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사극, 이제 ‘아이돌 무덤’ 아니라 필수 코스
2014-07-30 16:20:04 2014-07-30 16:24:29
◇MBC 새 월화극 '야경꾼일지'에 출연하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 (사진=MBC)
 
[뉴스토마토 정해욱기자] 아이돌 가수들의 연기 도전이 활발해졌다. 이들은 드라마, 영화 등을 통해 전문 연기자 못지 않은 활약을 보여주곤 한다. 이에 따라 아이돌들의 사극 출연도 활발해지고 있는 추세. 하지만 사극은 장르적 특성 때문에 전문 연기자들도 출연을 꺼리는 장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이돌들이 사극 연기에 잇따라 도전하는 이유가 뭘까.
 
◇'아이돌의 무덤'이었던 사극..차별화 전략으로 출연하기도
 
수년 전엔 사극에 출연하는 아이돌들을 거의 찾아보기 힘들었다. 연기를 하고 싶어하는 아이돌들은 많았지만, 사극에 출연하겠다고 선뜻 나서는 아이돌들은 잘 없었다.
 
한 가요 기획사 관계자는 “아직 나이가 많지 않은 아이돌의 입장에선 사극의 말투나 캐릭터 분석이 어려울 수밖에 없다”며 “아이돌들의 경우엔 연기를 한다는 이유만으로 전문 연기자에 비해 더 큰 주목을 받는다. 일정 수준 이상의 연기를 보여줘야 한다는 부담이 있기 때문에 사극 출연을 결심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중견 배우들의 비중이 비교적 큰 사극의 특성상 아이돌들이 출연했을 때 '연기 9단'인 중견 배우들의 연기와 비교를 당할 수 있다는 것 역시 아이돌들이 사극을 꺼리는 이유였다. 실제로 일부 아이돌들은 사극 출연 후 연기력 논란에 휩싸이며 뭇매를 맞기도 했다. 사극이 아이돌들의 무덤이라고 불렸던 이유다.
 
당시만 해도 아이돌이 사극에 출연하는 것은 일종의 차별화 전략이었다. 대부분의 아이돌들이 학교물이나 로맨틱 코미디에 출연하는 가운데 그들과 다른 자신만의 특별한 점을 보여주기 위해 전략적으로 사극에 출연하곤 했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이야기다.
 
◇퓨전 사극으로 장르적 변화..연기자로서 새 도전 나서
 
최근 들어 정통 사극은 찾아보기 힘들다. 여러 장르를 한 데 섞어 현대극을 연상시키는 퓨전 사극을 만드는 것이 요즘의 트렌드다. 바로 이런 사극의 장르적 변화가 아이돌들의 사극 출연을 활성화시키고 있다는 분석이다. 정통 사극을 방송에 내보낼 일이 잘 없는 방송사의  입장에서도 아이돌을 사극에 섭외하는 것이 부담스럽지 않게 됐다.
 
한 방송사 관계자는 “예전만 해도 사극과 아이돌이 어울리겠냐는 부정적인 생각이 있었지만, 현재 방송되는 사극들은 대부분이 퓨전 사극이기 때문에 아이돌에게 역할을 맡겨도 무리가 없다”고 전했다.
 
과거 아이돌들의 드라마 출연은 얼굴 알리기용인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 들어 아이돌들의 자세가 달라졌다. 진지한 자세로 연기에 임하는 아이돌들이 조금씩 늘고 있고, 이에 따라 아이돌들이 연기자로서의 성장을 위해 사극 출연을 마다하지 않는 추세다.
 
관계자는 "요즘 사극에 도전하는 아이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데다가 이들이 좋은 평가까지 받으니 그걸 보는 다른 아이돌들의 입장에서도 '우리도 할 수 있겠지'라는 용기를 내는 것 같다"고 말했다.
 
JYJ의 박유천, 미쓰에이의 수지, 제국의 아이들의 임시완 등이 사극에 출연해 좋은 성적을 거둔 대표적인 경우로 꼽힌다.
 
◇데뷔 11년차 베테랑 아이돌도 사극 도전
 
동방신기의 유노윤호는 다음달 4일 첫 방송될 예정인 MBC 새 월화극 '야경꾼일지'에 출연한다. '야경꾼일지'는 퇴마사를 소재로 한 판타지 로맨스 활극이다. 조선 시대를 배경으로 하며, 유노윤호는 조선 최고의 검술 실력을 가진 감찰부 무관 무석 역을 연기한다.
 
지난 2004년 가요계에 데뷔한 유노윤호는 국내외에서 인기몰이를 했다. 팀 멤버인 최강창민과 함께 일본에서 7만여명 규모의 스타디움 공연까지 개최한 그는 아이돌로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다.
 
유노윤호로선 가수로서의 인기를 바탕으로 자기 입맛에 맞는 현대극에 충분히 캐스팅될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노윤호는 상대적으로 더 부담스러울 수 있는 사극을 굳이 차기작으로 선택했다. '맨땅에 헤딩', '야왕' 등의 드라마를 통해 연기에 도전했던 유노윤호가 사극에 출연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최근 아이돌들이 얼마나 진지한 자세로 연기에 임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케이스다. 
 
유노윤호는 이에 대해 지난 29일 열린 '야경꾼일지'의 제작발표회에서 “대본을 받았을 때 색달랐다. 새로운 도전이라는 부분에 많은 관심을 갖게 됐다. 이 작품을 통해서 더욱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어 “무석이란 캐릭터가 원리원칙을 따지고 융통성이 부족한데 그런 부분은 저와 비슷하다. 그래서 끌렸던 것도 같다"고 덧붙였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