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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일촉즉발' 이라크..유가 급등에 경기회복 적신호
수니파 반군, 바그다드로 돌격..유가 추가 상승 위기 '급증'
전문가 "WTI 10~15달러 상승할 것"
유가 폭등시 글로벌 경제성장률 0.5% 둔화 위험
2014-06-13 13:17:42 2014-06-17 13:06:03
[뉴스토마토 윤석진기자] 이라크가 내전 위기에 직면하면서 국제유가가 치솟았다.
 
수니파 반군이 무서운 기세로 점령 지역을 확대하고 있어 원유 수급 우려에 따른 유가 상승세는 한동안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유가 폭등이 주요국 경제 성장세에 걸림돌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각국 정부들은 이라크 사태를 예의 주시하고 있다.
 
◇이라크 악재로 WTI 2% '급등'..9개월來 최고
 
12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7월 인도분 선물가격은 전 거래일보다 2.13달러(2.0%) 뛴 배럴당 106.53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 9월18일 이후 약 9개월래 최고치다.
 
브렌트유도 동반 상승했다. 이날 런던 ICE선물시장에서 북해산 브렌트유 7월 인도분도 전 거래일보다 3.05달러(2.8%) 오른 배럴당 112.40달러에 거래됐다.
 
천연가스 가격는 5.63% 폭등했고 항공 관련 제트유 가격도 오름세로 마감했다.
 
◇WTI 가격 추이 5~6월13일 (자료=인베스팅닷컴)
 
이라크 수니파 급진 무장세력인 '이라크-레반트 이슬람국가(ISIL)'가 수도인 바그다드 쪽으로 남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유가를 비롯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한 것이다.
 
이미 모술과 티크리트 등 북서부 지역을 장악한 ISIL가 바그다드에 이어 남부까지 접수하면 사태는 더 심각해진다. 남부에 원유 생산시설이 몰려있기 때문이다.
 
정부군과 반군의 총력전에 해당 지역의 기반시설이 붕괴되거나, 생산에 차질이 빚어질 경우, 유가는 오르게 되어있다.
 
게다가 이미 시리아 동부와 서부, 이라크 중부 등 적지 않은 도시가 ISIL의 수중으로 들어가 있어, 남부가 아예 반군의 손아귀로 넘어가면 내전이 본격화될 수 있다.
 
세계 원유생산 2위 국인 이라크에서 내전이 발발하면 세계 유가 시장은 혼돈 속으로 빠져들 가능성이 농후하다.
 
제임스 윌리엄스 WTRG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반군은 이라크 북부 지대를 점령했다"며 "이들이 만약 바그다드를 접수하고 남쪽으로 진격한다면 원유시장은 엄청난 혼란을 경험할 것"이라고 말했다.
 
◇WTI 10~15달러 추가 상승.."남부 원유 생산에 차질"
 
전문가들은 남부 원유 생산지대에 타격이 가해지면 국제 유가는 천정부지로 치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남부 석유 지대에서 하루에만 250만배럴에 달하는 원유가 생산되고 있다.
 
페이델 게이트 오펜하이머 수석 연구원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이라크는 하루에 300만배럴이 넘는 원유를 공급하는 국가"라며 "이라크 원유 수출이 중단되면 리비아나 나이지리아와 같은 국가들은 큰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고 말했다.
 
게이트 수석 연구원은 원유 공급 사태가 벌어지면 WTI가 10~15달러 더 오를 것으로 내다봤다.
 
◇반군 두 명이 모술 인근에서 무장한 채 서 있다. (사진=로이터통신)
 
유가 상승 전망은 이후에도 줄줄이 이어졌다.
 
제임스 윌리엄스 WTRG 에너지 이코노미스트는 "원유 수급에 문제가 발생하면 유가는 최대 20달러까지 폭등할 것"이라고 말했다.
 
어게인 캐피탈의 원유 애널리스트 존 킬더프는 "이라크 상황이 악화되면 가격 급등이 예상된다"며 브렌트유 가격은 배럴당 125달러까지도 오를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유가 상승 폭이 제한될 것이란 의견도 있었다. CNN머니는 경제 전문가들의 의견을 인용해 당장은 이라크 내 분쟁이 유가에 미치는 영향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최근 남부의 일일 원유 생산이 사상 최고치인 250만배럴에 달해 재고가 충분하다는 이유에서다.
 
아이함 카멜 유라시아그룹 중동·북아프리카 책임자는 "북부지역 분쟁에도 이라크의 석유수출은 남부 유전만 가동되도 연말이면 하루 280만배럴까지 증가할 것"이라며 "이라크의 석유 수출은 남부에 의존하고 있다"고 전망했다.
 
◇유가 폭등, 글로벌 성장률 0.5% 저하..美·中 경제부담 '가중'
 
유가 폭등은 그 자체로도 소비자와 기업에 거대한 짐을 지우지만, 더 큰 문제는 경제 성장세를 심각하게 둔화시킨다는 점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유가가 10% 오르면 글로벌 경제성장률은 0.5% 하락한다.
 
이미 뉴욕 WTI는 올해 들어 8.2%, 런던 브렌트유는 2% 상승했기 때문에 여기서 가격이 조금만 더 올라가면 성장률이 저하될 수 밖에 없다.   
 
니콜라스 콜라스 컨버젝스그룹 수석 시장전략가는 "일반적으로 유가가 폭등하면 경제 확장세는 둔화되기 마련"이라고 진단했다.
 
특히 지난 1분기 동안 형편없는 경제 성적표를 낸 미국의 입장에선 이라크 사태로 유가가 오르는 것이 매우 부담스럽다.
 
미국의 지난 5월 소매판매는 0.3% 증가하며 시장 예상치를 밑돈 것으로 조사됐고 고용동향을 나타내는 지난주 신규 실업수당 청구건수는 직전주보다 4000건 늘었다. 고용시장이 악화된데다 미국 경제의 70%를 차지하는 소비가 위축된 것이다.
 
◇미국 경제 성장률 추이 2011~2014년 1분기 (자료=트레이딩이코노믹스)
 
성장률이 오르기는커녕 떨어지게 생겼다. 실제로 최근 미 상무부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잠정치를 마이너스(-)1.0%로 발표했다. 3년 만에 처음으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한 것이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이날 골드만삭스는 미국의 1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1.1%에서 -1.9%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이처럼 미국 경제에 불리한 소식이 쏟아지자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이날 이라크 사태 수습을 위해 공중 폭격을 가할 수도 있다며 강경한 태도로 나섰다.
 
오바마는 "이라크에서 미국의 국가안보 이익이 위협받을 때는 군사행동을 취할 준비가 돼 있다"며 모든 옵션을 고려 중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세계의 공장'인 중국의 마음도 편치않다. 이라크 정정불안으로 원유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면 제조업 생산력이 급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은 총 원유 수입분 중 10%를 이라크에서 가져다 쓴다. 이는 중국의 사우디아라비아나 앙골라에서 수입하는 원유량 보다 많은 수준이다. 중국은 이라크 원유 생산 시설에 투자도 해놨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이날 이라크 사태가 악화돼 유가가 상승하면 글로벌 경제회복세에 타격을 줄 것이라고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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