가)
작품은 일상의 감정을 색으로, 색을 형용사로 표현한 페인팅으로 모두 29점이다. 캔버스에는 아크릴 물감으로 칠한 색만 가득하다. 어쩌자는 색깔들인지. 작품 감상은 이경 작가와 갤러리로얄의 큐레이터 한진희 씨 도움을 받았다.
 
작품은 갤러리 1층에서 시작된다. 1층에는 작가가 최근 6개월에서 2년간 느낀 감정을 색으로 북북 그러나 섬세하게 캔버스에 그은 작품 23점이 있다. 감정색상표다. 100개가 넘는 색은 형용사로 표현돼 있다. '막연한', '불편한', '어여쁜'.. 색을 만든 날짜와 시간도 적혔다. 시간은 15분 단위로 기록됐다.
 
이 작가는 "사물이나 자연을 볼 때는 물론 페이스북을 이용할 때도 어떤 감정이 생기면 형용사로 이름을 붙이고, 그걸 바탕으로 색을 만든다"고 했다.
 
색은 감정의 변화에 따라 조색 과정을 거치고 미묘하게 변한다. 감정과 색은 확정할 수 없어서다. 색에서 느끼는 감정에 관람객은 공감하지 않을 수도 있다. 색에서 느끼는 감정은 오로지 개인의 것이므로.
 
전시회의 주 무대는 계단을 2분가량 걸어 올라가면 만날 수 있다.
 
'시월의 초록(Green in October)'이다.
 
이 작가는 지난해 10월 작업실을 옮겨야 했다. 강원도로 향했다. 길에서 본 숲의 초록색이 그를 덮쳤다. 불안했으니까. 희망이나 기대가 없진 않았다. 막다른 길 끝에는 하얀 건물이 있었다. 느낀 감정은 작품에 새겼다. '엄습하는'.
 
(사진제공=갤러리로얄)
작품은 에스(S) 자로 걸어 들어가면서 감상할 수 있다. 세상의 물결따라 선택의 과정마다 굽이치는 인생길 같다.
 
이때 멀리서는 보이지 않던 색의 형용사가 눈에 들어온다. 작가가 레이저 작업을 통해 작품에 양각한 글자다.
 
이 작가는 "5미터 밖에서 보이지 않던 글자는 한 발짝 다가가면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며 "시차를 두고 감상할 수 있길 바랐다"고 설명했다. 색에서 느끼는 감정을 일방적으로 강요하지 않겠다는 의미다. 소통이란 그런 것이란다.
 
전시의 특징 중 하나는 일부 작품들이 천장에 걸려 있다는 점이다. 캔버스가 나풀거린다고 표현해도 되려나. 사람의 흔들리는 감정을 담았다. 또한 모든 작품은 액자 없이 캔버스 그대로가 전시됐다.
 
"날것을 보여주고 싶었어요. 다만, 더 가까이 다가오세요. 소통할 수 있어요."
 
작가 이경의 개인전은 오는 4일 오프닝을 시작으로 오는 28일까지 열린다. 무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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