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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日, 23개월째 무역적자..아베노믹스 효과 '시들'
수출 -2.7%·수입 -3.6%..국내외 수요 동반 위축
소비세 인상·글로벌 경기 둔화 이중 충격
"수출이 소비세 인상 여파 상쇄 어려워"
2014-06-18 15:43:17 2014-06-18 17:30:52
[뉴스토마토 김진양기자] 일본이 23개월 연속 무역적자 행진을 이어갔다. 적자 규모가 전달보다 확대된데다 수출과 수입이 모두 마이너스 성장을 하는 등 경제 상황은 면면히 좋지 않다. 특히 수출은 15개월만에 처음으로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7년만의 소비세율 인상으로 국내 수요가 위축된 상황에서 미국과 중국 등 주요 무역 파트너 국가의 성장 둔화까지 겹치며 경제의 돌파구를 찾기도 좀처럼 쉽지 않다.
 
일부 전문가들은 일본은행(BOJ)이 추가 부양에 소극적인 태도를 버리고 과감한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조언을 하기도 했다.
 
◇5월 무역적자 9090억엔..수출입 동반 부진
 
18일 일본 재무성은 5월의 무역수지가 9090억엔 적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사전 전망치 1조1730억엔 적자보다는 양호했지만 직전월의 8090억엔 적자에서는 악화됐다.
 
이로써 2012년 7월 이후 시작된 일본의 무역적자는 23개월째 이어졌다. 통계가 시작된 지난 1979년 이후 가장 긴 흐름이다.
 
일본의 무역수지 부진은 수출이 생각보다 좋지 않았던 영향이 컸다.
 
이 기간 수출은 5조6075억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2.7% 위축됐다. 직전월의 5.1% 증가에서 물러나며 사전 전망치 1.2% 감소도 하회했다. 수출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작년 2월 이후 처음이다.
 
지역별로는 일본 수출의 절반 가량을 차지하는 아시아로의 수출이 3.4% 줄었다. 한국(-8.4%), 태국(-9.4%), 싱가포르(-16.5%)로의 수출 감소가 두드러졌다.
 
브라질(-10.7%) 등 남미 지역으로의 수출이 16.7%, 미국(-2.8%), 캐나다(-14.2%) 등 북미로의 수출이 3.6% 감소했다.
 
반면 유럽연합(EU)으로의 수출은 14.5% 증가했다. 전달의 12.7%보다 개선된 것으로 독일(22.5%), 이탈리아(13.6%), 스페인(25.2%) 등으로의 수출 증가가 눈에 띄었다.
 
품목별로는 선박 수출이 32.5%, 자동차 수출이 4.3% 감소했다. 자동차 수출이 줄어든 것은 14개월 만이다.
 
 
수입이 예상 밖의 감소세를 보인 점도 적자폭 확대에 기여했다.
 
같은 기간 수입은 6조5165억엔으로 전년 동기대비 3.6% 감소했다. 직전월의 3.4% 증가는 물론 사전 전망치 1.7% 증가에도 못 미쳤다. 마찬가지로 수입이 감소세를 보인 것은 2012년 10월 이후 19개월만이다.
 
◇소비세 인상에 대외 수요 부진까지..설상가상
 
이날 공개된 일본의 무역 지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일본 내 소비세 인상의 여파가 고루 미친 결과였다.
 
수입의 경우 소비세 인상으로 인한 국내 수요 위축과 산업 활동 정체에 역성장을 했다.
 
실제로 철광석(-17.0%), 비철금속(-12.3%) 등 원자재 수입이 8.0% 줄었고 석유(-15.1%), 석탄(-24.4%) 등 화석연료 수입이 9.4% 감소했다.
 
소비세와 함께 에너지 세율이 인상된 점도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등장했다. 우에노 야스나리 미즈호증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화석 연료에 대한 수요 자체는 큰 변화가 없지만 세율 인상 이전 충분한 재고를 비축해 둔 점이 수입 감소를 야기했다"고 분석했다.
 
이 밖에 통신장비(-36.7%), 자동차(-9.6%), 의류 및 장신구(-10.2%) 등 민간 소비와 직결된 품목의 수입도 크게 줄었다.
 
수출은 중국 경기 둔화 등 대외 수요가 부진에 후퇴했다. 
 
이 기간 대중(對中) 수출은 0.4% 증가에 그쳤다. 직전 3개월간의 수출 증가율은 27.6%, 4.3%, 9.7% 였다. 
 
대부분의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의 2분기 경제성장률이 7.4%로 5년여만의 최저치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구조 개혁에 지속적인 신경을 쓰는 만큼 고성장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다.
 
대미 수출은 2.8% 감소해 전달의 1.9% 증가에서 뒷걸음질 쳤다. 17개월만의 마이너스 성장이기도 하다.
 
코다마 유이치 메이지야스다생명보험 수석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을 포함한 신흥국과 미국의 수요 둔화가 수출 감소를 불러왔다"며 "수출이 점진적으로 회복은 되겠지만 성장 엔진이 될 만큼 충분치는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일각에서는 이 기간 엔화가 상대적 강세를 보인 것이 수출 경쟁력을 약화시켰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실제 지난달의 달러·엔 환율은 0.49% 절상되며 두 달 연속 하락했다. 지난해 20% 가까이 오른 엔화 환율은 올해에만 3% 가량 떨어졌다.
 
◇힘 못 내는 수출에 전망도 '깜깜'..BOJ 움직일까?
 
당초 일본 정부와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이 2분기 경제 성장의 열쇠가 될 것으로 기대했다.
 
시장에서는 1분기 6.7% 성장한 일본 경제가 2분기에는 4.2% 물러날 것으로 내다봤다. 소비세 인상으로 민간 소비가 위축되겠지만 수출 증가가 이를 어느정도 상쇄시킬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수출이 예상보다 큰 폭으로 감소하자 시장에서는 소비세 인상으로 경제 위축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회생을 도모하고 있는 아베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무토 히로아키 스미토모미츠이자산운용 선임이코노미스트는 "수출에 기댄 제조업 부문이 제대로 돌아가고 있지 않다"며 "소비세 인상의 여파를 보완하기에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미국 경제가 개선되고 있는 점은 일본의 수출이 언젠가는 회복될 것을 의미하지만 시간이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지난주 통화정책회의를 마친 구로다 하루히코 BOJ 총재가 "수출 회복 시기가 지연되고 있다"고 평가한 점과도 상통한다.
 
미나미 타케시 노린츠킨리서치센터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국내 수요가 정체된 상황에서 수출 회복도 실패할 경우 BOJ를 향한 기대감은 더 높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재 시장이 예상하는 추가 부양 시기는 연말 전후지만 수출 위축으로 인한 성장 둔화가 심각할 경우 BOJ가 가을에라도 행동에 나설 수 있다는 설명이다.
 
수출보다는 내수 회복에 더 집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제시됐다.
 
캐피탈이코노믹스는 "아베노믹스가 수출에 상당히 많은 부분을 의존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대미 수츨 증가율이 둔화되는 글로벌 추세에 맞춰 일본 정부는 국내 소비 확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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