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조선·철강업종 구조조정 대거 포함.."장기 불황 탓"
2014-05-13 16:56:00 2014-05-13 17:00:23
[뉴스토마토 최승근기자] 올해 채권은행들이 장기간 불황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대기업 해운·조선·철강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에 돌입한다.
 
채권은행들은 지난해 STX와 웅진, 동양사태로 거액의 대손충당금을 떠안는 등 선제적인 구조조정에 대한 필요성을 뼈저리게 절감한 바 있어 이들 기업에 대한 고강도 구조조정이 예상된다. 채권은행들은 대상 기업들로부터 선제적이고 강도 높은 자구계획을 유도해 대기업 부실을 조기에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채권은행들은 이번 주 내에 금융감독원 등 금융당국과 협의를 거쳐 금융권에 빚이 많은 주채무 계열 42개 그룹 중 재무상태가 좋지 않은 14곳을 재무구조개선 약정 대상으로 선정할 방침이다.
 
이중 재무구조개선약정보다 더 강도가 높은 워크아웃이나 자율협약을 진행 중인 금호아시아나, 성동조선, SPP조선, STX, STX조선해양 등 5곳은 제외된다.
 
이에 따라 채권은행들과 지난해에도 약정을 체결한 한진, 동부, 현대를 포함해 신규로 추가되는 동국제강, 대우건설, 대성, 한진중공업, 한라, 현대산업개발 등 6곳은 새로 약정을 맺고 재무구조 개선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지난해 동양사태 이후 금융당국이 대기업에 대한 관리를 강화하는 등 재무상태 평가기준이 강화되면서 장기간 불황의 여파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해운·조선·철강기업이 대거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총 14곳 중 해운·조선·철강 관련 기업은 성동조선, SPP조선, STX, STX조선해양, 동국제강, 한진중공업, 한진, 동부, 현대 등 9곳에 달한다.
 
이중 현대는 경우 지난해 말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안을 발표한 이후 금융계열사 및 LNG운송사업 등의 매각작업을 통해 유동성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고, 한진은 2조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내놓고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에게 경영권을 이양하면서 자구계획에 속도를 내고 있다.
 
2015년까지 3조원 규모의 고강도 구조조정을 통해 재무구조개선약정을 졸업하겠다는 목표를 세운 동부도 동부하이텍과 동부메탈,동부제철 인천공장, 동부발전당진 등 주요 계열사를 매물로 내놓은 상태다.
 
지난해 금융시장에 큰 파장을 일으켰던 STX조선해양 등 STX그룹 주요 계열사들은 자구계획 이행 중에 새로운 부실이 드러나고, 강덕수 전 회장을 비롯한 임직원들의 배임혐의가 밝혀지면서 STX조선해양은 지난달 상장폐지 됐고, 상장 폐지 위기에서 가까스로 살아난 STX와 STX엔진은 현재 상장적격성 심사를 받고 있다.
 
여기에 중국 STX다롄조선소의 법정관리 신청이 무산되면서 국내 채권은행들과 협력업체의 자금 회수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성동조선해양은 당초 실사 보고서가 부실하다는 이유로 반대매수권을 청구했던 무역보험공사가 이를 철회하면서 구조조정 작업에 청신호가 켜졌다. 이르면 내달 금융권 부채 가운데 절반가량인 1조6228억원을 지분으로 전환하는 출자전환이 이뤄질 전망이다.
 
또 국내 중소조선소들이 친환경 선박 시장에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고, 선가도 오르는 등 조선업 회복 전망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면서 구조조정 작업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채권은행들이 잠재적 부실 발생 최소화를 위해 구조조정 대상 기업들에 보다 엄격한 잣대를 들이댈 것으로 예상되면서 관련 기업들의 긴장감은 더욱 높아지고 있다.
 
해운·조선·철강업종 모두 경영환경 개선에 대한 기대감은 낮은 반면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예상되면서 알짜 자산에 대한 매각 압박이 심해질 것이란 우려 때문이다.
 
특히 지난해부터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위해 기업들이 매물을 대거 시장에 쏟아내면서 제값을 받지 못할 것이란 불안감도 커졌다.
 
하지만 채권은행들의 거센 압박을 이기지 못해 일단 팔 수 있는 건 다 팔고 보자는 식의 매각작업이 되풀이되면서 향후 기업의 성장동력 마저 매각해야 하는 처지에 놓인 곳도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지난해 STX, 동양, 웅진 등 대규모 부실사태를 겪은 은행들이 올 들어 더욱 보수적인 기준을 적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에는 채권은행들이 인력 구조조정이나 조직개편, 사업 방향에도 영향을 미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올해 채권은행들이 장기간 불황으로 재무구조가 악화된 대기업 해운·조선·철강기업에 대해 구조조정에 돌입한다.(사진=뉴스토마토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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