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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믿고 보는 배우 조진웅 "사람 보고 간다"
2014-06-05 10:52:01 2014-06-05 10:56:15
◇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뉴스토마토 함상범기자] 영화 <고지전>, <퍼펙트 게임>, <범죄와의 전쟁:나쁜놈들 전성시대(이하 '범죄와의 전쟁')>, <글러브>, <파파로티>, <용의자X>, <분노의 윤리학>,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
 
최근 3년 간 배우 조진웅의 출연작 중 호평을 받은 영화들이다.
 
<범죄와의 전쟁> 김판호 역 이후로 이름을 알린 조진웅은 이후 출연하는 대부분의 작품이 호평과 함께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쾌거를 이뤘다. 2011년 최대흥행 드라마로 손꼽히는 SBS <뿌리깊은 나무>에도 출연해 안방관객의 눈도장을 얻는 데 성공했다. 연기력에 흥행력까지 겸비한 조진웅에게는 이제 '믿고 보는 배우'라는 별칭이 붙었다.
 
선과 악이 공존하는 배우, 다양한 가면을 가진 그가 이번에는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 악랄한 얼굴로 관객들을 만났다.
 
차분한 말투 속에서 존칭과 반말을 오고가는 화법, 아울러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액션, 사나운 눈빛과 간담이 서늘할 정도로 완벽한 범죄행각까지 조진웅은 최근 한국영화 캐릭터 중 가장 무서운 인물인 박창민을 만들어냈다.
 
"최대한 차분해지려고 했다"는 조진웅은 이번 영화가 관객들에게 모종의 통쾌함을 주길 기대하고 있었다. 지난달 29일 삼청동의 한 커피숍에서 조진웅을 만나 평단과 관객에게 두루 사랑 받는 노하우를 슬쩍 엿봤다.
 
◇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내 장점은 디테일한 색채를 구현하는 것"
 
이번 영화 <끝까지 간다>는 다양한 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속도감 있는 스토리 전개, 긴장과 이완을 자유자재로 오고가는 연출, 실제 싸움을 연상케 하는 액션, 이선균과 조진웅의 생생한 연기력까지 더해졌기 때문이다.
 
절치부심하며 8년 만에 영화계에 돌아온 김성훈 감독의 연출,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의 중심을 잡고 이끌어가는 이선균의 연기력도 훌륭하지만 특히 영화 중반 이후부터 얼굴을 비추는데도 엄청난 존재감을 발휘한 조진웅의 연기력이 관객의 눈을 사로잡는다.
 
<뿌리 깊은 나무>의 무휼, <범죄와의 전쟁>의 김판호, <화이:괴물을 삼킨 아이>의 기태 역할 등과 마찬가지로 이번 영화 <끝까지 간다>에서도 조진웅의 색은 뚜렷하고, 강렬하다. 
 
조진웅은 디테일한 색채를 구현하는 게 자신의 장점인 것 같다고 자평했다. "작품의 색깔이 다 다르니까 그에 맞춰서 연기를 해야한다"고 말한 조진웅은 "빨간색의 느낌에 캐릭터가 있다면, 나는 진한 빨간색인지 연한 빨간색인지, 분홍색인지, 적색인지를 찾으려고 노력한다. 그 느낌을 찾아내면 기분이 좋고 연기도 잘 된다"고 설명했다.
 
작품을 연기할 때 가장 편해야 하는 곳이 촬영현장이어야 한다고도 했다. 최대한 일상적인 느낌을 배우가 간직해야, 그 캐릭터에 가장 깊이 동화된다는 의미다.
 
조진웅은 "현장에서 받는 옷도 내 옷 같은 느낌이 있어야 하고, 공간도 내가 늘 다니던 곳이라는 느낌이어야 한다. 하지만 공간은 늘 날 배신해 왔다. 디테일하게 생각을 해놓으면 꼭 예상과 다르더라. 그러면 긴장하게 되고 편하게 연기를 못한다. 정말 내 마음이 편해야 인정 받을 만한 연기가 나온다"고 말했다.
 
대부분 디테일하게 그림을 그려놓고 준비를 하지만 액션장면만큼은 그러지 못했다. 아니, 못한 게 아니라 안 했다. 합을 짠 유려한 액션이 영화와 맞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 때문이었다. 대략적인 큰 틀만 짜고 액션에 임했다.
 
"처절함이 있어야 된다고 판단했다"는 조진웅은 액션의 포인트만 파악하고 촬영에 임했다. 생생함을 얻은 대신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했다. 특히 이선균이 위험했다고 한다. 촬영 중 갈비뼈에 골절을 입었다. 숨도 못 쉬는 아픔을 딛고 이선균은 촬영에 임했다.
 
조진웅은 "욕조 신에서 최대한 갈비뼈를 안 건드리려고 했는데, 그래도 살짝 살짝 닿은 것 같다. 그 때 이선균이 신음 소리를 내는데 그건 연기가 아니라 진짜였다"고 당시 상황을 재현하며 호탕한 웃음을 지었다.
 
"정말 UFC를 한 게임 뛴 것 같은 시원함이 있었다"고 말한 조진웅은 "정말 진하게 싸웠다. 마지막에 끝나고서는 스태프고 배우고 모두 박수를 쳤다. 선균이 형이 살짝 울었는데, 그 울음 역시 진정성 있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배우의 이성적인 컨트롤이 정말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은 것은 물론이다.
 
◇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내 작품의 호평? 좋은 사람들 덕분"
 
앞서 언급했듯 조진웅의 출연작 대부분이 호평을 받았다. 흥행에 실패하더라도 작품은 늘 인정 받았다. 아울러 올해 천만 영화로 예상되는 <군도:민란의 시대>와 <명량>에도 출연했다. 필모그래피 중 망한 작품이 이렇게 적다는 게 놀랍다.
  
비결에 대해 조진웅은 "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범죄와의 전쟁>을 찍을 때쯤 윤 감독이 <군도>라는 영화 만들거라며 같이 하자고 했다. 그래서 그러자고 했다. <끝까지 간다>도 선균이형을 처음보고 그 자리에서 결정했다. 그렇게 사람을 보고 결정하던게 쌓이고 쌓여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조진웅 배우를 보고 있노라니 최근 화두인 '의리'라는 단어가 저절로 떠올랐다. 실제 영화계에서 조진웅은 의리 있는 배우로 통한다.
 
조진웅은 "되는 대로 사니까 의리가 되더라. 배우가 좋고 환경이 좋고 세상 사람들과 얘기를 하고 싶은 감독이 있는데, 그 얘기가 재밌고 내가 거기에 힘을 보탤 수 있다면 웬만하면 같이 간다"며 "때때로 나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면 그런 사람을 추천하기도 한다. 그러면 '비싸서'라고 한다. 내가 가격 대비 성능은 괜찮은가 보다"고 껄껄 웃었다.
 
◇조진웅 (사진제공=쇼박스 미디어플렉스)
 
이번에도 의리를 느낄만한 친구를 얻었단다. 이선균이다. 한 살 터울의 이선균을 두고 조진웅은 "좋은 형을 얻은 것 같아서 기쁘다"고 말했다.
 
"내가 남자 형제가 없다"고 말한 조진웅은 "선균이 형이 나이도 위고 결혼도 선배다. 이번 작품 하면서 술도 엄청나게 같이 먹었다. 그러면서 우리 둘이 만들어낸 신도 적지 않다. 호평을 받은 '화장실 신'도 선균이형과 같이 만든 장면이다. 나중에 또 같이 하자고 하면 무조건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악랄한 색을 유감 없이 보여준 조진웅이 다음에는 또 어떤 얼굴로 관객을 맞이하게 될까. <군도>와 <우리는 형제입니다> 개봉이 기다려지는 이유다. 어떤 작품에서건 믿음 주는 연기를 펼치는 배우,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배우 조진웅의 행보를 함께 지켜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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