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기 기자
`못믿을 공시' 상장사 29% 실적 정정
2009-03-15 10:16:00 2009-03-15 10:17:13
상장사들이 적자를 흑자로 둔갑시켜 실적을 공시한 사례가 외부 감사 등을 통해 무더기로 들통나 투자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
 
15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이달 13일까지 `매출액 또는 손익구조 30% 이상 변동' 공시를 통해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상장사는 모두 1천596개사이며 이중 28.75%인 459개사가 추후 정정공시를 냈다.
 
실적 정정공시는 유가증권시장 상장사에서 두드러졌다. 최초 공시를 낸 574개사 중 절반에 가까운 250개사가 실적을 고쳤다. 코스닥시장에서는 1천22개사 중 209개사가 감사 이후 공시 내용을 수정했다.
 
수치 정정 폭은 대부분 미미한 수준이었으나 일부 상장사는 자체 집계에서 흑자였던 실적을 정정공시에서는
적자로 바꿨다.
 
이 때문에 일부 상장사들은 경영 손실을 숨기려고 실적을 의도적으로 조작했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성원건설은 지난달 23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6.53% 증가한 95억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으나 이달 13일 외부 감사 결과 43억원의 적자를 봤다고 밝혔다. 정정 사유와 관련해 외부감사 결과를 반영했다고만 명시했을 뿐 구체적인 해명은 하지 않았다.

AJS는 이달 4일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6억2천만원을 기록했다고 공시했지만 10여일이 흐른 13일 당기순손실이 4억9천만원에 달한다며 적자로 돌아섰음을 시인했다.
 
대유디엠씨도 지난달 5일 당기순이익이 8천만원으로 전년의 59억원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고 밝혔지만 이달 12일 1억1천만원 당기순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고쳐 공시했다.
 
디아이씨는 지난달 12일 당기순이익이 105억원으로 전년 대비 1.54% 증가했다고 밝혔으나 이달 13일에는 41억원으로 오히려 60.04% 감소했다고 고쳤다. 회사 측은 외부 감사인의 감사 결과 계열회사의 당기순손실을 반영했다고 설명했다.
 
감사 결과 실적이 대폭 줄거나 손실액이 확대된 사례도 다수 있었다.
 
평화홀딩스는 감사 결과 영업손실과 당기순손실이 180억원, 125억원에서 각각 206억원, 150억원으로 확대됐다. 남광토건은 영업이익 53억원, 당기순손실 52억원에서 각각 19억원, 71억원으로 수정했다.

아인스는 당기순손실이 89억원에서 212억원으로 늘어났으며 피에스케이도 당기순손실 규모가 81% 가량 증가했다.
 
반면 배명금속은 정정공시를 통해 작년 당기순이익이 1억3천만원에서 4억2천만원으로 66.68% 감소에서 22.88% 증가했다고 밝혔다.
 
실적 정정이 수시로 이뤄지면 기존에 발표된 공시에 의존했던 투자자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으나 최초 공시에 외부감사 결과에 수정이 생길 수 있는 잠정 집계치임이 명시돼 있어 회사 측에 책임을 묻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우선 회사가 실적 공시할 때 정확하게 공시할 책임이 있지만, 무엇보다 투자자들이 잠정 집계치라는 사실을 유념해 투자해야 한다"며 "정정공시 내용도 꼼꼼히 챙겨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 맛있는 뉴스토마토, 무단 전재 - 재배포 금지

지난 뉴스레터 보기 구독하기
관련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