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공기관과 산업계가 임금 삭감 등을 통한 잡셰어링에 대거 나서고 있는 가운데 최대 통신업체 KT가 최근 총 1400명의 인턴을 채용한다고 발표해 눈길을 끌었다.
가뜩이나 인력 과다에 따른 비효율 문제로 고통을 겪어 온 KT가 1400명이나 되는 인턴을 채용한다는 소식에 업계는 눈을 동그랗게 떴다. 그만큼 파격적이었기 때문.
그러나 이는 극히 제한적인 미담일 뿐이다. 대다수 IT업체들은 잡셰어링에 대해 소극적이거나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하다. 오히려 구조조정의 강도를 높이고 있는 실정이다.
대기업그룹 계열 IT업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이들은 “잡셰어링을 논할 때가 아니고 오히려 근본적인 IT산업활성화 방안이 필요하다”며 아우성이다.
■KT, SK텔레콤, “고통분담 적극 나설것”
KT는 단순 보조업무가 아니라 실질적인 업무수행이 가능하도록 인턴들에게 정규직 수습 직원 수준의 직무를 부여하고 현장교육을 제공할 계획이다. 인턴십 평가 결과는 정규직원 채용에도 반영하기로 했다.
이번 인턴십에는 KT뿐 아니라 KTF, KTH 등 KT 계열회사들이 대거 참여한다. 이 사업을 기획한 KT의 김한석 인재경영실장은 “단순히 일자리를 만들자는 취지가 아니라 인턴들의 실질적인 직무능력 향상에 역점을 두겠다”며 “인턴십 운영에 따른 재원은 임원들이 반납한 성과급을 활용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SK텔레콤도 그룹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는 ‘SK 상생 인턴십 프로그램’에 참여하기로 하고 조만간 세부 계획을 발표할 예정이다.
SK그룹은 대학졸업자 1800여명을 협력업체 인턴으로 채용하고 비용은 SK그룹 임직원 급여를 반납한 재원을 활용하겠다는 방안을 발표한 바 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임직원들의 임금 일부 반납 등 고통분담으로 1800여명에게 일할 기회를 주는 것”이라며 “인력배치는 4월부터 시행된다”고 말했다.
■SW·콘텐츠 업계, “잡셰어링은 안 맞아”
하지만 포털사이트 네이버, 다음, SK커뮤니케이션즈 등 대다수 IT업체들은 업종 특성상 잡셰어링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제조업은 잡셰어링을 통해 기존 직원들의 업무를 분담할 수 있지만 프로그램 개발 등은 전문분야이기 때문에 기존 인력의 업무를 다른 사람이 대신 할 수 없다는 것.
다음의 한 관계자는 “제조업이야 잡셰어링이 가능하지만 IT는 업무 자체가 개인적인 프로젝트가 많아 잡셰어링이 어렵다.
프로그램 개발, 기획, 아이디어 같은 업무를 타인과 단순 공유하기 어려운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게임업계도 상황은 비슷하다.
한 게임업체 관계자는 “게임개발자가 자신의 업무시간 중 일부를 다른 사람에게 준다고 해서 뭔가 보이는 결과물이 나오는 것이 절대 아니다”고 말했다.
오히려 게임업체들은 구조조정을 강화하고 있다.
넥슨, CJ인터넷 등은 불황을 계기로 사업구조 변경 등을 통한 구조조정을 단행해 몸집 줄이기에 신경쓰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산업은 현 정부 들어 전반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이라며 “정부가 총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해 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IT대기업 “잡셰어링, 아직은…”
대기업 그룹 계열 IT업체들도 필요성엔 공감하면서도 선뜻 행동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 국내 30개 그룹은 공동발표문을 통해 직원들의 임금을 삭감하고, 이를 통해 조성된 재원을 활용해 신규 일자리를 창출하는 잡셰어링에 적극 동참하기로 했다.
삼성, LG그룹 등 대그룹 계열 IT업체들도 이 같은 그룹의 방침에 따라 잡셰어링을 추진하기로 했다.
그러나 대부분 동참한다는 원칙만 공유하고 있을 뿐 아직 구체적인 방안을 정하지 못하고 있다.
동참은 해야 하겠지만 업무 특성을 감안하면 실천방안이 막막한 것도 또 다른 이유로 지적된다.
모 그룹 관계자는 “그룹 차원에서 잡셰어링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어 계열사별로 구체적인 계획이 나오려면 시일이 걸릴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파이낸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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