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토마토 박성원기자]다음주로 예정된 올해 은행권 임금단체협약에서 기존 행원들의 임금 삭감 문제가 '뜨거운 감자'로 급부상할 조짐이다.
최근 은행권이 대졸 초임 삭감에 이어 기존 행원들의 임금 삭감을 추진할 것이라는 소식이 흘러나가면서 노사 간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돌고 있다.
현재 은행연합회는 사실이 와전된 것이라며 강력히 부인하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사측이 정부의 기존 직원 임금 삭감방침에 맞춰 '분위기 조성'에 나선 것 아니냐는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는 상황이다.
◇ 오는 18일 올해 첫 임단협 교섭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사측과 금융노조는 오는 18일 명동 은행연합회에서 2009년 임단협 첫 교섭에 들어간다. 최근의 경제상황을 감안할 때 이번 협상에서 금융노조가 임금 인상을 요구하긴 어려울 것이란 분석이 지배적이다.
최근 은행권 노사는 영업시간 변경 등 그간 팽팽한 대립각을 세웠던 현안들에 대해 합의점을 찾는 등 경제위기 국면을 맞아 나름대로 '화합'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지난 4일 연합회에서 열린 제1차 중앙노사위원회에서는 은행들의 개, 폐점 시간을 30분 앞당기는 문제가 타협국면을 맞았고 ▲ 출퇴근 문화 개선 ▲ 조직문화 개선 ▲ 시간외 근무수당 점검과 평가 등 근무와 관련된 표준모델에 대해 노사가 공감대를 형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다음주 열릴 2차 중노위에서 영업시간 변경 문제에 대해 결론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최근 사측이 대졸 초임 삭감에 이어 기존 행원들의 임금을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는 설(說)이 흘러나오면서 이같은 분위기는 급속히 냉각됐다.
◇ 임금 삭감설에 반발 고조
금융노조는 어려운 경기상황과 여론을 감안해 임단협에 나서겠지만, 기존 행원들의 임금삭감만큼은 '절대불가'라는 입장이다.
한 시중은행의 노조 관계자는 "임금동결은 최후의 보루이자 '마지노선'"이라며 "만약 사측이 삭감안을 제시한다 할지라도 절대 수용할 수 없다"고 못박았다.
또 다른 시중은행 관계자 역시 "지난해 금융노조는 물가상승률도 반영하지 않은 채 임금 동결에 합의했다"며 "삭감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말했다.
금융노조측의 반발이 심해지자 연합회측은 기존 행원들의 임금 삭감 방침을 전면 부인하고 나섰다.
공성길 연합회 노사협력팀장은 "일부 언론에서 보도한 내용은 사실과 다르다"며 "관련 내용을 정정할 것을 요청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또 "2차 중노위는 물론 임단협에서도 기존 행원의 임금삭감안을 제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 잡셰어링 불신 확산..2차 중노위 차질 예상
하지만 노조측은 사측이 공공기관 직원 임금 삭감을 추진하는 정부의 눈치를 보며 '임금 후려치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을 풀지 않고 있다. 정부가 잡셰어링(일자리 나누기)이라는 '물꼬'를 터준 뒤 은행권이 이를 전반적인 인건비 절감으로 확산시키는 '시나리오'가 현실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금융노조는 앞선 10일 성명서를 내고 "정부의 잡셰어링이 결국 기존 직원들의 임금삭감으로 이어지고 있다"며 "이는 경제위기를 빌미로 노동자들의 임금삭감을 종용하고, 기업에는 불로소득을 안겨주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한 국책은행 노조 관계자 역시 "이른바 '노사민정 대타협'을 통해 잡셰어링 방안이 발표됐을 때부터 이같은 상황을 예상했다"며 "고통분담을 통해 어려운 경제상황을 돌파하자는 데는 십분 공감하지만, 지금처럼 임금노동자에게 고통을 전가하는 방식에는 절대 동의할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전날 김동수 수출입은행장이 기자간담회에서 "기존 직원의 임금 삭감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것도 노조의 반발을 확산시킨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처럼 노사간 갈등과 오해의 골이 깊어지면서 다음주로 예정된 2차 중노위에도 일부 차질이 예상된다. 연합회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2차 중노위에 참석할지도 불투명해졌다"며 "임금 삭감 추진설에 대해 노조가 크게 반발해 난감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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