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재공화국)①통계 맛사지 하는 정부
10년간 산재통계 축소..기초부터 부실한데 `안전`이 보장되나
입력 : 2014-05-20 10:45:03 수정 : 2014-05-20 14:27:49
[뉴스토마토 방글아기자] 영화 '또하나의 약속'과 함께 산업재해에 대한 국민적 관심도 높아졌다. 늦었지만 삼성전자가 7년여만에 반도체공장 백혈병 환자에 대한 산재보상을 발표한 것도 국민적 관심의 성과라 할 수 있겠다. 반면 산재에 대한 정부의 태도는 안타까울 정도다. 10년, 20년 전에 추진하겠다던 산재대책은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고, 그나마 진행중인 산재대책들은 고용률과 연계하거나 사업주의 시각에서 출발하는 등 방향을 잘못잡고 있다. 이대로라면 국민의 안전을 국가가 지켜주지 못한다는 비판은 10년, 20년이 지나도 여전할 것이다. 뉴스토마토는 산재정책의 문제점을 짚어보고 해결책을 함께 제시하고자 한다. <편집자>
 
정부가 산재대책 마련의 기본이 되는 산재 통계를 지난 10년간 축소 산출해온 것으로 드러났다. 산업 사고에 대한 정책 역량이 기초부터 부실했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20일 정부와 노동계에 따르면, 고용노동부는 2006년 '중대재해 원인분석보고서'를, 2012년 3분기부터는 분기별 '산업재해 조사보고서'의 발간을 멈췄다.
 
◇지난 13일 LS니꼬 울산공장에서 폭발사고가 발생해 보수작업을 하던 근로자 8명이 중경상을 입었다.ⓒNews1
 
특히 분기별 산업재해 조사보고서는 "정부 정책에 따른다"는 것이 갑작스런 발간 중단의 이유여서 논란이 증폭된다.
 
두 보고서는 덜 구체적인 형태의 비슷한 보고서로 통합되거나, 발간주기가 늘어났다.
 
고용부 산하 안전보건공단이 발간하는 '산업재해 조사보고서'는 국내 산재 현황을 파악하기 위한 기본 통계다. 산재 발생 사업체에 대한 일반 정보는 물론 재해 발생 과정 및 원인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그런데 공단은 매 분기마다 발간하던 이 보고서를 2012년부터 1년에 한번 발간하는 것으로 발간주기를 늘렸다. 변칙적으로 반기에 한번씩 발간하기도 했다.
 
발간 주기가 길수록 산재 현황 파악이 늦어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일보 후퇴한 것.
 
이와 관련 안전보건공단 관계자는 "고용부가 안보공의 분기별 보고서의 신뢰도가 낮다며 발간을 승인해주지 않아 어쩔 수 없다"고 말했다.
 
안전보건공단의 상위 기관으로 해당 통계의 공표권을 가지고 있는 고용부가 분기별 발간을 거부했다는 것.
 
◇2012년 3부기부터 갑작스레 중단된 분기별 산업재해통계서비스.(사진=안전보건공단 웹사이트 화면)
 
고용부 통계 담당자는 "재해발생추이에 특별한 게 없으면 반기로 하기도 한다"며 "개시 주기는 변동될 수 있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나 이는 통계를 적절히 활용하기 위해 전제가 되는 '정기성'을 무시한 것이다.
 
아울러 이는 정부의 산재 관련 현황 파악 역량은 물론 업계측의 산재 관련 정책의 예측가능성까지 떨어뜨릴 수 있는 안일한 태도다.
 
산재 통계가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만으로 확보 가능하다는 점은 갑작스런 '발간 중단'을 더 납득하기 어렵게 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상 산재 사건이 발생하면 기업이 고용부에 보고 하도록 돼 있다. 고용부는 기록을 취합해 생산하기만 하면 된다. 통계를 생산하는 데는 조사가 따로 필요 없어 예산을 거의 쓰지 않고도 효과적인 자료 확보가 가능하다.
 
이에 비해 사업체노동력지표 등 고용부가 보다 더 자주, 자체적 조사를 벌여 발표하는 6개 '조사 통계'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매년 백억원 가량의 예산이 쓰이고 있다.
 
또한, 정부가 2006년을 끝으로 중대재해원인 분석보고서를 발간 중지한 것도 의문이다.
 
이 보고서는 국민 한명 이상이 사망하는 등 심각한 산재가 발생했을 때, 원인을 면밀히 분석해 향후 예방에 활용될 수 있도록 한 중요한 자료기 때문이다.
 
과거 공단 지역본부와 지도원이 낸 조사의견서를 토대로 6개월마다 한번씩 나오던 이 보고서는 2007년부터 '산업재해 통계사업'이 변경되며 산업재해 원인조사 보고서로 통합·축소됐다.
 
공단에 따르면, 이 보고서에 포함되던 산재 야기 물질, 작업 공정 등 22개 항목중 업무상 사망자수 등 일부만이 주기적 공표 대상이 됐다.
 
고용부는 더구나 국민 다수의 생명을 앗아간 중대 산재 사건에 대한 기록 등도 보관·관리하고 있지 않았다. 근로자 40명이 숨진 '2008년 이천 냉동창고화재 사건' 등 '역사적' 중대재해를 기록, 정책에 활용하는 부처가 정부에 없는 것이다.
 
산업안전보건법에 따라 사업주가 의무적으로 보고해온 기록을 짜집기하는 방식이 산재 관련 통계 생산의 전부였다.
 
산재 통계가 부실하게 작성·보관된 탓에 정부는 산업 사고시 대응하기 위한 기초적 역량도 결집해오지 못했다.
 
이때문에 산재 대책 마련을 위해서는 과거 언론에 보도된 자료나 도서 등 민간 기록물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그럼에도 고용부 관계자는 "큰 산재 사건을 연대기순으로 모으는 것보다 재해 유형이나 재해를 일으킨 기인물 등에 대한 파악이 더 중요하다"며 기록관리의 책임을 회피하는데 급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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