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도나도 PX '증설'..수급 비상에 끝내 '감산'
현대코스모 "제2공장 가동중단 고려"..PX 증설 홍수 속 업계 '속앓이'
2014-05-15 09:58:00 2014-05-15 14:48:17
◇사진=뉴스토마토 DB.
 
[뉴스토마토 양지윤기자] 파라자일렌(PX) 신증설 물량이 오는 6월부터 본격 쏟아질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급에 비상이 켜졌다. 수요 부진으로 시황이 꽁꽁 얼어붙은 상황에서 공급과잉까지 겹치면서 이중고를 떠안아야 할 처지로 내몰렸기 때문.
 
PX는 합성섬유와 페트병 원료로 국내 유화업체들의 수출 1위 품목이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거위'로 인식되면서 석유화학 업체들은 물론 정유사들까지 가세해 그야말로 춘추전국시대를 방불케 할 정도로 활황을 겪었다.
 
특히 정제마진 악화로 어려움을 겪는 정유사들로서는 실적 부진을 만회할 구원투수로서 기대됐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분위기가 급변하고 있다. 앞다퉈 증설경쟁에 뛰어들었던 업체들이 수급 불균형이 초래되면서 감산까지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는 것. 무리한 증설 끝에 이른 결과다.
 
15일 유화업계에 따르면, 국내외 관련 기업들이 PX 감산에 대해 내부 검토에 돌입한 것으로 전해졌다. 현대오일뱅크의 자회사인 현대코스모는 다음달 PX를 생산하는 제2공장의 가동 중단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코스모 관계자는 "에너지 비용 절감을 위해 열효율 강화 차원에서 정기보수를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코스모 측은 제2공장의 가동 중단 배경에 대해 "PX 시황과 무관하다"면서 "정기보수의 일환"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러나 관련 업계에서는 정기보수는 표면상 이유일 뿐 시황 부진에 따른 자구책의 일환인 것으로 보고 있다. PX 가격이 1년 새 30%가량 폭락하는 등 생산을 해봤자 밑지는 장사를 해야 하는 상황에서 생산시설 보수를 통한 가동 중단에 돌입하는 것이 오히려 손해를 줄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PX 시황이 그만큼 불황이라는 얘기다.
 
이 같은 움직임은 지난 3월부터 나타나기 시작했다. 연간 262만톤의 PX를 생산하는 일본 JX에너지는 3월부터 두 달 간 PX 생산량을 20%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오는 6월과 7월에는 생산량을 더 낮춰 40~50%까지 축소할 예정이다. 명목은 정기보수지만, 사실상 시황 악화에 따른 생산량 축소라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PX 시장 침체에 따른 생산량 축소는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GS칼텍스와 롯데케미칼(011170)은 이미 생산량을 일부 축소했고, 삼성토탈과 S-Oil(010950) 역시 감산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만 포모사와 CPC 역시 감산에 돌입한 것으로 관련 업계는 파악하고 있다.
 
문제는 다음달부터 증설물량이 쏟아진다는 점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지난 3월 기준 국내 PX 생산능력은 총 644만톤이다. S-Oil이 180만톤으로 최대 규모이고, 이어 GS칼텍스(135만톤), 현대코스모(118만톤), 롯데케미칼(75만톤), 삼성토탈(71만톤), SK종합화학(65만톤) 순이다.
 
여기에 SK이노베이션(096770)이 자회사인 SK종합화학(100만톤)과 SK인천석유화학(130만톤)을 통해 신증설 물량 230만톤을 오는 6월 말부터 공급하는 것을 시작으로 7월에는 삼성토탈이 PX 100만톤 증설에 돌입한다. PX 가격이 바닥인 상황에서 국내 총 생산능력의 절반 규모에 해당하는 물량이 일제히 쏟아지게 되는 셈이다.
 
엎친데 덮친격 으로 해외에서도 다음달 170만톤 규모의 추가 물량이 쏟아지면서 업황 침체를 더욱 부추길 전망이다. 인도국영석유공사는 이르면 이달, 늦어도 다음달쯤 인도 남부 망갈로르에서 90만톤 규모의 PX 공장을 신규 가동한다. 또 SK종합화학이 조인트 벤처형태로 참여한 JAC(주롱 아로마틱 콤플렉스)도 80만톤 규모의 PX 설비를 가동할 예정이다.
 
이처럼 시황이 급변하자 증설을 추진했던 GS칼텍스는 투자를 망설이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 2012년 일본 쇼와셀·다이요오일과 합작해 전남 여수에 100만톤 규모 PX공장 증설 투자를 추진했다. 그러다 공정거래법상 규제에 막혀 기본 설계 단계에서 중단됐다. 오랜 요구 끝에 지난해 말 국회에서 외국인투자촉진법 개정안이 통과된 데 이어 지난달 11일 개정안이 시행되면서 증설에 나설 수 있게 됐다.
 
개정안이 통과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기본 설계에서 상세 설계단계로 넘어가는 데 그치는 등 GS칼텍스는 구체적인 투자 일정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합작사와 시장상황 변화에 대처해 최적의 투자 시기를 찾기 위해 조율 중"이라면서 "현재 기본 설계를 마치고, 부지조성 작업과 상세설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PX 업황이 추진 속도의 최대 변수라는 얘기다.
 
전문가들은 올 하반기로 갈수록 PX 감산 행렬이 줄을 이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시황 개선이 뚜렷하지 않은 상황에서 신규 물량만 계속 쏟아지고 있어서다. 석유화학업계 전문가는 "최근 시황이 불안정해지면서 대부분의 기업들이 감산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국내 일부 기업을 비롯해 해외 업체들마저 생산량 축소에 나서고 있는 만큼 감산에 나서지 않은 기업들도 조만간 가동률 조정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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