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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금융의 LIG손보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에 배구계는
2014-06-12 08:13:26 2014-06-12 08:19:59
[뉴스토마토 이준혁기자] 얼핏 생각할 경우 스포츠와 기업간 인수·합병 문제가 연관성이 어떤 형태로 있을 수 있냐고 되물을 수 있다. 그렇지만 그것이 '프로스포츠'면 얘기가 달라진다. 개별 선수의 경기·훈련 지원은 물론 팀이라면 존폐의 문제도 묶이기 때문이다. 팀의 이름이 바뀌는 것은 물론이고 팀이 사라질 여지도 있다.
 
그래서 지난 11일 저녁 발표된 LIG손해보험 지분 19.83% 인수 우선협상대상자 발표는 스포츠계에도 상당히 중요하다.
 
'역사와 전통의 배구단' LIG그레이터스 배구단은 LIG그룹에서 손해보험 산하 팀이다. 현재 상황에서 배구단은 이변이 없는 한 인수 기업에 딸려 이동할 것이 상당히 유력한 상황이다.
 
◇구미 LIG그레이터스 배구단이 경기 승리 후 환호하고 있다. (사진=이준혁 기자)
 
◇LIG손해보험, KB금융지주 품에 안길 것이 유력..배구계, 일단 '환영' 기조
 
구자원 LIG그룹 회장과 매각주관사인 골드만삭스는 11일 KB금융지주를 LIG손해보험 지분 19.83% 인수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하고 이를 통보했다.
 
이번 인수에는 KB금융 외에도 동양생명-보고펀드 컨소시엄, 롯데손해보험, 자베즈-새마을금고 컨소시엄, 중국 푸싱그룹 등이 참여해 경쟁을 펼쳤다.
 
KB금융은 LIG손보 직원들이 가장 바랬던 인수 기업이다. 노조는 그간 인수 경쟁 기업인 동양생명 컨소시엄과 롯데손해보험에 반대의사가 명확했다. 기업재편 혹은 구조조정이 불가피하다 봤기 때문이다. 동양생명은 사모펀드 소속 기업이고, 롯데손해보험은 인수 후 양사 조직간의 정리가 예상됐다.
 
그렇지만 KB금융은 LIG손보의 인수를 위해 맞춰야 하는 조건이 있다. 금융당국의 자회사 승인 심사를 통과해야만 한다는 전제 조건이 붙은 것이다.
 
최근 금융당국이 KB금융 중징계 방침을 표명하면서 최종 인수 과정이 순탄할 지는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협상대상 차순위자는 동양생명 컨소다.
 
LIG그레이터스 배구단의 '운명'이 바뀔 수 있는 상황에서 배구계는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하지 않지만, 일단 전반적인 분위기는 나쁘지 않은 것으로 비쳐진다.
 
KB금융은 여자농구팀과 사격단을 운영 중인데, 기존 이미지가 나쁘지 않기 때문이다.
 
배구계 한 인사는 "외국계 기업은 한국 법인을 팔고 한국을 떠날 수도 있고, 사모펀드나 사모펀드와 연계된 컨소시엄은 이윤의 극대화를 위해 배구단을 팔거나 공중분해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더군다가 LIG손보 직원들도 KB금융을 희망했다. 배구단도 지금처럼 잘 운영이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선수는 "(LIG그레이터스 배구단 선수들이) 함께 코트에서 만나는 동료이고 혹시 트레이드라도 되면 옮겨갈 수도 있는 팀이라 우리 선수들도 강건너 불구경하는 상황은 아니었다"며 "KB는 그래도 여자농구나 개개인 후원 등을 볼 때 다른 인수 참가자에 비해선 낫지 않은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사진제공=한국배구연맹(KOVO))
 
◇"드림식스-우리카드 사례는 재현되지 말아야"
 
배구계가 이처럼 모기업 리스크에 민감한 이유는 최근들어 모기업 때문에 휘청이는 배구단이 있기 때문이다. 바로 충남도 아산시가 연고지인 우리카드 한새다.
 
우리카드는 지난해 3월7일 진행된 드림식스 배구단 공개 입찰에서 에이앤피파이낸셜(러시앤캐시)을 밀어내고 인수 기업에 확정됐다. 이후 초대 사령탑에 강만수 감독을 선임하는 등의 출범 준비에 박차를 가했고, 8월에 배구단을 정식 출범했다.
 
당시 에이앤피파이낸셜은 구단 인수의 의지가 강했다. 2011~2013년(2시즌) 한국배구연맹(KOVO) 관리구단 시절 드림식스 스폰서를 자처하며 전폭 지원했다. 그렇지만 연맹은 좀 더 신뢰가 높고 명망있는 기업이 필요하다는 이유를 우리카드를 인수자로 택했다.
 
그러나 우리카드 배구단 출범 두 달 만인 지난해 10월 이순우 신임 회장이 우리금융지주 회장에 취임하면서 상황은 돌변했다. 이 신임 회장이 배구단 인수 의사를 갑자기 바꾼 것이다. 우리금융의 민영화를 추진중인 상황에서 초기투자가 불가피할 배구단 인수 여력이 없다는 것이었다.
 
배구계는 발칵 뒤집혔고, KOVO는 우리카드 측을 계속 설득했다. 결국 우리카드는 인수 포기시 내야할 60억원의 위약금 부담과 부정적 여론으로 마지못해 배구단 인수를 정했다. 그리고 2013~2014시즌 '우리카드'의 이름으로 리그에 참여하며 경기를 진행했다.
 
하지만 최근 우리카드는 다시 배구단 매각을 추진 중이다. 우리은행 민영화 작업이 본격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예상되며 구단 매각이 불가피하단 결론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 1년반도 안 돼 '인수전 참가-인수 의사 번복-인수-매각 추진'이 이어졌다.
 
배구계가 LIG손보 인수자에 민감했던 것도 이같은 이유 때문이다. 
 
배구계 한 인사는 "KB금융은 KB스타즈 여자농구단을 안정적으로 운영해왔다. 그래서 인수 후보 중 가장 신뢰가 간다"면서 "V-리그에는 금융사 소속 구단이 7개(남4·여3)나 된다. KB가 안정적으로 구단 운영을 해주길 바란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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