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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후원전, 정말 위험할까.."알고 쓰면 더 안전"
2014-07-29 15:06:34 2014-07-29 15:11:26
[뉴스토마토 최병호기자]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사고와 지난해 원전비리 등으로 노후원전에 대한 불안이 커지면서 낡은 원전을 폐쇄하자는 주장도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노후원전에 대한 억측과 소문 탓에 불안 심리만 늘었다고 지적했다.
 
환경단체 등에서 노후원전을 신체 저항력이 약한 노인에 빗대 작은 운영 실수와 부품결함에도 큰 재난을 일어날 수 있다고 말하지만, 장기이식과 재활치료를 통해 건강을 회복하듯 노후원전 역시 유지·보수만 잘하면 더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한국수력원자력에 따르면, 올해 기준으로 운영허가 기간 30년이 끝난 원전은 고리 1호기(2007년 6월 만료)와 월성 1호기(2012년 11월 만료) 등 2기다. 이 중 고리 1호기는 2008년 수명연장 허가를 받아 재가동 중이고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 심사를 받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정부는 올해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을 결정해야 하는데, 환경단체와 야당 측 반대가 극심하다. 이들은 "원전 운영기간이 늘면 치명적 사고 가능성도 커진다"며 "1978년 가동된 고리 1호기에서 지금껏 130번의 발전정지가 일어났다"고 주장했다.
 
◇월성 원자력발전소 전경(사진=한국수력원자력)
 
이런 주장의 핵심은 ▲고압력의 핵분열로 가동되는 원전 특성상 낡은 원전은 위험하다 ▲고리 1호기 사례를 봤을 때 오래된 원전일수록 더 많은 사고가 일어났다 ▲발전정지가 100여차례 일어났으므로 다른 사고도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내용으로 요약된다.
 
이에 대해 한수원은 "가동한 지 오래됐다는 이유만으로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은 사실과 다르다"고 반박했다. 낡은 원전이 대명사처럼 쓰이는 고리 1호기만 해도 2008년 재가동승인 전에 설비 대부분을 개선해 안전성을 확보하고 정부의 심사를 통과했다는 것.
 
◇오래된 원전도 유지·보수하면 얼마든지 안전 확보 가능
 
월성 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월성 1호기는 수명연장에 대비해 2009년부터 2011년까지 약 9000건의 설비에 대한 유지·보수 작업을 마쳤다"며 "원전의 심장인 '원자로 압력관'까지 교체하는 대대적인 설비개선 작업을 추진해 사실상 새 발전소가 됐다"고 강조했다.
 
한수원은 그동안 원전의 안전성과 관련해 가장 큰 논란거리이자 노후원전의 기준처럼 쓰이고 있는 '수명 30년'에 대해서도 알려진 것과 다른 점이 있다고 주장했다.
 
한수원 측은 "흔히 수명기간으로 알고 있는 원전의 설계수명(Design Life)은 기술적 제한기간이 아니라 원전의 성능기준과 공학적 안전성을 만족시키는 최소한의 기간일 뿐"이라며 "노후원전이라고 사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게 아니다"고 지적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원전인 고리 1호기에서 고장 사고가 제일 빈번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한수원은 "고리 1호기가 국내 첫 원전이고 운영 기술력이 부족해 지금까지 130건의 고장이 있었지만 재가동을 시작한 2008년 이후 고장은 3건"이라고 해명했다.
 
아울러 한수원은 "발전정지도 불시의 사고가 아니라 원전의 부품과 안전에 조금이라도 문제가 생기면 사전에 설계된 매뉴얼대로 발전소가 자동 정지되는 과정"이라고 전했다.

◇해외에서도 원전 수명연장 추진..기술력 확보로 안전성 보장
 
원전의 설계수명만 가지고 노후원전을 폐쇄하자는 주장의 허점은 다른 나라의 원전운영 정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실제로 한수원과 국제원자력기구(IAEA) 자료를 보면, 세계에서 운전 중인 원전 435기의 평균 가동연수는 28년이고, 이 가운데 올해 수명연장 승인을 받은 원전은 150기였다. 
 
특히 미국은 올해 100기의 원전 중 72기에 60년 연장운전을 승인했고 원전 수명을 80년까지 늘리는 연구도 진행 중이다. 과거에는 기술이 미숙해 원전 수명기간을 30년으로 정했으나 기술이 진보하면서 원전에 대해 충분히 안전성이 보장할 수 있게 된 것.
 
한수원 측은 "IAEA 자료에 따르면 나라별 평균 원전 가동기간은 미국 34년, 캐나다는 30년, 프랑스는 29년, 러시아는 30년"이라며 "현재 국내에 23기의 원전을 보유한 우리나라의 평균 운전기간은 18년으로 노후원전이 많지도 않고 위험하지도 않다"고 밝혔다.
 
과학기술의 발달하지 못한 과거에는 수명기간 30년이 중요한 기준일 수 있었으나 기술이 진보해 원전 운영허가기간이 지나도 충분히 안전성이 확보할 수 있게 된 것.
 
더구나 해외에서는 수명연장 심사 때 매우 엄격한 기술기준을 적용해 안전성을 강화하고 있는데, 우리나라 역시 IAEA의 계속운전주기적 안전성평가를 도입했고 미국의 운영허가 갱신제도까지 반영해 세계적으로 가장 엄격한 기술 안전성을 검증하고 있다.
 
지난해 원전 납품비리를 통해 핵마피아 논란이 생기기는 했지만 환경단체의 주장처럼 정부와 핵마피아가 유착해 원전의 재가동을 마음대로 결정하는 게 아니라는 설명이다.
 
한수원 측은 "부실원전의 대표격인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폭발은 상업운전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된 곳에서 생긴 것"이라며 "수명을 늘린 원전 중 사고가 일어난 경우는 아직 없고 후쿠시마 원전사고도 지진해일이 원인이지 노후원전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후쿠시마 원전과 국내 원전은 구조 달라..우리나라는 대형 사고 위험 적어
 
우리나라에 본격적으로 원전 공포증을 가져온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정말 우리나라와 관계없을까? 이에 대해 한수원 측은 "원전 사고 원인이 노후원전 탓이 아닐뿐더러 원전 구조에서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르기 때문에 가능성이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후쿠시마 원전사고는 지난 2011년 일본 동북지방에서 리히터 규모 9.0의 대지진이 일어나 원자로를 냉각시키는 장치가 고장 나고 방사능이 바닷물로 누출되면서 발생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비등수로형(BWR: Boiling Water Reactor)인 일본 원전과 달리 국내 원전은 고리1호기부터 가장 최신의 신고리 원전까지 모두 가압경수로형(PWR:  Pressurized Water Reactor)으로 건설돼 구조적으로 훨씬 안전하다고 강조했다.
 
◇가압경수로형 원전의 구조(사진=한국수력원자력)
 
한수원에 따르면, 가압경수로형은 원자로 안을 순환하는 1차 계통과 원자로 핵분열로 발생한 증기를 순환시키는 2차 계통, 2차 계통에서 터빈을 돌려 전기를 만든 증기가 물이 됐을 때 이를 바다로 내보내는 3차 계통이 분리돼 방사능이 누출될 가능성이 적다.
 
월성 원자력본부 관계자는 "세계 원전의 60% 정도가 가압경수로형"이라며 "일본에서 쓰는 비등수로형은 원자로에서 만들어진 증기가 직접 터빈을 돌리고 원자로 계통과 터빈 계통이 완전히 분리되지 않아 방사능이 새어 나갈 위험이 크다"고 분석했다.
 
원전 구조는 물론 우리나라는 일본과 달리 지진 위험도 적고, 원자로 외관에 5중 방호벽까지 설치했기 때문에 원자로 폭발에 따른 방사능 누출 위험이 적다는 주장이다.
 
한수원은 또 후쿠시마 사고 후 원전의 안전성을 강화하기 위해 원전 방호벽을 7m에서 10m로 높이고, 해일경보가 나면 바닷물 유입을 막는 차수문(遮水門)을 높이 10m, 두께 0.8m 크기로 설치하는 한편 지진이 감지되면 원자로를 정지시키는 장치까지 설치했다.
 
한수원은 "정부는 원전 설계 때부터 여러 고장·사고 가능성을 검증하고 언제라도 안전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준비 중"이라며 "노후원전에 대한 국민의 불안을 고려해 앞으로도 안전에 대한 기본원칙을 강조하고 안정적으로 전력 공급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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